최자로드 연말특집 - 24시간 먹부림 코스 공개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몰랐다. 24시간 동안 먹게 될지. 그런데 신년 모임의 관건은 12시 자정부터다. 그 시간이 되면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하다. 올해의 마지막 음식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저 그런 메뉴와 타협할 수도 없는 노릇. 밤이 깊을수록 하나둘씩 가게들이 문을 닫겠지만, 문 열려 있으면 어디든 들어간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자. 아침 10시부터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무소불위 식단을 완성했으니까.

아침은 간단하게 방어로 시작해서 탄탄면으로 입가심하고 ‘숨어 있는 미래의 맛집’인 레바논식 케밥으로 입을 헹군다. 최자가 돼지 멸종의 날이 와서 딱 한 군데의 고깃집에 마지막으로 갈 수 있다면 선택하겠다는 돼지불고기, 장님에게 새 세상을 보여주는 홍어 삼합 김치말이, 새벽 4시에 육회를 먹을 수 있는 애주가들의 해장국집까지, 24시간 먹부림 코스의 정체를 공개한다.

‘최자로드 연말특집 – 낮 편’ 다시 보기
‘최자로드 연말특집 – 밤 편’ 다시 보기

“참치가 진짜 맛있는 미국 소라면, 방어는 한우야.”

10:00 AM
아침녘의 방어 어택

호우시절
“일본 요릿집은 주방장의 칼을 다루는 솜씨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잖아. 꼭 공연 보는 것처럼. 아기 새처럼 입 벌리고 감상하고 있다가 정성껏 다룬 식자재를 받아 먹지. 그리고 은근히 다찌에 앉아야 하나라도 더 주신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7길 16
02-511-9895
추천메뉴: 오마카세 (런치 A코스 4만 5천 원, 런치 B코스 6만 원, 런치 스시코스 4만 원)

“여기는 토핑이 여섯 가지야.
난 이거 다 시켜. 그랜드 슬램.”

14:00 PM
남산 위의 저 탄탄면

금산제면소
“기본으로 시작해서 마라 넣고 먹다가 짜샤이랑 대파를 추가해봐. 그러고 나서 흑식초도 조금 넣어보고. 계란은 바로 넣지 말고 한참 먹다가 면이 조금 남았을 때 비벼 먹어. 그럼 또 확 달라져. 맛이 리치해 지지. 먹다가 조금 느끼해졌다 싶을 때 넣는 게 고추기름이야. 토핑 그랜드 슬램의 마무리는 밥. 남은 탄탄면 소스에 바삭한 양파 플후레이크와 고슬한 밥을 비벼 먹어야 해.”

서울 중구 소공로6길 13
추천메뉴: 탄탄면과 여섯 가지 토핑 그랜드 슬램

“먹을 때는 무리해야 해. 무리해서 먹어도 돼.”

16:00 PM
춘천행 케밥열차

알 아지즈
“여긴 주문과 동시에 빵을 구워. 도우부터 갈릭 마요네즈, 무절임까지 모두 직접 만들거든. 기성 재료를 사다가 만드는 것과 확실히 달라. 저렇게 바로 빵을 구워주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지. 터키 케밥은 얇은 대신 소스에 빵이 금방 눅진해지잖아. 얘는 빵이 워낙 두껍고 바삭하니까 수분이 침투를 못 해. 소스가 많은 편인데도 마지막에 쫀쫀한 느낌이 있어.”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11
02-790-9865
추천메뉴: 마치 화덕 피자를 말아먹는 것 같은 레바논식 케밥

“군인 백 명이 워커발로 밟고 지나간 것 같아.
너무 부드러워서. 씹을때 조직이 물침대야”

19:00 PM
최자 인생의 마지막 돼지고기

해뜨는 집
“여기는 돼지불고기 단일 메뉴가 끝이야. 보통 다섯 명이 오면 나는 최소 8인분에서 10인분은 시켜. 추가 주문을 안 받아주시는 경우도 많거든. 공기밥을 시키면 주시는 시래깃국도 맛있어. 근데 여기는 다른 것 먹을 여력이 없어. 고기 때려 넣기에도 바빠. 쌈 싸 먹기도 아까워. 다른 맛이랑 섞이는 게 싫어. 소랑 돼지 중에 뭐가 넘버원인지. 헷갈리게 하는 맛이야. 설명하기 진짜 힘든 맛이야.”

강원 춘천시 효명길 14-4
033-251-6354
추천메뉴: 돼지불고기, 숨은 메뉴인 주먹고기와 삼겹살

“첫 홍어를 이걸로 시작하는 걸 하느님께 감사해.”

00:00 AM
홍어삼합 김치말이

안주나라
“여긴 홍어 입문지로 최고야. 홍어라고 하면 일단 기피하고 보는데, 홍어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여기 거는 먹더라고. 장님한테 새 세상을 보여줘야지. 여기는 재료가 좋아서 유명한 집이라기보다는 분위기랑 이모 손맛이야. 이모가 초장 찍고 참기름 찍고 미나리, 마늘, 고추 올리고 말아주시는 그 조합이 좋아. 이거는 이모가 싸주셔야 그 맛이 나지, 어색하게 쌌다가는 그 맛이 안나.”

서울 광진구 동일로18길 23
02-466-2702
추천메뉴: 홍어 삼합과 막걸리, 조개를 다 건져 먹은 뒤 죽을 끓여먹는 백합탕

“새벽 4시에 어딜 가서 해장국과 육회를 함께 먹겠어?”

04:00 AM
애주가들의 종착역

어머니 대성집
“이 집은 술 마시는 사람들한테는 미슐랭 가이드급으로 통해. 새벽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는데, 제대로 된 거 먹고 싶을 때 여기 오는 거지. 술 마시면서 몸에 해로운 짓만 하다가, 그래도 든든하게 한 끼 먹고 집에는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마장동 옆이라 항상 신선한 육회도 함께 먹어야 해. 새벽 3~4시에 이런 데가 어딨어. 이 시간에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 별로 없어. 여기가 그중 하나야.”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43길 44
02-923-1718
추천메뉴: 밥을 말아서 먹어야 제맛인 해장국과 육회

“그냥 돼지들도 위험한데 제일 위험한 게 술 좋아하는 돼지거든.”

07:00AM
귀가

[최자로드 시즌 1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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