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 인터뷰 - 오직 오늘을 위한 디자인
팝업은 이번 주말까지.
<하입비스트>가 올해 꼭 주목해야 할 신진 브랜드로 선정한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를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지난주부터 에크루에서 팝업을 진행 중인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카즈야 스가노를 만났다.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 즉 ‘어제의 내일’인 ‘오늘’만을 위해 디자인하는 스가노. 그와의 하루는 아래와 같았다.
브랜드의 에크루 단독 특별 상품과 팝업 일정 정보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의 2019 봄, 여름 컬렉션은 영국과 벨기에에서 영감을 받았다. 왜 하필 그 국가들을 택했는가?
처음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를 시작했을 땐 아메리칸 스타일,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랜드의 뿌리는 아메리칸 캐주얼웨어다. 하지만 나는 유럽 스타일, 특히 버버리나 벨스태프 같은 브랜드도 좋아한다. 그래서 미국을 오가다 더 많은 영감을 받기 위해 런던과 앤트워프를 방문했다. 앤트워프는 디자이너로서 항상 동경해온 곳이다. 마르지엘라, 앤트워프 식스를 배출한 곳이 아닌가. 거기서 그들의 에너지를 받아 컬렉션을 만들었다.
어쩐지 봄 컬렉션의 체크무늬가 버버리를 연상케 하더라.
버버리가 베이지 체크의 원조지만, 우린 거기에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의 브랜드 컬러인 네이비, 민트, 코럴을 삽입했다. 유럽, 특히 영국 패션은 굉장한 역사가 있는데, 난 그 역사를 어떻게든 뒤틀고 싶다. 의도적으로 불완전하고 ‘러프’한 느낌으로 마무리했다. 그 체크무늬는 버버리 패러디가 맞다.
컬렉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피스를 꼽자면?
유럽 스타일의 타탄 체크무늬로 만든 미국식 블라우존, 그리고 보통 트위드로 제작되는 체크를 경량의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롱재킷. 모두 테일러드 핏의 유러피언 옷을 캐주얼하게 풀어낸 거다.
브랜드는 2017 가을, 겨울에 론칭했는데, 그 이후로 어떻게 성장한 거 같나?
2019 봄, 여름은 우리의 네 번째 시즌이다. 그사이 나는 서른아홉살이 됐고, 결혼하고 둘째 아이를 가졌지만, 옷에 대한 나의 열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내가 인간으로서 변하고 더 성숙해져도 취향은 그대로다. 내가 주로 영감을 받는 것은 여전히 세컨드핸드, 구제 의류다. 브랜드의 코어 역시 바뀌지 않았다.
논네이티브에서 무려 10년간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패션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패션을 향한 사랑은 우리 형한테서 물려받았다. 나보다 다섯 살 위인데,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90년대에 형은 시부야 ‘갱스터’ 스타일로 옷을 입었다. 형과 친구들은 딱 ‘배드 보이즈’ 타입이었다. 나에겐 그게 멋져 보였다. 시부야와 메구로 근처에 있는 시노가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당시에는 구제 의류의 붐이 한창이었다. 고등학생이 됐을 땐 친구들이 시내로 놀러 갈 때마다 여자를 쫓아다녔는데, 난 혼자 옷 가게를 드나들며 오로지 옷만 보고 다녔다.
일본 남성 패션 잡지에 나오는 매장 직원들의 스타일을 보며 그들을 동경했고, 헤크틱이라는 당시에 유명했던 스케이트 숍에서 일하던 선배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패션 회사에 마구 지원했다. 그래서 처음 얻은 일자리가 엑스라지의 창고에서 옷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 일에 만족하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친구들이 매장 직원이 되기를 계속 권해서 프로펠러에 합류하게 됐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도쿄에서는 꽤 전설적인 곳이다. 그때 나의 매니저가 넘버 나인 런웨이 쇼에 초대돼서 보게 됐는데, 그게 나의 터닝 포인트였다. 타카히로 미야시타 역시 같은 프로펠러 매장 직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출신의 사람이 이런 멋진 옷을 만들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논네이티브에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거다.
논네이티브 시절을 되돌아볼 때, 지금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경험이나 교훈이 있다면?
소비자를 고려하는 것이다. 내 디자인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쓸데없이 자존심을 고집하기보다는 고객이 정말 뭘 느끼고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 타카유키 후지 아래서 10년을 일했는데, 그가 가장 집중한 건 바로 소비자다. 나는 논네이티브의 니트와 ‘cut and sew’ 컬렉션을 담당했는데, 컬렉션의 다른 제품과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매장을 자주 방문하며 쇼퍼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들었다. 그들의 의견을 다음 컬렉션에 반영하고 더 큰 성공을 거뒀을 때 깨달았다. 결국 구매하는 소비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릭 오웬스 같은 예술적인 디자이너도 물론 무척 좋다. 하지만 그의 옷은 100명 중 15명도 채 못 입는다면, 나의 옷은 적어도 50명은 입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난 더 접근하기 쉬운 옷을 만들고 싶다.
일본에는 수많은, 쟁쟁한 남성 브랜드가 존재한다. 로컬 시장과 경쟁자 혹은 선배 브랜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존경하는 브랜드로는 타카히로 미야시타를 꼽겠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전개하는 곳들인데, 올여름 협업 샌들을 함께 출시할 피그벨이 그중 하나다. 에크루에서 취급하는 언유즈드 역시 가까운 친구의 브랜드다. 경쟁을 하기보다는 커뮤니티 자체가 다 함께 위로 올라가고 잘됐으면 좋겠다. 물론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결과를 내고 싶지만, 일본 패션 자체가 세계적으로 잘되는 게 우선인 거 같다. 그래서 우리도 에크루와 같은 파트너와 해외 팝업을 개최하는 거다. 도쿄를 벗어나 서울 매장 직원들과 고객을 만나볼 좋은 기회기도 하고.
에크루와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 왜 하필 에크루를 한국 리테일 파트너로 선정했나?
논네이티브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에크루의 직원들이 일본어를 잘해서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게 가능한 해외 매장은 많이 없다. 에크루는 좋은 브랜드 라인업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나의 논네이티브 디자인을 오랫동안 판매했으니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에크루 팝업의 애니메이션 영상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대체 콘셉트가 뭔가?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비, 미스터 빈 등 영국과 벨기에의 상징적인 이미지을 DIY 감성으로 콜라주했다. 지금 회사의 팀원이 나를 포함해서 총 세 명인데, 같이 아이디어를 짜서 만든 거다.
‘예스터데이즈 투모로우’를 그대로 해석하면 그저 ‘오늘’이라는 뜻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 ‘오늘’이 의미하는 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나는 현시대 사람들이 입는 옷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영감은 과거의 구제 의류나 빈티지에서 받는다.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지.
당신처럼 브랜드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현실적인 답변을 원한다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주 긴 과정이다. 공장과 소재 공급자부터 마지막 소비자까지 모든 단계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로맨틱한 인터뷰 버전은, ‘꿈이 있다면 도전해보자’(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