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디보
‘우주인’에서 ‘산악인’이 된 디보.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Streetsnaps: 디보
‘우주인’에서 ‘산악인’이 된 디보.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우주인을 자처하며 한국 힙합신에 난데없이 등장한 디보의 첫인상은 마치 빈 하늘의 UFO와도 같았다. 그런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전국 팔도의 산봉우리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디보에게 최근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가 산악인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걸까? 과연 무엇이 우주인 디보를 등산으로 이끈 것일까?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하입비스트>는 몇 가지 질문과 함께 카메라를 챙겨 디보와 ‘조선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지금껏 ‘헬스하는 래퍼’, ‘돈가스 먹는 래퍼’, ‘카페 사장 래퍼’는 봤지만 ‘등산하는 래퍼’는 또 처음인 것 같아요. 어쩌다 산에 가게 됐어요?
이별. 이별 때문이었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랑 헤어졌는데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다음 날 친한 동생한테 바로 연락을 했어요. 그 친구가 등산 마니아거든요. 그때는 진짜 뭐라도 해야 했어요. 몸이 힘들면 아무 생각 없이 쓰러져서 잘 수 있잖아요. 시작은 그랬죠. 그런데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지고 자연도 점점 좋아졌어요. 이제는 제가 좋아서 다녀요.
인스타그램 보면 등산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이 되게 멋진던데. 포토그래퍼가 따로 있나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전부 미호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이에요. 방금 말씀드렸던 등산 마니아 동생 작품이죠. 짐피티 1호점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엄청 사진 잘 찍어요. 다만 같이 산에 오르려면 각오해야 돼요. 체력이 괴물이라 쫓아가려면 거의 지옥훈련이거든요. 샤라웃 투 미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랑도 같이 산에 적이 있나요?
등산은 무조건 미호랑 같이 가요. EK, 그리고 떠그 민이라는 친구도 한 번 씩 데려갔는데 그 뒤로는 다시 잘 안 가려 하더라고요.
오늘 인왕산 정상 오른 사람 중에 제일 ‘하입’해요. 입은 옷들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신발은 코오롱 스포츠 등산화에요. 다른 건 몰라도 등산화는 꼭 필요하다고 해서 샀는데 사길 정말 잘했어요. 바지는 <쇼미더머니 7> 때 협찬 받았던 건데 오늘 머리가 빨간색이라서 입었고요. 상의랑 두건은 아크테릭스. 최근에 산 건데 편하고 예뻐서 평상복으로도 종종 입을 것 같아요. 목걸이 두 개는 퀀테즈 형 작품이에요. 원래 등산할 때는 안 차는데 오늘 <하입비스트>랑 촬영한다고 멋 좀 부려봤어요.
머리는 어디서 해요?
머리는 끼아라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분께 받아요. 특수 머리만 20년 정도 해오신 분인데 저 말고도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제네 더 질라도 이분한테 머리 받아요. 샤랴웃 투 끼아입니다.
등산하고 나서 꼭 먹는 음식이 있나요?
단백질 섭취해야죠. 고기를 좋아해서 삼겹살이나 수육을 주로 먹는 것 같아요. 냉면, 막국수랑 같이.
디보에게도 ‘헬창’의 느낌이 있네요?
등산 후에는 늘 미호 선생님 식단으로 따라 먹다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여태껏 많은 코스들을 다녀왔잖아요. <하입비스트> 독자들에게도 코스 하나 추천해 준다면?
짧고 굵은 코스를 좋아하면 북한산 향로봉.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인왕산 추천해요. 진짜 지옥 코스로 내 한계를 테스트해보고 싶다? 그러면 지리산을 추천드립니다. 한 번은 당일치기로 미호랑 지리산 왕복 3시간 30분 완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죽을 뻔했어요.
클라이밍도 하는 것 같던데요.
클라이밍은 등산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어요. 친한 형이 ‘오랜만에 클라이밍 다시 시작할 건데 같이 가볼래’해서 따라갔다가 완전히 빠졌죠. 시작한 지 1년 반 넘었어요. 문제 푸는 식으로 코스가 진행되는데,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잡생각이 다 사라져요. 산도 그래서 좋고요.
같이 등산하고 싶은 사람과 같이 음악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등산은 제이통 형? 잘 올라갈 것 같아요. 워낙 자연을 좋아하는 형이기도 해서. 스윙스 형이랑도 가보고 싶은데 아직 서로 말로만 약속했어요. 기사 보면 연락 주세요.(웃음) 음악은 글쎄요. 나훈아? 제시도 하고 싶어요. 여왕이잖아요. 그리고 자이언티, 이센스 형도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쇼미더머니(이하 쇼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이번 시즌에는 참가자가 아닌 시청자로 보게 됐는데 어떤 기분이에요?
이번 시즌 아직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 갑자기 트로트가 갑자기 대한민국을 휩쓸었잖아요? <쇼미>가 잘 돼서 힙합이 다시 부각됐으면 좋겠네요.
저는 오늘도 보고왔는데 요즘도 가끔 본인 과거 <쇼미> 영상 봐요?
보죠. 진짜 가끔씩. 보고 있으면 ‘아, 고생했구나’ 싶어요. 발전 단계가 보이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예나 지금이나 ‘디보’라는 캐릭터는 정말 독특한 것 같아요. 지금껏 자기 색깔을 지킬 수 있었던 에너지의 원천은 뭐였나요?
자기에 대한 믿음. 그게 다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장르의 음악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 많이 해요. 아직 낯설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장르니까요. <쇼미더머니 8>의 ‘BAMN’ 무대에서 슬라임 랩을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고요.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신곡을 예고했는데. 곧 만날 수 있을까요?
10월 31일에 새 EP 앨범이 나와요. 제목은 <Wonderful Disaster 2>. 사랑이 그렇잖아요. 말 그대로 ‘경이로운 재해’, ‘아름다운 재난’와도 같은 사랑에 대한 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어요. 총 3편의 시리즈 앨범인데 그중 2를 먼저 공개하려고요.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디보가 생각하는 디보는 어떤 뮤지션인가요?
디보는 디보죠. 그냥 디보.
그럼 심현보는 어떤 사람이에요?
음. 심현보는, 그냥 심현보?(웃음)
마지막으로 이별로 아파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빈 공간이 생기잖아요. 그게 이별 때문이든, 이별이 아닌 뭐든 간에요. 그 빈 공간을 최대한 빨리 채워버리세요. 그럼 그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든지 산에 간다든지 그게 뭐든 간에 새로운 일에 열을 내다보면 앞으로 가는데 힘이 되더라고요. 마음 속 작은 구멍이 스스로를 삼켜버리지 두지 마세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