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라 인터뷰 - 나만의 파랑새를 찾아서

곧 졸업을 앞둔 젊은 화가가 철학적으로 구현한 ‘행복’의 모습.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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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곳은 바로 작년 코엑스에서 개최된 <베리굿즈 2019>의 한 부스다. 행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상품성이 강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나 아트 상품으로 가득했던 그곳에 마치 혼자 다른 지령을 받고 온 듯, 누가 봐도 눈에 띄는 그림들이 무심하게 전시된 부스가 하나 있었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지 알 수 없는 <N5BRA>라는 태깅 외에는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행사장을 나설 무렵, 그 부스에서 그림이 대형 벽화로 작업되고 있었다. 전동 사다리차 위에서 부스스한 염색 머리에 위아래 흰옷을 입고 라이브 페인팅을 하던 작가의 뒷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일명 ‘올백’ 패션으로 벽화를 작업한 것과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에 대해 넘치는 욕심을 보인 당시의 모습은 노브라라는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그림 앞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인 노브라.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작품과 전시에 대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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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노브라(N5BRA)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활동명이 독특한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는 발음하기 쉽다는 이유로 정착된 이름이다. 엄밀히 따지면 ‘엔오브라’가 맞지만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노브라’라고 발음한다. 모두의 예상처럼 이름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원동력이 되었던 순간도 있다.

벌써 두 번째 개인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다. 소감이 어떤가?

예상보다 더 큰 호응과 관심 속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보냈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만큼 두 번째 개인전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에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압박감에 시달렸다. 반 년 넘게 준비했었던 작품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3개월 동안 모두 새로 그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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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개인전은 <Blue Bird Complex>라는 타이틀로 진행된다.

<Blue Bird Complex>는 동화극 ‘파랑새’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동화는 ‘행복은 먼 곳이 아닌 늘 가까운 곳에 있다.’ 라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여기서 나는 과연 ‘행복’이란 것이 실존하는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그곳을 향해 가는 과정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전시를 준비했다.

<노브라>가 그리는 이상적인 행복에 관한 이야기 인가?

‘행복’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상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가 기저에 깔려 있다. 그토록 간절했던 첫 번째 개인전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뒤, 오히려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불확실한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성취감 보다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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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점의 작품이 전시되는가?

구작과 신작을 포함해서 약 40~50점 정도 전시될 예정이다.

현재의 작업 스타일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그림은 어릴 때부터 그려왔다. 특출난 외모도 아니었고 뚜렷한 장기도 없었지만 적어도 내 그림은 꽤 주목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줄곧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아왔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생계의 걱정이 앞서다 보니 상업적인 그림을 작업하는 학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여전히 그림은 그릴 수 있었지만 내가 꿈꾸던 작업 환경은 아니었고, 잠시 방황하던 시절에 우연히 그라피티를 접하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창작 활동을 영위하던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었고,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조금씩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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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노브라를 만든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2018년 아라아트센터에서 진행됐던 <YCK 2018(Young Creative Korea 2018)>에서의 대형 벽화 작업, <It’s gonna be alright we are young>. 13m 높이의 대형 작품을 라이브 페인팅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덕분에 많은 사람들 눈에 각인이 된 것 같다. 본 작업을 계기로 처음으로 작품을 판매하게 되었고, 해당 작품의 구매자가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던 갤러리의 대표님이었다.

크기 못지않게 작품에서 사용하는 강렬한 색감도 인상적이다.

색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인식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노란색은 따뜻하고 붉은색은 강인한 인상을 가지며, 하늘은 파랗다는 것처럼. 특히, 파란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는 파란색이 가진 일종의 딜레마 때문이다. 실제로 바다와 하늘이 파란색은 아니지만 빛이 산란되어 푸른색으로 보이게 되는 점이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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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필체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그림을 그릴 때는 어떠한 규정이나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의식적으로 자유롭게 작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그래서 구도와 색감, 그리고 인체나 사물의 비율을 무작위로 섞는 그림을 최근에 작업하는 중이다. 이번 포스터에 사용된 그림도 본 작품을 마무리하고 손을 쉬게 하려고 낙서하던 중에 나온 이미지인데 그것이 마음에 들어 포스터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역시 힘을 빼고 그리는 게 최고다. 그게 가장 어렵지만.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그림에 담긴 이야기도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주로 글을 먼저 쓰는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해당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그림과 함께 전시될 예정인데 같이 보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과 그림이 때로는 복잡하고 때로는 간결하게 연결되는데, 작품에 나만의 서사를 담는 방식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첫 전시의 판매 성적 때문에 두 번째 전시도 주변의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

물론 판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고 이번 전시의 주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최대한 그 걱정을 스스로 배제하려고 했다.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작품이 나왔고 그것을 전시를 통해 선보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부분에서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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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외의 올해 예정된 계획이 있는가?

올해 드디어 대학을 졸업한다.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심신으로 큰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다. 졸업 후에 생길 약간의 여유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전시를 찾는 관람객에게 알리고 싶은 관전 포인트는?

주말에 전시장에 상주할 예정입니다. 여러분, 마스크 꼭 착용하시고 관람해 주세요.

<Blue Bird Complex>
주소: 갤러리 스탠,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12길 45
전시 기간: 10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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