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노창 인터뷰: 너의 계절을 없애버린 이야기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을 여기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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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노창(이하 노창)은 때로 난해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음악 팬들 사이에서 확고한 개성과 실력을 두루 인정받는 아티스트다. 동시에 자주 작업물을 만나기 어렵고,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의 새 작업물 소식은 늘 팬들에게 큰 환영을 받는다.

불현듯 내놓은 새 싱글 ‘없는 계절’ 또한 마찬가지다. 언제나처럼 이번 노래에도 감탄이 이어졌고,  뒤이어 리스너들의 다양한 해석이 따라왔다. 새소년의 ‘난춘 (亂春)’을 리믹스한 트랙이라는 점부터 버추얼 유튜버인 ‘아이네’가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두 화자가 등장하는 가사와 편곡 구성, 노래 제목까지 이 노래에서 추측과 해석을 불러오는 흥미로운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입비스트>는 그에게 직접 이 모든 수수께끼의 가운데 있는 한 여자에게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창은 어디서도 공개한 적 없는 개인 사진들과 함께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왜 ‘난춘’의 리믹스여야 했는지, 왜 ‘없는 계절’이 된 건지, 어떻게 이러한 참여진이 함께하게 됐는지, 왜 아기 사진이 앨범 커버여야 했는지, 이 인터뷰를 통해 그 모든 퍼즐들이 맞춰질 것이다.

약 2년 반 만의 새 싱글이에요. 신곡을 새소년의 ‘난춘’ 리믹스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 노래의 내용은 저를 아껴준 분과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 여자분은 매일 아침 새소년의 ‘난춘’을 틀어놓고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원곡을 좋아했어요. 결국 제가 상처를 주고 관계를 끝내게 됐는데요. 그에 대해 제가 제대로 된 사과를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자 좋아하시던 노래를 고르게 됐어요.

그러면 그분과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인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지금도 서로 안부를 묻거나 하는 정도의 연락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마음을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러면 여성 보컬 파트 부분의 화자는 그 여자분인 거군요?

맞아요. 처음 작업을 하면서 제 파트 작업을 끝냈는데, 뭔가 저 혼자만의 입장만 정리한 느낌이라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자 파트도 써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해봐도 어쩔 수 없이 제 입장에서 바라본 그분의 모습밖에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렵겠지만 여자 파트 가사를 써줄 수 있겠냐고 부탁을 했어요. 그랬더니 다음 날 장문의 메시지가 왔고, 그걸 토대로 여자 파트 가사를 완성했어요. 보내드린 사진은 실제 그 친구와 저의 대화인데요. 보시면 알 수 있듯 그 이야기가 거의 그대로 가사가 됐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노래인데, 피처링 아티스트가 여러 명 참여했어요. 원작자인 황소윤 씨의 참여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원작자인 황소윤 씨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했어요. 당시에는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 원래 황소윤 씨 곡이나 새소년 밴드의 곡은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기지 않은 뱡향으로 소비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방침이라고 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리메이크나 광고 삽입, 단순 개사나 협업 프로모션 제안이 들어와도 전부 거절을 하셨던 거죠. 유튜브 커버 같은 건 괜찮지만,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허락을 해준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해요. 저는 그런 걸 전혀 모른 채 먼저 작업을 하고 참여를 부탁드린 거죠.

그러니까, ‘난춘 리믹스’는 어쩌면 애초부터 성사될 수 없는 작업이었던 거예요. 그걸 모른 채 소윤 씨에게 곡을 보내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어려운 결정을 해주셔서 리믹스를 발매할 수 있게 됐어요. 이 자리를 빌어 소윤님과,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세계 아이돌’의 아이네 씨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도 큰 화제가 됐어요.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여자 화자의 가사가 정리되고 나니, 여자 보컬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노래의 화자가 남자와 여자 두 명이 등장하니까요. 처음에는 원작자인 소윤 씨과 하고 싶었는데, 해외 일정 등의 문제로 초반부 보컬과 기타 파트를 끝으로 추가적인 참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아이네 님을 염두에 두진 않았어요. 이세계 아이돌은 그룹 콘셉트로 쭉 가야 해서 외부 작업은 아예 안 하는 방침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많은 후보들을 두고 작업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예전에 들었던 아이네 님의 ‘부엉이’ 라이브가 떠올랐어요. 그때부터 연락을 해볼까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결과물은 잘 나왔지만, 특별한 조합인 만큼 성사되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을지도 궁금해요.

처음에 아이네 님과 같이 작업하기로 마음을 먹고, 공식적으로 연락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회사에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매니지먼트 팀 전체가 반대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며칠을 고민하다가 역시 다시 생각해봐도 아이네 님과 하고 싶다고 또 얘기했어요. 그런데 한 번 또 거절을 당했어요. 제 추측이지만, 매니지먼트 팀 입장에서는 오랜만의 곡이고 여러 의미를 생각했을 때 이런 시도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모양이에요. 정말 원한다면 회사 차원에서 연락은 해보겠다고 했지만요.

그래도 꼭 같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요청을 하려다가, 이번에는 먼저 스윙스 형에게 연락을 했어요. 스윙스 형은 그때까지 진행 상황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네 님 영상을 몇 개 보내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같이 하고 싶은데 매니지먼트 팀에서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봤어요. 그때 형이 “예술을 하면서 뭐든 최초의 벽을 깨야 하는 시기가 올 거다. 나는 그런 걸 하는 게 너무 멋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정말 멋있는 말로 힘을 줬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 협업을 꼭 하겠다고 다시 굳게 생각하게 됐죠.

아이네 씨와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아이네 님 보컬 실력은 말이 필요 없을 것 같고, 가장 놀랐던 점은 적응력과 표현력이었어요. 해본 적 없는 스타일로 디렉팅을 드렸는데도, 바로 캐치하고 완벽하게 소화해 내시더라고요. 초견인 상태에서 작업한 거나 마찬가지인데도 정말 가이드를 잘 따라와 줬습니다. 지금처럼 디스코드로 대화하면서 원격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저도 처음 해보는 녹음 방식이여서 완벽하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모든 방면에서 깜짝 놀랄 만큼 잘해주셨어요.

곡에 함께한 또 한 명의 여성 보컬인 윤훼이 씨의 참여는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처음에 “어디서든 도망치려는 너의 망상이 마주한 거였으니까”까지 가이드를 만들어 우왁굳 님과 아이네 님에게 전달드렸고, 허락을 해주신 상태였습니다. 그 뒤 파트는 저에겐 음역대가 너무 높아 녹음을 안 한 상태였는데, 여러 참여진과 계속 연락하고 주고 받고 하며 그 부분을 녹음 누락 상태로 보낸 거였죠. 그래서 나중에 아이네 님께 이 부분까지 아이네 님 가창 구간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간단한 피처링인 줄 아셨던 우왁굳님께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파트가 너무 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주한 거였으니까~” 파트까지만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예외적으로 피처링 요청에 응해준 것만 해도 감사한데 추가 요청을 하기가 어려워서 남은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그런데 제가 친한 여자 보컬이 두세 명 정도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제가 오랫동안 잠수를 탔다가 다시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윤)훼이에게 거의 2년 정도 만에 연락을 했죠. “선생님…”이라고.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뒷부분 파트를 부탁했어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너무 고맙게도 흔쾌히 OK를 해줬어요.

그런데 완성된 곡을 들어보면 그 부분도 결국은 아이네 씨가 부르고, 윤훼이 씨는 마지막 부분을 불렀잖아요.

맞아요. 제가 그때 훼이에게 부탁을 해놓고도 마음속에서는 이 파트를 두 사람이 나눠 부르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이 해소가 되지 않더라고요. 원래 한 사람의 화자가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그날 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가 우왁굳 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사실 이 노래가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의 화자가 등장하는 곡이고, 그 파트는 한 사람이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걸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참여 범위를 생각해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죠. 다행히 우왁굳 님이 곡의 테마나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그 파트 전체를 아이네 님께 부탁드릴 수 있게 됐어요.

그 덕분에 훼이에게는 다른 역할을 부탁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당시에 처한 상황에 대해서 스윙스 형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스윙스 형이 저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았거든요. “네가 신이 됐다고 생각해봐라, 너와 똑같은 사람이 저 아래 세상에 있을 때 그 사람이 지은 죄가 대체 뭐라고 그렇게 평생 고통받게 하겠느냐?” 그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렇게까지 큰 죄가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자비를 좀 베풀라는 이야기였죠. 그 이야기를 노래의 마무리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훼이가 불러준 영어 파트가 그 부분인데요. 길을 헤맨 덕분에 오히려 이러한 좋은 구성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윤훼이 씨 파트는 독특하게 콰이어로 구성되어 있어요. 가사도 영어고요.

맞아요. 훼이가 정말 대단한 게, 그 파트가 전부 다 화음을 쌓아서 만든 거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파트 가이드를 전달할 때 멜로디를 따로따로 나눠서 뽑지 않고 통째로 보냈었어요. 그런데 카톡으로 “잠깐만” 하더니 그걸 그대로 다시 다 불러서 보내주더라고요. 그만큼 음감이 정말 좋다는 얘기죠. 파일을 받아보고 놀라서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들리던데”라고 하더라고요. 적어도 6개, 많은 부분은 10개 이상의 선율이 따로따로 진행되는 건데도요. 새삼 엄청난 사람이라고 느꼈죠. 그리고 이 파트를 영어로 끝낸 건 ‘머리도 마음도 알겠지만 뜻도 이유도 모르겠어서 실천을 못하겠다’고 생각하게끔, 외계어 조언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씨잼 씨의 참여도 화제가 됐어요. 저스트뮤직을 떠난다는 소식 뒤에 나온 작업물이기도 하고, 오랜만의 만남이기도 해서 반가워하는 팬들이 많았거든요.

저희는 오랫동안 같이 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서 함께할 거예요. 참여를 부탁하던 때가 <걘>이 나오기 두어달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는 그때 <걘>을 미리 받아서 들어봤거든요. 저는 <킁>도 참 좋아하지만, <걘>에서도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스타일이 곡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잼이한테도 오랜만에 연락해서 참여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죠. 잼이도 흔쾌히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가사였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이야기를 담아낸 노래다 보니까, 잼이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도저히 가사를 못 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해를 했지만, 잼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어요.

해결책은 제가 가사를 쓰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틀 정도 <걘>과 <킁>만 하루종일 돌려 들으면서 제가 직접 잼이 성대모사를 하면서 그 파트를 만들었죠. 그렇게 만든 파트를 잼이에게 보내줬어요. “너도 래퍼고 아티스트인데 내가 이런 식으로 만든 걸 대신 불러주는 게 괜찮을지 한번 생각해 볼래?”라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죠. 그런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면 가사의 전반적인 틀만 짜서 전달한 게 아니라 플로우도 직접 만드신 거군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 못했을 것 같아요.

네, 제가 불러서 줬던 거랑 똑같이 해서 나온 거예요. 잼이가 가창만 해준 거죠. 저도 이렇게 해준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오래 했으니까 서로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또 저도 음악을 이만큼 했으니 어느 정도 캐치할 줄은 아는 거죠. 물론 제 생각에 ‘잼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 하는 걸 보내준 거지 잼이랑 똑같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킁>도 오래된 앨범이고, <걘>도 발매가 이번에 된 거지 만들어진 지는 좀 됐거든요. 저는 그 시기의 씨잼을 따라한 것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번에 별 고생없이 진행된 부분이 없네요.

맞아요. 그래서 원래 1월 초에 내려고 했던 곡인데 4월이 돼서야 나오게 됐죠.

사진으로 보내주신 걸 보면 씨잼 씨 파트의 가사는 종이에 먼저 쓰신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가사를 떠올리게 되었나요?

제가 밤에 잠을 잘 못 자서 빗소리나 앰비언스 음악 같은 걸 틀어놓고 누워 있거든요. 그런데도 잠이 정말 안 올 때면 엎드려서 글을 쓸 때가 있어요. 사진으로 보내드린 총 네 줄의 글도 잠이 안 올 때 쓴 건데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겠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큰 글이에요.

여자 화자의 가사에서도 “너의 망상이 너를 계속 도망가게 만드는 거야”라고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저는 실제로 안정감을 느껴도 불안해하고, 오히려도 불안할 때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너무 삶이 안정되어 있을 때는 상대방에게 내가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 도망을 치게 돼요. 그렇게 도망을 치고 나면 외톨이가 되고, 마음이 오히려 더 편해져요. 하지만 객관적 시선에서 봤을 때 혼자 있는 모습이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역설적으로 표현한 거죠. 안정적일 때 도망가야 한다. 외톨이일 때도 사실 도망가야 하는 상태다. 그런 걸 문득 혼자서 써놓고 보다가 이걸 가사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보내주신 사진 중에 ‘원래 앨범 커버’라는 사진도 있어요. 이미지로만 보기엔 정확히 무슨 사진인지 알기가 어려운데요.

곡 작업이 거의 완료됐을 때까지도 앨범 커버와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커버를 마지막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거든요. 지금까지 제 앨범 커버는 다 제가 만들었고, 커버 아트워크 작업도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이 해왔는데요. 어떻게 만들어도 너무 제 스타일 그대로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중이었는데 그 사진이 맘에 들어서 커버 아트워크로 쓰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사진의 정체를 잘 모르겠어요. 무슨 사진인가요?

누워서 방에 주황빛 조명 켜놓고 손 그림자를 찍은 거예요. 그 색감이 원곡인 ‘난춘’에 어울린다고 느껴졌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따로 제목이 안 정해진 상화이었거든요.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귀여운 아기 때 사진이 커버가 됐어요.

이 노래의 여성 화자인 친구가 유독 좋아했던 사진이에요. 발가락을 잡고 있는 게 너무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남자들은 그런 얘기 들어도 뭔가 부끄럽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의미도 있으니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사진을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꾸게 됐어요.

제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없는 계절’이라는 제목도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난춘’이라는 제목도 중의적인 의미로 쓰였는데, 이번엔 아예 계절 자체를 없애버린 거잖아요.

그분과 지냈던 시간들을 떠올려보니 그 시절을 제가 ‘없는 계절’로 만들어버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분과 지내던 1년 넘는 시간 동안 밖에 거의 밖에 못 나갔거든요. 작업실 정도는 오가긴 했지만, 흔히 남녀가 만나면 보통 데이트를 하잖아요.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든가 뭔가 보러 간다든가. 그런데 제가 사람 만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해서 그런 걸 전혀 못했어요.

딱 한 번 같이 서점에 갔는데 그때도 공황이 터져서 다시 돌아왔어요. 그래서 함께한 시간 동안 그 친구를 집안에 붙잡아둔 것 같은 느낌이라, 그 친구에겐 그 시간 동안 계절이란 게 의미 없지 않았나 싶었고, 그래서 계절이란 걸 내가 다 없애버렸다고 표현한 거예요.

이야기를 쭉 들어보면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만드는 과정, 가사는 물론 앨범의 참여진과 커버 아트워크까지 다 그 여자분이 큰 영향을 끼쳤어요. 사실상 그분에게 바치는 노래인 거잖아요. 그분께도 직접 들려드렸나요?

네, 발매 전에 미리 들려줬죠. 그 친구는 마치 엄마처럼 저를 계속 돌봐줬어요. 가사를 봐도 그분은 엄마처럼 돌봐준 사람이고, 저는 망나니 같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죠. 커뮤니티에 가보니까 실제로 그 가사의 여성 화자를 어머니라고 해석한 분도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재밌었어요. 실제로 어머니에 대한 가사는 아니지만, 그 친구에게 엄마 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요.

이 노래는 두 사람 사이의 일, 두 사람이 나눴던 감정의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둘 사이의 대화라기보단 인터뷰어가 따로 있고 두 사람이 각각 그 사람과 인터뷰를 한 구성이에요. 지금은 먼 사이가 되어서 서로 대화를 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보내주신 사진 중에 ‘선물받은 물건’이 두 개 있더라고요. 이것들도 그분과 관련된 물건들인가요?

그렇습니다. 둘 다 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해준 선물이라 의미가 커요. 이어폰은 제 생일에 그 친구한테 깜짝 선물을 받은 건데요. 제가 원래 쓰던 이어폰이 선물받은 이어폰의 이전 모델이었거든요. 그런데 양쪽 다 귀에 거는 부분이 부러진 채로 쓰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그걸 보고 서프라이즈로 선물해줬는데 너무 고맙더라고요.

노트와 만년필도 그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에요. 그 친구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친구고 저는 글 쓰거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매일 A4 용지에 편의점에서 산 볼펜 같은 걸 쓰니까 어느날 노트를 먼저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 안에 좋은 글들을 많이 적었어요. 또 싸구려 펜을 보더니 만년필까지 줬어요. 노트는 다 쓰면 끝나잖아요. 그래서 1/3 정도 남았는데 일부러 안 쓰고 있고요. 남겨두고 싶어서요. 펜은 지금도 가사 쓸 때나 그림 그릴 때 잘 쓰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이번 노래에 함께해주신 씨잼 님, 윤훼이 님, 소윤 님, 아이네 님 그리고 특별 감사 왁굳 님.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함께 고생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없는 계절’ 생각나실 때면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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