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 30주년 기념 반스 협업 컬렉션에 담긴 ‘DEUXISM’

이현도가 직접 말하는 듀스와 반스의 교집합.

패션 
7,911 Hypes

반스가 전설적 2인조 댄스 그룹 듀스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협업 풋웨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듀스는 2년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중음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룹이다. 1990년대 듀스가 선보인 음악과 댄스, 패션 등은 10대, 20대를 중심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커다란 영향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협업 컬렉션은 이러한 듀스의 업적에 대한 경의를 담은 어센틱 44 DX와 올드스쿨 36 DX 두 가지 실루엣으로 구성됐다. 심플하면서 강렬한 두 신발의 디자인은 반스의 ‘오프 더 월(Off the Wall)’ 정신과 듀스의 ‘듀시즘(DEUXISM)’ 사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협업의 테마가 된 2집 앨범 <DEUXISM>에 담긴 듀스의 철학이 창조적 자기 표현을 지지하는 반스의 정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하입비스트>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듀스의 이현도와 직접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려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현도와 故 김성재의 반스에 대한 추억부터 ‘듀시즘’과 ‘오프 더 월’의 교집합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협업 디자인에 표현된 방식, 마지막으로 2023년 다시 한번 <DEUXISM>에 주목해야 할 이유까지. 199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부터 새롭게 듀스를 접한 세대까지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이번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아래에서 만나보자. Here We Come!

DEUX LEGACY

앞서 듀스가 1990년대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아티스트였다고 소개했지만, 동시대에 그 파급력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활동이 당시 얼마나 신선하고 충격적인 것이었는지 와닿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더라도 듀스의 음악은 훌륭하고, 패션 또한 세련되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간 축을 1993년으로 돌려보면 그 모든 것이 한층 더 위대하게 다가온다. 1993년의 듀스는 단순히 멋진 음악과 춤을 선보인 뮤지션이 아니라 문화의 개척자이자 선구자였다.

이제는 댄스, 힙합에 기반한 음악들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주류가 됐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댄스 음악, 랩 음악은 ‘가짜 음악’ 혹은 ‘가벼운 음악’으로 취급되곤 했다. 이현도는 “직접 연주를 하지 않고 컴퓨터만으로 음악을 완성한다는 것, 멜로디 없이 말과 리듬만으로 노래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지던 시기였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힙합, 뉴잭스윙을 도입한 듀스의 음악은 모든 것이 도전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기성 세대의 평가나 시장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저희는 젊고 패기가 넘쳤기 때문에 ‘우리 음악이 한국 가요계에 녹아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아예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했죠.” 이처럼 ‘오프 더 월’ 정신으로 무장한 스무 살 두 친구는 제대로 일을 냈다. 듀스는 독보적인 음악성과 개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고, 이는 이후 수많은 한국 힙합 및 흑인음악 기반 케이팝 장르 음악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

Y2K 트렌드를 위시한 레트로 열풍으로 재조명 받고 있는 듀스의 패션 또한 1993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 시대엔 찢어진 청바지를 입으면 멀쩡한 바지를 찢어 입는 미친 사람이라며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현도의 한마디로 지금은 오히려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듀스의 패션이 당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듀스는 그러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핏과 아이템을 선보였다. 아티스트가 직접 작품마다 키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확실한 비주얼 콘셉트를 보여주는 것도 그 시대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그 시대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죠. 우리가 던진 화두가 음악, 패션의 신드롬이 됐어요.”

이현도는 시대를 앞선 듀스의 패션 스타일링에는 김성재의 역할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문화가 많았어요. 하지만 성재는 영국과 일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경험한 문화의 폭이 달랐죠.” 김성재는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보드와 비디오 게임을 즐겼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 컬처 및 패션 트렌드를 폭넓게 흡수했다. 그렇게 키워온 남다른 패션 감각은 듀스의 활동 때마다 음악과 어우러져 빛을 발했다. 이현도는 “지금도 옛날 사진을 볼 때면 ‘그 시절 이런 스타일링을 어떻게 알고 한 걸까.’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DEUX MEETS VANS

“반스라는 브랜드인데, 스케이트보드 타는 애들은 무조건 다 이거 신어.”

이현도에게 반스를 처음으로 알려준 것도 김성재였다. 이현도는 고등학교 시절 김성재의 집에서 처음 반스를 만난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재가 일본에서 전학을 왔어요. 친해져서 집에 놀러 갔는데, 방 안에 처음 보는 옷이나 게임기 같은 것들이 많아서 눈이 휘둥그레졌죠.” 그렇게 찬찬히 방을 구경하던 17살 이현도의 눈에 들어온 신발 하나가 있었다.

그가 처음 보는 디자인의 신발에 호기심을 보이자 김성재는 “반스라는 브랜드인데, 스케이트보드 타는 애들은 무조건 다 이거 신어.”라고 웃으며 소개를 해줬다. 그리고 이날의 추억은 듀스 x 반스 협업의 출발점이 됐다. 실제로 이현도는 “성재와의 추억이 반스 협업을 진행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DEUXISM = Off the Wall

듀스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반스 협업 컬렉션은 2집 앨범 <DEUXISM>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앨범이 협업의 테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힌트는 앨범의 타이틀인 ‘듀시즘’에 있다. <DEUXISM>은 1집을 통해 등장을 알린 듀스가 음악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면서 본인들의 사상인 ‘듀시즘’을 확고하게 천명한 작품이다.

이현도는 이 ‘듀시즘’이라는 단어가 반스의 브랜드 정신과 커다란 교집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듀시즘’은 듀스의 사상을 대변하는 신조어예요. 자유와 젊음을 바탕으로 한계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듀시즘’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 자기 표현을 지지하는 ‘오프 더 월’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가치를 공유한다.

앨범 안에서도 이러한 정신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만날 수 있다. 3번 트랙의 제목이 ‘무제(無題)’가 된 일화가 대표적이다. 3번 트랙의 제목은 원래 ‘HipHop Tip’이었지만, 당시 “힙합”이라는 단어가 유해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해당 제목이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납득하지 못한 듀스는 “그렇다면 차라리 제목을 안 짓겠다”고 대응했고, 그 결과 노래 제목이 말 그대로 ‘무제’가 됐다. 그 밖에도 ‘Go! Go! Go!’, ‘개성’, ‘우리는’의 가사에는 모두 이전 세대의 규칙에 따르지 말고 개성을 추구하자는 ‘듀시즘’ 혹은 ‘오프 더 월’ 정신이 담겨 있다.

DEUX x VANS COLLECTION

듀스의 클래식 앨범 <DEUXISM>은 반스의 클래식 실루엣 어센틱 44 DX와 올드스쿨 36 DX에 어떻게 표현됐을까? 이현도는 디자인에 대해 “듀스와 반스의 정체성을 모두 담아내면서도 심플한 멋을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블랙, 화이트의 클래식한 컬러를 선택한 것은 “성재가 처음 소개해준 반스 스니커의 클래식한 컬러웨이에 대한 추억”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실루엣에는 모두 “DEUX FOREVER” 레터링 패턴이 더해진 특별한 커스텀 슈레이스가 장착됐고, 아웃솔에는 볼드한 “DEUXISM” 레터링이 새겨졌다.

어센틱 44 DX 어퍼는 듀스를 상징하는 원형 로고가 좌우에 나뉘어 새겨진 것이 특징이며, 미드솔에도 ‘DEUX’와 ‘FOREVER’라는 문구가 좌우에 각각 나뉘어 더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스의 헤리티지를 나타내는 체커보드 디테일이 텅에 표현된 것도 눈에 띈다.

올드스쿨 36 DX의 경우에는 화이트 토박스에 ‘DEUX FOREVER’가 음각으로 새겨졌고, 어퍼의 한쪽 패널에만 반스의 시그너처 체커보드 패턴이 적용됐다. 힐 부분에는 앨범 커버에도 등장하는 듀스의 동심원 심볼이 새겨진 것이 눈에 띈다. 해당 동심원은 작은 점에서 시작해 점점 영역을 팽창시켜 나가겠다는 듀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듀스의 활동은 동심원 심볼처럼 음악과 춤, 패션을 넘어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듀시스트들이 또 다시 그 원의 반경을 팽창시켜 나갔다. 반스는 이번 협업을 통해 듀스가 끼친 영향력에 찬사를 보내며, 직접 팽창된 동심원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23, DEUXISM 지금 다시

2023년, 듀스가 등장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듀시스트’들에 의해 그 정신은 계승되고 있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협업 바이닐 또한 그 계승의 한 형태다. ‘신구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제작된 바이닐의 A사이드에는 <DEUXISM>의 타이틀곡 ‘우리는’과 ‘그대 지금 다시’의 오리지널 버전이 실렸고, B사이드에는 각각 DJ 겸 프로듀서인 유누와 브릴리언트가 새롭게 재해석한 ‘약한 남자’와 ‘그대 지금 다시’의 리믹스 버전이 수록됐다. 한정 수량 제작된 바이닐은 제품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증정된다.

듀스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반스 협업 컬렉션은 발매 직후 반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 듀스 오피셜 웹사이트 등의 판매처에서 품절됐고, 현재 일부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어센틱 44 DX가 10만5천 원, 올드스쿨 36 DX가 11만5천 원.

한편, 3월 24일에는 이태원 볼레로에서 협업 컬렉션 론칭을 기념한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듀스가 활동하던 199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콘셉트로 한 이벤트에서는 듀스 x 반스 협업 제품 전시 그리고 이현도와 360 사운즈, 에잇볼타운 DJ들이 함께한 파티가 펼쳐졌다. 이현도가 직접 전하는 메시지와 듀시스트들이 함께한 뜨거운 현장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더 보기
Presented by Vans
기사 공유
기사 내 언급 브랜드

이전 글

슈프림 ‘30주년 기념 티셔츠 1994-2024’ 책 출시
패션

슈프림 ‘30주년 기념 티셔츠 1994-2024’ 책 출시

슈프림의 30년 역사가 담긴 책이다.

슈프림, 반스 협업 레오파드 스니커 컬렉션 출시 정보
신발

슈프림, 반스 협업 레오파드 스니커 컬렉션 출시 정보

돋보이는 레오파드 패턴.

반스, 각 세대의 대표 인물을 연결하는 ‘Old Meets Knu’ 캠페인 공개
신발

반스, 각 세대의 대표 인물을 연결하는 ‘Old Meets Knu’ 캠페인 공개

한국은 ‘음악’으로 엮었다.


레고 ‘스타워즈’ 25주년 기념 제품군이 발매된다
디자인

레고 ‘스타워즈’ 25주년 기념 제품군이 발매된다

처음으로 레고로 출시되는 그리버스의 기함, ‘인비저블 핸드’ 포함.

피터 팬 실사 영화 ‘피터 팬 앤 웬디’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출시된다
엔터테인먼트

피터 팬 실사 영화 ‘피터 팬 앤 웬디’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출시된다

주드 로가 연기하는 후크 선장?

정국, 캘빈클라인의 공식 글로벌 앰버서더 선정
패션

정국, 캘빈클라인의 공식 글로벌 앰버서더 선정

패션계는 방탄소년단이 접수 중.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남들과 겹치지 않는 니치 향수 5
패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남들과 겹치지 않는 니치 향수 5

향수 편집숍 대표, 브랜드 매니저, 프랑스 조향사 등에게 물었다.

팔라스 9주 차 드롭 리스트 출시 정보
패션

팔라스 9주 차 드롭 리스트 출시 정보

화제의 번개 어그 부츠도 포함됐다.

인간과 챗GPT이 공동 집필한 국내 첫 소설집이 출간됐다
테크

인간과 챗GPT이 공동 집필한 국내 첫 소설집이 출간됐다

책 표지도 AI와 함께 디자인했다.


나이키 에어 맥스 플러스 OG ‘하이퍼 블루’ 재발매 출시 정보
신발

나이키 에어 맥스 플러스 OG ‘하이퍼 블루’ 재발매 출시 정보

1998년작 실루엣의 클래식한 색상.

칼하트 WIP x 어웨이크 NY의 2023 SS 협업 캡슐 공개
패션

칼하트 WIP x 어웨이크 NY의 2023 SS 협업 캡슐 공개

디어본 캔버스의 신선한 해석.

꼼 데 가르송 x 나이키, 터미네이터 하이 협업 스니커 공식 출시
신발

꼼 데 가르송 x 나이키, 터미네이터 하이 협업 스니커 공식 출시

블랙, 네이비, 레드 컬러웨이로 공개.

루이 비통 x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창조’ 후속 컬렉션 캠페인 공개
패션

루이 비통 x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창조’ 후속 컬렉션 캠페인 공개

글로벌 앰배서더 정호연이 모델로 등장했다.

나이키, 에어 맥스 스콜피온 ‘에어 맥스 데이’ 공개
신발

나이키, 에어 맥스 스콜피온 ‘에어 맥스 데이’ 공개

에어 맥스 데이 기념 새단장.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