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의 모든 것: 영향력은 팔로워 수에 비례할까?
인플루언서부터 홍보대행사 대표, 브랜드 PR 담당자 등에게 물었다.

인플루언서란 SNS상에서 영향력을 펼치는 개인이다. 그런 개인은 SNS 시대의 시작부터 늘 존재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 포스트 하나로 수천만 원을 벌어들이거나, 럭셔리 브랜드의 행사 공간을 가득 채우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이 달랐기에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일까? 그 전에, 그들은 실제로 영향력이 있을까? <하입비스트>가 인플루언서부터 브랜드 대표까지, 각계각층의 인물을 직접 만나 해답을 듣고 종합했다.
“화제성과 팔로워 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유가 포스트는 많게는 건당 4000만 원까지도 가요. 저희 경쟁사는 더 주는 걸로 알고 있고요.” 인플루언서 광고 단가에 관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돌아온 한 럭셔리 브랜드 PR 담당자의 답변이다.
4000만 원. 큰 금액이다. 2024년 한국 직장인 평균 연봉이 약 4200만 원이다. 연예인도 아닌 개인이 거액의 돈을 받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에 준하는 관심을 브랜드에 끌어다 주기 때문이다. 연예인보다는 저렴하고, 매체보다는 친근하다. 패션 산업의 입장에서는 인플루언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플루언서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몇몇은 마케팅 채널의 역할을 넘어, 패션 산업의 주요 주체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패션 브랜드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협업 제품을 출시하거나, 공식 캠페인 화보에도 얼굴을 비춘다. 지난달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이키도 인플루언서인 카멜 커피의 박강현 대표를 캠페인 앰버서더로 내세웠다. 10년 전만 해도 스포츠 스타와 유명 뮤지션들로만 채워졌을 자리다.
이제는 인플루언서와 연예인 사이의 경계선도 조금씩 희미해지는 듯하다. 가장 확실한 인플루언서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연애 프로그램의 활황으로 인해 이제는 TV 출연 유무도 그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연반인’이라는 모호한 신조어의 등장이 그 방증이다.
더불어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외에도 팔로워를 모으는 방법은 수만 가지다. 잘 생겨서, 옷을 잘 입어서, 심심풀이로 찍은 릴스 몇 개가 대박 나서 등. 하지만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사람과 영향력을 지닌 인플루언서는 분명 다르다. 인플루언서가 되는 과정도 모호하다.
“바쁠 땐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해요. 옷도 그 안에서 갈아입어요. 브랜드마다 맞는 무드를 보여줘야 하니 당연히 착장도 여러 개를 맞춰 입어야 해요. 그러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죠.”
계정이 해킹당하기 전 약 11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했던 김수빈은 자신이 인플루언서가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브랜드 마케터로 활동하던 시절, 저희 회사의 제품을 입은 연예인의 ‘착샷’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는 했어요. 그러면서 해당 아이돌의 팬들이 제 계정을 많이 팔로우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사람들이 연예인이 아닌, 저를 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로우하기 시작한 건 몇몇 이슈 덕분이었어요. 특히 모 기업에서 출시한 ‘아톰 부츠’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구매했을 때, 그리고 발렌시아가 쇼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이야기를 올렸을 때 유입이 크게 늘었어요.”
사진관 알로사우루스를 운영하는 조유정도 본업으로 인플루언서 반열에 올랐다. “2022년에 시작한 알로사우루스가 인기를 끌며 제 개인 계정에도 팔로워가 유입됐어요. 그러다 올해 초에 찍은 메이크업 릴스 하나가 터져서 지금의 팔로워를 갖게 됐어요.”
갑작스러운 팔로워 유입은 우연에 가까워도, 이들의 이탈을 막는 것은 인플루언서의 필수 과업이다. 김수빈의 경우 많을 때는 하루에 무려 10개 이상의 행사에 방문한다. 그렇기에 행사가 몰린 날이면, 그의 자동차는 베이스캠프가 된다. “바쁠 땐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해요. 옷도 그 안에서 갈아입어요. 브랜드마다 맞는 무드를 보여줘야 하니 당연히 착장도 여러 개를 맞춰 입어야 해요. 그러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죠.”
매출보다 비용이 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이 김수빈이 말을 이어 나갔다. “ 패션 인플루언서가 매번 같은 옷을 입는 건 금물이에요. 유가 포스팅을 비롯한 콘텐츠로 한 달에 2000만 원을 벌면, 그중 절반을 옷에 썼어요. 또 카메라도 좋은 걸 써야 하고, 헤어스타일도 주기적으로 바꿔야 하죠. 그래서 인플루언서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거의 늘 적자였어요.”
조유정은 비교적 더 여유로웠다. “매일 스튜디오로 출퇴근하다 보니, 브랜드 행사는 일정 때문에 못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메이크업이나 하울 콘텐츠를 주로 제작해요. 대신 휴무일에 콘텐츠를 몰아서 만들다 보니, 늘 바빠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한 추억을 콘텐츠 형식으로 기록할 수 있어서 보람차요. 메가 인플루언서가 아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고충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메가 인플루언서는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개인을 뜻한다. 팔로워 수에 따라 인플루언서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126만 팔로워를 보유한 김태균에게 물었다. “1만 명 정도였을 때는 좋아하는 걸 편하게 올리고, 팔로워와 소통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10만을 넘기게 되니 많은 사람들이 제 계정을 본다는 게 느껴지면서 사진이나 영상 편집 방향을 더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100만을 찍고 나니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도 더 많아지고, 제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걸 제대로 실감하게 됐어요.”
한편, 익명을 요청한 한 10만 명 대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처지를 ‘들러리’라고 자조했다. “처음 목표는 일정 등급의 브랜드 행사까지 초대받아 보는 거였어요. 그런데 막상 럭셔리 브랜드 행사에 가보니 결국 주인공은 VIP 고객이고, 저희는 공간을 채우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더라고요. 또 일부 브랜드는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를 밤에 부르고, 인기가 덜한 인물을 낮에 불러요. 그럴 경우 괜히 낮에 초대받으면 어딘가 기분이 상하죠. 그렇다고 밤에 갔다고 해서 저한테 더 좋을 건 없는데 말이에요.”
행사장을 가득 채우는 웃음소리의 이면에는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숨어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를 위한 파티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아마 웬만한 인플루언서는 다 가기 싫어할 거예요. 안 가면 뒤처지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의 다른 한 편에서는 대외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인플루언서도 찾을 수 있었다. 엄은용은 3.6만 명 팔로워를 보유한 엄연한 인플루언서이지만, 그는 자신을 인플루언서로 규정하지 않는다.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어요. 협찬을 잘 안 받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홍보대행사에서 브랜드 행사에 초대해 주는 경우도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가 착용한 제품은 생소한 브랜드의 것이어도 그가 입었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기도 한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 ‘은용’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그 증거가 나왔다. 영향력이 작용하는 방향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지금의 인플루언서처럼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의 ‘코디’를 올리는 사람도 분명 많았어요. 저도 무신사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몇몇 분들의 사진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짜 영향력을 가진 개인은 서상영 디자이너, 그리고 준지 브랜드 이전 론 커스텀을 운영하던 정욱준 실장님 같은 ‘플레이어’들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다면 SNS상에서 개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시작은 20여 년 전에 처음 등장한 ‘얼짱’과 ‘파워블로거’로 볼 수 있다. 얼짱은 싸이월드에서 출중한 외모로 인기를 끈 개인들을 일컫는다. 과거 펑퍼짐한 카고 반바지와 느슨한 티셔츠로 조합된 룩 등을 유행시킨 얼짱 반윤희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리고 반윤희는 지금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파란 체크’를 달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한편, ‘파워블로거’는 네이버 블로그 등의 플랫폼에서 영향력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이들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정의 원고료’가 아니었으면 절대 입지 않았을 것 같은 옷을 리뷰하던 각종 네이버 블로그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의 반대편에는 담담하게 패션 신의 단면을 포착하는 블로그도 있었다. 해외에는 ‘사토리얼리스트’가, 그리고 국내에는 ‘유어보이후드’가 그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의 주 콘텐츠는 옷을 한껏 차려입은 이들을 담은 거리 사진이었다. 하지만 렌즈의 초점은 늘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 맞춰져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유어보이후드’를 운영하던 홍석우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지금의 인플루언서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체계적으로 계정을 운영하는 것 같은데, 저는 파워블로거가 되려는 목표가 아예 없었어요. 이게 직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 못 했어요. 블로거 생태계는 지금의 인플루언서 산업만큼 고도화되지 않아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홍석우는 당시 패션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인플루언서처럼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의 ‘코디’를 올리는 사람도 분명 많았어요. 저도 무신사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몇몇 분들의 사진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짜 영향력을 가진 개인은 서상영 디자이너, 그리고 준지 브랜드 이전 론 커스텀을 운영하던 정욱준 실장님 같은 ‘플레이어’들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파워블로거의 시대는 네이버가 파워블로거 선정을 중단한 2016년에 끝났다. 스콧 슈먼의 사토리얼리스트도 지금은 웹사이트를 닫고 인스타그램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신사도 지난해 커뮤니티 게시판의 운영을 종료했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바뀐다.
싸이월드와 블로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등장한 SNS 플랫폼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여느 SNS가 그렇듯이 두 채널 모두 영향력 있는 개인을 여럿 배출했다. 하지만, 이 둘은 비주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페이스북은 링크와 링크 간의 통로였고, 트위터는 짧은 글을 공유하는 창구였다. 따라서 각 플랫폼의 인플루언서는 패션 산업에서 한정적이었다. 이후 인스타그램이 등장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마음껏 팔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마련됐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등장과 인플루언서가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명품 브랜드 행사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한 순간 사이에는 시기적 공백이 있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가 지금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된 순간은 언제일까?
“저는 팔로워의 양보다 질을 봐요. 특히 패션 신에서는 얼마나 많은 업계인들이 팔로우하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입는 옷이야말로 감도가 공인된 제품으로 여겨지니까요. 단순히 광고나 협찬으로 입은 게 아니라.”
지난 20여 년 간의 국내 패션 산업을 몸소 경험한 편집숍 샘플라스의 홍광일 대표는 그 전환점을 코로나19라고 봤다. “예전에는 패션 기업이 네이버 키워드, 페이스북 홍보 등에만 신경 썼다면, 코로나19를 겪은 기점으로는 광고 홍보비의 상당 부분이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에게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자가격리 기간이 늘 수록, 온라인 체류 시간도 덩달아 느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왜 하필 패션이었을까. “사람들의 잉여 자금과 관심이 해외여행에서 디자이너 의류 소비와 파인 다이닝 등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그걸 소개하는 사람의 중요도도 커지죠.”
그런데도 홍광일 대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힘을 쏟지 않는다. “저희 숍에 입점한 브랜드는 워낙 독특하고, 규모도 작아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적합하지 않아요. 적어도 일반적인 형태의 인플루언서와는 말이죠.” 그렇다면 다른 의미의 인플루언서도 있는 걸까? 그는 앞서 대화를 나눈 홍석우와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저는 팔로워의 양보다 질을 봐요. 특히 패션 신에서는 얼마나 많은 업계인들이 팔로우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입는 옷이야말로 감도가 공인된 제품으로 여겨지니까요. 단순히 광고나 협찬으로 입은 게 아니라.”
그렇다면 2024년, 패션 인플루언서의 자리는 어디일까. 홍석우에게 다시 질문했다. “취향이 세분화되고,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요즘 시대에는 직접 내 취향을 찾는 것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삶을 보는 게 더 쉬운 길이에요. 연예인만큼 심리적으로 멀지는 않으면서, 아이템과 룩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니까요. 그런데 지금도 진짜 인플루언서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성공 서사 사이에서 드러나는 애티튜드를 보면 단순히 ‘저 사람처럼 입어야지’가 아니라,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죠.”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마치 랄프 로렌이 룩을 넘어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을 완성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듯, 서사가 뒷받침하는 영향력에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남다른 힘이 깃들어 있다.
“소통, 영향력, 창의력. 이 세 요소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팔로워가 많아도 진정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라고 봐요. 뉴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인 쌍방향성을 갖추지 않은 거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 개인의 영향력은 정녕 수치화할 수 없는 걸까. 인플루언서와 패션 브랜드를 연결하는 홍보 대행 플랫폼 브랜더진의 이건준 공동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플루언서의 실제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는 거의 없어요. 유일한 방법이 UTM이라는 추적 링크를 사용하는 건데, 이걸 쓸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라 사실상 업계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협찬 비용이 인플루언서를 나누는 유일한 정량적 지표인 팔로워 수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혼탁한 시장이에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포스트 당 최대 30만 원, 7만 팔로워 이상부터는 건당 100만 원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예외가 많아요. 팔로워가 적어도 감각이 좋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돈을 더 받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가짜 팔로워가 다수인 인플루언서가 포스트 당 1000만 원을 받는 일도 생겨요.” 문득 그가 생각하는 인플루언서의 본질에 관해 묻자, 그는 세 개의 키워드를 나열했다. “소통, 영향력, 창의력. 이 세 요소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팔로워가 많아도 진정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라고 봐요. 뉴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인 쌍방향성을 갖추지 않은 거니까요.”
그렇다면 많은 패션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청한 젠틀몬스터의 전 PR 담당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브랜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함께 협업 컬렉션까지 낸 제니의 파급력이 가장 컸지만, 인플루언서의 덕도 많이 봤어요. 늘 연예인에게만 의존하기에는 리스크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드니까요. 반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확실히 ‘가성비’가 좋아요. 당장 저희는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안 써요. 오직 ‘시딩’.” 시딩은 단순 제품 제공을 뜻한다. “그렇게 시딩을 받은 인플루언서는 일제히 제품 발매일에 앞서 제품 ‘착샷’을 올려요. 확실한 홍보가 되죠.” 왠지 인플루언서를 엄선하는 기준도 까다로울 것 같았다. “내부 ‘F&F’ 리스트도 있고, 협업 제품마다 색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아서 시딩을 진행해요. 아무리 팔로워가 많아도, 결국 제품 이미지와 안 맞으면 무용지물이에요.”
하지만 브랜드와 맞는 이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상당히 모호하다. 올해 8월에 브랜드를 런칭한 황상인 대표도 이를 몸소 느꼈다. “브랜드 설립 초기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이 인플루언서 시딩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고객 페르소나에 맞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직접 전달했어요. 그런데 해 보니 팔로워 수와 구매 전환율이 비례하지는 않더라고요. 이제는 타깃을 조금 바꿔서 주목받는 3D 아티스트나 뮤비 감독님 등에게 시딩하고 있는데,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있어요. 이유는 저도 알아가는 중이지만요.”
오늘날 인플루언서가 환영받는 이유는 꽤 단순하다. 이들은 어렸을 적 닮고 싶었던 동네 멋진 형, 혹은 언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같은 음악을 흥얼거리고,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삶을 꿈꾸게 하는. 다만, 차이점은 SNS는 그 동네의 반경을 전 세계로 넓혔다는 거다. 그리고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영감에도 한계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세상에 적당한 수의 인플루언서란 없다. 취향은 다양할수록 좋다. 분명 먼 훗날에도 새로운 형태의 인플루언서가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