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원, 인터뷰, 하입비스트, 슬로모, 힙합, 래퍼, 에이피알케미, ap알케미, 스윙스, 키드밀리, 인디고, 노엘, 김상민, 릴러말즈, 오보에
양홍원, 인터뷰, 하입비스트, 슬로모, 힙합, 래퍼, 에이피알케미, ap알케미, 스윙스, 키드밀리, 인디고, 노엘, 김상민, 릴러말즈, 오보에
양홍원 인터뷰: 너네 준비됐어?
“너네 준비됐어.”

상당히 오랜만에 내놓은 ‘Citi+’가 발매 후 한 시간 만에 음원 차트에 오른 일이 화제가 됐다. 소감이 어땠나?

음원에 대한 반응은 댓글이 다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사실 공개 직후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 ‘Citi+’ 발매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반응이 이렇게 안 좋은데 앞으로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음악을 할까?’ 싶었다. 발매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하지만 1시간 후에 차트를 보고 맘이 놓였다.

최근 릴러말즈와 함께 발매한 EP <L&B>도 반응이 뜨겁다. 양홍원과 릴러말즈. 생각지 못한 의외의 조합이다.

‘ROLEX’를 발매한 날, 릴러말즈 형한테 축하한다고 페이스타임이 왔다. 그날 릴러말즈 형 집에서 만났는데 내게 실제로 롤렉스 시계를 주더라. 그 뒤로 일곱 번 더 만났더니 EP <L&B>가 완성돼 있었다.

EP <L&B>에 수록된 곡 중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곡은 뭔가?

‘와이셔츠를 다렸지’라는 곡이다. 릴러말즈 형의 스튜디오에 놀러 갔을 때 가이드 버전을 들었다. 그걸 듣다가 녹음 부스에 들어갔는데 그 곡이 만들어졌다. 그다음에도 같이 몇 번 놀다 보니 2~3곡이 더 생겼다. 원래는 ‘와이셔츠를 다렸지’만 싱글로 발매할 계획이었는데 차차 곡이 쌓이니까 앨범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을 더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즐겁게 놀듯이 작업한 결과물인 셈인가?

총 일곱 번 만났다. 기간으로 따지면 두 달이고 작업한 건 네 번밖에 안 된다. 그리고 두 곡은 발매 전날 완성했다.

서로 작업할 때 어땠나?

잘 맞는다. 릴러말즈 형은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훨씬 작업에 미쳐있다. 그 형은 나랑 다르게 발매도 잘하고 음원 성적도 좋지 않나. 그래서 솔직히 이번 작업이 그냥 형이 운전하는 차를 탑승한 느낌도 들었다. 매번 밤새워서 작업하니까 형한테 “몸 괜찮아?” 물어보면 “좋은데? 계속 달리면 되겠는데?”라고 대답할 만큼 미친 듯이 몰두하는 사람이다.

이외에도 양홍원과 협업을 원하는 래퍼들이 많다. 반대로 양홍원이 협업하고 싶은 래퍼가 궁금하다.

빈지노. 다른 사람은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곡을 만들다가 ‘이거 X된다’라는 느낌이 오면 바로 빈지노 형을 모실 거다. 히트곡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걸로. 히트곡을 쓰려면 빈지노 형이 필요하다.

최근 <SLOWMO> 없는 ‘SLOWMO’ 파티를 열었다. 그 파티가 정말 ‘양홍원스러운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릴리즈 파티였으나 발매가 미뤄져 리스닝 파티가 됐지만, 팬들 역시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석해 환호했던 그 순간. 그날 밤을 양홍원식으로 말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

<하입비스트>에서 ‘SLOWMO’ 파티 영상 올린 거 봤다. 진짜 재밌더라. 사실 그날 밤에 나는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나의 날.’ 평소의 나라면 긴장감으로 파티를 준비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누가 왔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즐겼다. “야 놀자, 같이 놀자” 이런 순간?

파티 당일 셋 리스트를 짜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그런가?

원래 그렇다. 며칠 전에 셋 리스트를 보내라고 하면 보낼 생각이 없다. 나는 옷을 입는 느낌으로 셋 리스트를 짠다. 뭘 입을지 미리 생각해도 그날 당일이 되면 그 옷을 입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디제이가 필요하다. 디제이가 있으면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은 곡을 부를 수 있으니까.

무대에서 돈도 뿌렸다. 그것도 계획 없이 뿌리게 된 건가?

그건 계획된 거다. 그날 돈을 뿌리며 불렀던 곡이 <SLOWMO>의 마지막 트랙 ‘GOSLOW’다. 나는 ‘GOSLOW’를 녹음할 때부터 계획했다. 이 곡을 부른다면 꼭 돈을 뿌릴 거라고.

특별한 의미가 있나?

‘GOSLOW’를 녹음할 때였다. 녹음본을 들으며 지폐를 한 번 뿌려봤는데, 공연할 때 아웃트로에서 지폐가 날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려지더라. ‘이거다.’ 그래서 녹음본도 마지막 테이크로 골랐다.

상상한 모습을 실제로 구현한 순간인데, 어땠나? 뿌린 금액도 궁금하다.

180만 원. 근데 취한 채로 뿌려서 그런 건지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랑은 좀 달랐다.

파티는 떼창이 계속 이어질 만큼 뜨거웠다. 양홍원이 생각하기에 양홍원의 그런 인기는 어디에서 온다고 보나?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를 솔직하게 보여줘서가 아닐까.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멋있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나’. 그런 모습을 팬들이 알아주는 것 같다.

양홍원의 소셜 미디어에 엿보이는 ‘날 것’의 코멘트와 사진 같은?

그게 나다. 화보 촬영을 하고 공연을 하는 모습이든, 그렇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이든 전부 다. 나는 최대한 내 모든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댓글 창은 꽤나 공격적이다. 신경 쓰나?

전혀 신경 안 쓴다. 내 인스타그램 댓글 창을 보면 악플이 많은데 사실 나는 그런 댓글을 쓰게 만들고 싶다. 그게 작가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댓글이 달리냐보다 댓글 수만 중요하다. 솔직히 댓글 보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SLOWMO>를 재촉하는 팬들의 댓글도 많다. 앨범 안 내냐는 댓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이건 배우한테 영화 언제 찍냐고 묻는 거나 똑같은 말이다. 그냥 말이 안 되는 거다. 야, 내가 찍고 싶다고 찍냐? 그 타이밍이라는 게 맞아야 하는 거지. 언제나 준비만 돼 있으면 된다.

발매 전부터 반응이 이렇게 오래도록 뜨거운 앨범은 드물다. <SLOWMO> 작업은 어느 정도 된 상태인가?

80%. 딱 각 잡고 제대로 신경 써서 100%가 됐을 때 내놓을 생각이다.

<SLOWMO>는 어떤 생각에서 출발한 앨범인가?

전에 내가 찍힌 동영상을 봤는데 그 영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찍혀 있었다. 아이폰으로 슬로우 모션 동영상을 찍어 본 사람은 알 거다. 영상이 바로 슬로우 모션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평소의 속도대로 흘러가다가 갑자기 슬로우 모션에 걸린다. 내게는 그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봐야 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때 정했다. “앨범 제목을 <SLOWMO>로 해야겠다.”

제목에 담긴 속뜻도 있나?

만약 슬로우 모션 동영상이 삶이라고 가정해보자. 삶이 고통스럽고 답답하더라도 내 맘대로 끌 수가 없다. 누가 대신 감아줄 수도 없는 거고. 누구나 삶을 살다가 ‘슬로우 모션’에 걸릴 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제 속도로 잘 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앨범 수록곡의 비트 역시도 조금 느린 BPM일 것이라 예상된다.

맞다. 느린 BPM의 곡들로 구성했다. 사운드도 래퍼가 지향하지 않는 사운드이기도 하고. 원래는 내 플레이리스트에만 두다가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한 번 들려줘 봤다. ‘과연 작품성이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근데 지루함을 이기더라.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미공개 곡을 꽤 자주 공개하기도 했다. <SLOWMO>가 그 곡들로만 구성돼 있을 거라는 추측도 더러 있었다. 사실인가?

만약 라이브 때 푼 곡들로만 수록된다 해도 내게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잡아서 욕하고 싶다. 그런 걸로 실망할 거면 내 음악을 안 들으면 된다. 그런 댓글을 보면 그저 내 작품의 우수성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느껴질 뿐이다.

<SLOWMO>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 속도대로.’

주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영감은 항상 얻는다. 하지만 그것이 다 작품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어떤 것에 큰 영감을 받더라도 그걸 꼭 가사로 풀어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영감은 자양분처럼 내 속에 축적되다가 작업에 들어갔을 때 흘러나와야 한다. 영감을 받아서 바로 작업을 하는 경우는 잘 없다.

그렇다면 작업할 때 루틴 같은 건 있나?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생각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작업을 시작한다. 멜로디나 가사 중 하나만 떠오르면 작업 안 한다. 그건 그냥 떠오르는 그 순간일 뿐이다.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생각나는 순간에 작업한다.’ 이게 내 작업 루틴이지 않을까?

그런 순간은 흔치 않을 듯하다.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작업이 잘 풀리지 않는 거는 당연한 거다. 그래서 ‘안 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고 계속 작업한다. 바로 녹음을 끝내야 하는 게 아니면 작업이 안 되는 상태 그대로 그 속에 머무른다. 그렇게 놓지 않은 채로 있다 보면 몇 달 후에 기적적으로 꺼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녹음에 들어간다.

<하입비스트> 인터뷰에서 과거의 양홍원처럼 ‘빡센 랩’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전한가?

지금도 연습할 때는 매일 빡센 랩을 뱉는다. 그때는 빡센 랩으로 곡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인 것 같은데, 일단 당장 그럴 계획은 없다. 가끔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 요청이 들어오면 시도해 볼 때는 있다. 스윙스 형 앨범에 참여했던 ‘PORN FLICK’ 피처링이 그 예시다.

스윙스 유튜브에서 ‘PORN FLICK’ 비하인드 영상을 봤다. 곡 선정부터 가사, 녹음까지 그날 하루 만에 트랙이 완성됐다. 준비된 래퍼라는 생각을 했다.

그날 가기 전부터 마음가짐을 제대로 준비했다. 신인의 자세로 하면 무조건 X되는 거 나온다. 마치 회사와 계약하지 않은 사람처럼 작업했다.

최근 꽤 많은 AP 알케미 아티스트들이 레이블을 떠났다. 하지만 양홍원은 ‘PORN FLICK’ 가사를 통해서도 존중을 표했다. 양홍원에게 AP 알케미와 대표 스윙스란 어떤 존재인가?

보스, 그리고 보스가 만든 회사. AP 알케미는 스윙스 형이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내게 의미가 있다. 스윙스 형이 아니라면 소속되어 있다고도 말하지 않았을 거다.

랩 한 지 이제 10년 차다. 어느덧 10년 차 래퍼가 된 기분이 어떤가?

10년 차에 딱 맞이하기 좋은 반응과 기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집도 샀다. 체인, 자동차, 시계보다 집을 먼저 산 셈이다.

일단 체인은 관심 없고. (웃음) 시계는 예전에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어떤 시계를 구매할지 찾아보다가 문득 시계를 알아보려고 쓰는 그 시간이 되게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게 시계는 시간을 자주 확인해서 시간을 지키려는 용도 뿐인데,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내 모습이 퍽 바보 같길래 관뒀다. 비싼 시계보다 차라리 예쁜 시계를 아주 많이 사고 싶긴 하다.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브랜드도 필요 없다.

차는 어떤가? 오늘 촬영에도 ‘애증의 그랜저’를 타고 왔다.

여태 아빠가 안 사줘서 못 샀다. 알다시피 내 돈을 아빠가 가지고 있다. 집도 아빠가 사라고 해서 산 거다.

아버지가 허락한다면 새 차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나?

이번에 설득해서 차를 바꾸기로 했다. 내가 작업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있는 공간이 ‘차’다. 어느 날 내가 그랜저를 다루는 모습을 봤는데 차 내부를 치우지도 않은 채 더러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애증하는 차지만 이 환경이 지속되면 나는 거기서 고인 채로 죽어있는 거라고 느꼈다.

차종도 생각해 봤나?

그랜저보다 크고 좋으면 된다. 근데 SUV는 싫다.

래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장비 업그레이드. 랩 머니로 돈 벌었으면 집이나 차만 더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아니라 랩 머니를 벌 수 있게 해준 장비부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비는 내 스스로가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 들 때 살 것 같다. 만약 내가 장비를 바꾼다면 그때 내 레벨도 올라갔다는 증거겠지.

마지막으로 앨범 좀 냈으면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오케이션이랑 씨잼.


Credits
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Hypebeast
헤어/메이크업
Yeonu Jeong
스타일리스트
Kyungjib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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