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의 건축가: 송지오가 만든 한국의 전통과 파리 아방가르드의 교차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 브랜드 철학과 파리 두 번째 플래그십 오픈에 대해 말하다.
이중성의 건축가: 송지오가 만든 한국의 전통과 파리 아방가르드의 교차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 브랜드 철학과 파리 두 번째 플래그십 오픈에 대해 말하다.
글로벌 확장을 앞둔 송지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하우스로, 1993년 설립 이후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브랜드의 핵심 철학은 ‘이중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전통과 실험, 한국의 혁신과 유럽의 세련미, 서양의 의도된 화려함과 동양의 유연한 에너지를 균형 있게 담아낸다.
“우리는 형태와 기능, 대칭과 비대칭, 완벽함과 불완전함 사이에서 고유한 미학을 만들어냅니다.” 송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파리에서 자라며 예술과 장인정신의 공기 속에서 성장한 그는 “모든 옷은 하나의 캔버스이자 수공예의 결과물”이라 말한다. 이 철학은 송지오가 구축하는 이중성과 조화의 서사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로 대립하는 개념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며, 브랜드 특유의 통합된 세계관을 완성한다.
이러한 철학은 최근 문을 연 파리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남성 매장에 이어 새로 선보인 이 공간은 여성복 전용 플래그십으로, 송지오의 아방가르드한 이중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가 직접 설계한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두 개 층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파리의 도심 한가운데 한국적 모더니즘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건축의 중심에는 브랜드의 핵심 철학인 이중성이 자리한다.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공존하는 구조다.
외관은 전통적인 오스만 양식 건물을 뚫고 들어서는 네오 브루털리즘 콘크리트 파사드로 완성됐다. 내부에는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와 정제된 블랙 오크우드가 대비를 이루며, 공간 안에 놓인 완벽하게 구성된 의복들과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
매장 내의 조형적 가구들은 벨기에 디자이너 아르노 드클레르크의 작품이다. 그의 작업은 아프리카의 의례적 오브제와 브루털리즘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형태의 순수함과 소재의 깊이를 강조하며, 이로코 우드(Iroko wood)와 블랙 스틸을 사용해 예술적이면서도 건축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지난 9월 11일 공식 오픈한 이 매장은 단순한 리테일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컬렉션, 아트워크, 그리고 창작의 과정을 함께 전시하는 ‘살아있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송재우는 “저는 송지오의 옷이 강렬하면서도 사색적인 에너지를 품길 바랍니다.”라며, “누군가 송지오를 입을 때, 그 옷이 가진 의도의 무게를 느끼길 바랍니다. 모든 스티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는 보호와 취약함, 외향성과 내면성의 공존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송지오의 옷에는 중력 같은 무게감과 고요함이 존재합니다. 건축적으로 복잡하지만 감정적으로 울림이 있는 옷을 입는다는 건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깊이 고민된 무언가를 입고 있다’는 확신에서 오는 자신감이죠.”
송지오의 스타일과 영감은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아방가르드 엘레강스. 그것은 질서와 혼돈, 강인함과 섬세함, 어둠과 빛의 이중성에서 탄생합니다. 우리는 강렬한 테일러링과 조각적인 실루엣을 지닌 동시에, 어둡고 시적인 낭만주의적 감성을 담은 작품을 만듭니다. 날카롭고 정교한 선이 갑자기 조형적인 드레이프로 무너지기도 하고, 과감한 볼륨이 유려한 실루엣으로 변하기도 하죠.
우리의 디자인은 복잡함 속의 단숨함, 균형 속의 긴장감에 관한 것입니다. 대담한 외형 속에 섬세하고 정교한 구조적 디테일이 숨겨져 있죠.
저의 주요한 영감은 ‘창조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항상 그림과 드로잉에서 시작해, 주각적인 오브제로서의 의상으로 발전합니다. 각 컬렉션은 내면의 감정을 탐구하고, 그것을 실루엣, 텍스처, 형태를 통해 외화하는 여정입니다.
송지오를 입는 남성과 여성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직 자신만을 위한 무대에 옷을 입는’ 창조자이자 사유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즉 예술가, 건축가, 사상가 등 자신의 분야에서 깊은 몰입과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디자인합니다. 그들은 과정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노동이 만들어내는 가시적 아름다움을 존중하죠.
송지오를 입는 남성은 완벽하게 구성된 어깨선의 정밀함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비대칭 드레이프의 시적 아름다움을 이해합니다. 송지오를 입는 여성은 섬세함 속에서 강인함을 표현하는 존재입니다. 스스로를 과시하지 않아도, 절제된 존재감으로 공간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지금처럼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유행을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 흐름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20년 넘게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해왔고, 서울에서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기반을 세웠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장인정신과 독창적 사고를 통해 한국 문화를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한국 문화가 역동성과 에너지를 보여준다면, 송지오는 그 속에 흐르는 예술적 깊이, 진정성, 숙련된 장신정신을 대표합니다. 우리는 한국 디자인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제 무대의 지속적인 담론 속 한 축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올해 두 명의 새로운 앰버서더를 발표하셨죠. 그들에 대해 알려 주세요.
그룹 에이티즈의 성화를 첫 글로벌 앰버서더로, 최희진을 첫 여성복 앰버서더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송지오의 철학을 완벽히 구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들은 장인정신, 건축적 디자인, 그리고 문화적 융합을 이해하며, 음악과 퍼포먼스, 패션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통해 우리의 다학제적 접근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두 아티스트는 ‘가시성’보다 ‘문화적 깊이’를 중시하는 인물이며, 절제, 규율, 현대적 우아함을 체현합니다. 단순한 홍보 모델이 아니라, 우리의 창작 과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입니다.
지난 파리 남성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6SS 컬렉션 ‘Polyptych’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Polyptych(폴립틱)’은 지금까지 선보인 컬렉션 중 가장 과감한 실험이자, 대비 속에서 구성된 혼돈입니다. 다중 패널로 이루어진 회화 작품처럼, 전체를 보았을 때 비로소 완전한 울림을 드러내는 이 컬렉션은 전통적 건축의 구조를 해체하고, 이를 대담하고 비대칭적인 형태로 재조합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한복과 서양의 갑옷을 해체해 추상적인 파편으로 재구성했으며, 이는 역사를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을 미래적 형식 위에 겹쳐 놓음으로써 혁신을 창조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또한 한국 미학의 핵심 개념인 ‘여백은 부재가 아닌 존재’라는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볼륨이 팽창했다가 수축하며 몸의 곡선을 따르기를 거부합니다. 대신, 입는 사람 자신이 ‘움직이는 조각’이 되며, 비스듬한 절개선과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패널들이 유령 같은 베일의 실루엣을 만들어냅니다.
파리에 새롭게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이 공간이 브랜드에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파리에서 남성복과 여성복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이어 오픈한 것은 브랜드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수년간 파리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끝에, 이번 공간은 ‘게스트(Guest)’에서 ‘레지던트(Resident)’로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이곳은 컬렉션과 장인정신이 담긴 오브제를 위한 ‘살아 있는 갤러리’로, 전 세계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글로벌 하우스로서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디자인한 이 매장은 파리 르 마레 지역에 위치한 네오-브루털리즘 양식의 공간으로, 한국적 모더니즘을 파리에 구현한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 매장은 송지오의 핵심 크리에이티브 콘셉트인 질서와 무질서의 공존을 건축적으로 표현합니다. 대칭과 비대칭, 빛과 어둠, 곡선과 직선, 질량과 분절, 유한함과 무한함, 그리고 강렬하면서도 평온한, 복잡하면서도 고요한, 고전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조화를 담고 있습니다.
“파리는 우리의 두 번째 모국어입니다. 꾸뛰르의 엄격함과 비평의 문화는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단련시켜 줍니다.
서울은 우리의 심장입니다. 빠른 속도, 실험, 그리고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거친 에너지가 존재하죠.”
왜 파리인가요? 이 도시는 송지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서울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파리는 우리의 두 번째 모국어입니다. 꾸뛰르의 엄격함과 비평의 문화는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단련시켜 줍니다. 반면, 서울은 우리의 심장입니다. 속도, 실험, 그리고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거친 에너지가 존재하죠.
파리는 정밀함과 지속성, 그리고 그 에너지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정제하는 글로벌 무대를 제공합니다. 이 두 도시의 대화가 바로 송지오가 추구하는 ‘양대륙적 현대성(Cross-Continental Modernity)’을 정의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함께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우리는 벨기에 디자이너 아르노 드클레르크와 협업했습니다. 그의 건축적 접근은 송지오의 ‘캔버스에서 테일러링으로 이어지는 창작의 연속성’을 확장시켰습니다.
우리는 콘크리트와 블랙 스틸 같은 원초적이면서도 조형적인 재료를 활용해 거칠지만 세련된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아르노의 작품은 조각적 형태와 기능적 목적을 결합하며, 단순한 장식을 넘어
공간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동합니다.
파리에 두 개의 매장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현재 송지오의 컬렉션은 어디에서 만나볼 수 있나요?
르 마레 플래그십 스토어의 놀라운 반응이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송지오는 Printemps, La Samaritaine, Harvey Nichols, H.Lorenzo, Dantone, HBX 등
브랜드의 철학과 내러티브를 존중하는 글로벌 파트너 리테일러들과 협업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100개 이상의 스토어 네트워크를 통해 장인정신 기반의 제품을 대규모로 유통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곧 공개될 엘리엇 에밀과의 협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두 브랜드가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번 엘리엇 에밀과의 협업은 ‘창의적 사고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율리우스 율과 빅터 율 형제가 만들어온 작업에 오랫동안 깊은 존경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의 도발적이면서 산업적이고, 기술적으로 정교한 패션 접근 방식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건축적인 실루엣과 혁신적인 소재감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에서 교차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접근법은 다릅니다. 송지오는 어둡고 낭만적인 감성과 감정적인 구조미에서 출발하고, 엘리엇 에밀은 날카롭고 북유럽적인, 거의 과학적 수준의 정밀함으로 접근하죠.
이 협업은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서로 다른 세계가 경계를 넘는 대화의 장이 되었습니다. 송지오의 장인적 드레이핑과 엘리엇 에밀의 테크니컬한 소재 처리가 만나 두 브랜드 모두에게 새롭고 도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글로벌 론칭은 11월 7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송지오는 예술과 패션을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며, 이들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우리는 ‘갤러리 느와(Galerie Noir)’를 통해 예술과 패션의 대화를 제도화했습니다. 송지오는 패션을 ‘입을 수 있는 조각(Wearable Sculpture)’으로 바라보며,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비전을 공유하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합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한 영감의 교류를 넘어, 텍스타일 처리 방식, 실루엣 구조, 콘셉추얼한 프레임워크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 송지오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앞으로는 글로벌 존재감을 더욱 확장하는 동시에, 예술과 패션의 융합 프로젝트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여성복과 액세서리 라인 확대, 그리고 문화적 중심지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변하지 않습니다. 정성을 기반으로 완전한 새로움을 추구하고, 의복을 ‘지속 가능한 예술 오브제’로 구축하는 것. 이를 통해 한국적 창의성에 익숙해진 글로벌 관객에게 송지오만의 지속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적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