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IS- 인터뷰 - 바조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단독으로 기록한 백스테이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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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몰랐다. 이토록 올곧고, 뚜렷한 철학을 지녔는 지. 그저 펑크를 사랑하고, 다른 취향을 소유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했다. ‘디자이너’보다 ‘창작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인물. ‘바조우’라 불리는 99%IS-의 디자이너 박종우의 이야기다.

서울 패션위크가 열린 지난 주, 바조우는 청담동에 자리한 분더샵에서 99%IS-의 2018 봄, 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델의 걸음걸이와 등의 각도, 몸을 타고 흐르는 옷의 실루엣, 심지어 상표 위치까지. 그는 반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점검하고 수정했다. “열한 번째인 이번 컬렉션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나와 내 친구들이 ‘지금’ 원하는 것, 편안함을 담았거든요”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유가 분명했다. “관점과 시발점에 변화가 생겼지만, 즐기려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바조우’의 힘은 이 행위에서 비롯되니까요”

만나서 대화하고, 재밌게 어울려야 가치 있는 창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 바로 바조우 삶의 바탕이 된 신념이다. 그래서 <하입비스트>가 바조우와 조우했다. 대담을 나눈 건 어쩌면 서울에서 마지막이 될 컬렉션과 그의 세계관을 심도 있게 풀어 의미 있는 결과를 낳기 위해서다. 바조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른 깊이 있는 대화는 아래에서 이어진다.


Part 1. 열 개의 컬렉션, 그리고 바조우.

열한 번째 컬렉션을 치렀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응축돼 있을 듯 한데.

첫 컬렉션부터 신작 이전의 시즌까지 약 10여 년의 인생을 바탕으로 전개했다. ‘이렇게 하면 무조건 팔리겠다’, ‘이런 건 사람들이 분명 알아볼 거다’ 하는 묘한 확신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익숙함이 싫어졌다. 2018 봄, 여름 컬렉션은 다양한 변화가 존재한다. 한 가지 언급하자면, 가죽의 실종. 무수한 가죽 재킷을 갖고 있음에도 올해 입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내 마음에서 떠난거지. 그래서 과감히 없앴다.

굉장한 변화 아닌가?

그렇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나는 ‘지금 무엇을 입고 싶은가’에서 컬렉션을 출발한다. 즉 나의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컬렉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가장 많이 생각한 시즌이 이번이다.

자신과 주위 환경에 높은 집중도를 보인다. 

나, 그리고 내 주변이 지금 원하는 것.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다. 대중의 입맛을 맞출 수 없다. 나는 그들을 잘 모르고, 비슷한 삶과 문화를 향유하지 않았는데 어찌 파악할 수 있겠나. 유행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트렌드는 ‘동경’이 내포되어 있는데, 난 그게 왜 멋있는 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가장 나다운게 ‘멋’이거든. 그렇다고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하고 인정한다.

꽤나 흥미로운 발언이다. 시즌 별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창조를 통해 한 발 앞서 미래를 제시하는 ‘디자이너’ 아닌가. 

패션 생태계의 흐름과 나의 세계관이 서로 다를 뿐이다. 나는 나니까. 나다운게 좋고, ‘내맘대로’가 내 방식이다.

99%IS-의 정체성이자 박종우에게 큰 영향을 미친 1970년대의 펑크. 시대의 일부분이다. 당신에게 시대란 무엇인가?

펑크, 스킨헤드, 히피, 힙합 등. 하나의 바이러스처럼 느껴진다. 시대의 정신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바이러스처럼 퍼질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패션은 변모하고, 역으로 지나간 시대 역시 어떤 형태로든 다시금 부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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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지금’이 미래를 만든다.

‘지금이 미래를 만든다’. 2018 봄, 여름 컬렉션의 주제다. 묵직하고 의미심장하다.

이전에는 오랜 시간동안 좋아한 문화를 현재로 가져와 재해석한 컬렉션이 주를 이뤘다. 외국에서 흘러  들어와 이곳에 정착한 문화, 즉 당시의 나를 형성한 것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에 대해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큰 전환점이 된 거지. 앞으로는 나와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현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열한 번째 컬렉션에 대해 가장 고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굵직한 변화를 짚어보자. 먼저 바조우 하면 빠질 수 없는 ‘가죽’을 기능성 소재로 대체했다.

일단 가죽은 불편하니까. 쉽게 말하자면.

소재가 바뀜에 따라 제작 과정도 다르지 않나?

일단 주름이 잘 생기는 소재의 옷을 일본으로 가져가 친구들에게 직접 입혔다. 앉고 일어나기를 반복해 옷에 주름을 깊게 새겼다. 그 샘플에 맞춰 절개선, 스티치 등의 디테일을 설정했다.

일일이 치수를 재고, 수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맞다. 내가 뮤지션 지인들을 위해 오른쪽 소매가 살짝 짧은 가죽 재킷을 제작했던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면 한쪽 소매가 유독 늘어나거든. 나와 내 지인 모두 자세가 구부정하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실루엣이 곡선 형태다. 다시 말해 어깨, 등, 소매 등이 휘어진 모양이다. 또한, 난간에 쪼그려 앉을 때 편안하도록 설계했다. 이것 역시 개인적 생활 방식이 반영된 부분. 움직임의 각도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옷의 곳곳에 지퍼를 더했다. 여닫는 방법에 따라 의도적으로 실루엣을 변형시킬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 개인의 체형에 따라 어느 정도 맞춤이 가능하다. 이번에 새로운 ‘뉴 본디지 팬츠’를 제작했다. 지퍼를 후면에 장착하는 고전적인 디자인과 달리 전면에 더했다. 지퍼를 열었을 때 무릎이 튀어 나올 수 있도록. 부푼 셰이프를 위해 터커도 적용하고. 또 어떤 바지는 옆에서 보았을 때 휘어진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다.

상징적인 두 요소의 쓰임이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지퍼는 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활용했다. 그래서 메탈이 아닌 플라스틱 소재를 선택했고. 이전에 사용한 은색 메탈 지퍼는 균형을 잡는 용도로 쓰였다. 개인적으로 ‘밸런스’를 중시한다. 한 제품에 3호, 5호, 7호 등의 각기 다른 지퍼를 사용했었다. 남들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시각에서는 다르니까.

대중성을 고려한 컬렉션은 아니지만, 넓은 범주의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나? 나는 반대다. 오히려 꺼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사람들의 기대와 이번 컬렉션 사이에 ‘틈’이 있는 것 같다. 몇몇 바이어는 “생각보다 튀지 않네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는 ‘바조우’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브랜드에 입문하는 이들의 반응을 이해한다. 한창 성황인 몇몇 디자인적 특징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니까. 유행을 좇는 무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어차피 흐름따라 흘러갈 테니까.

협업을 진행했는데, 파트너가 노루 페인트다. 어떻게 만났나?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스프레이를 제작할 목적이라면 하겠다고 했다. 옷을 만들 때 스프레이를 종종 활용한다. 내가 직접 스프레이로 디테일을 가미한 제품군은 1백 50만 원에서 2백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것을 흉내낸 친구들의 작업물을 봤다. 주변에서는 ‘무례하다’, ‘위조품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나는 감탄했다. 너무 기쁜거지. 나도 어릴 때 그랬으니까. 과거에 빨간색 타탄체크 본디지 팬츠가 갖고 싶었다. 아쉽게도 파는 곳이 없어 흰색 바지에 직접 무늬를 그려 입었다. 비록 그 일념은 쏟아지는 비에 씻겨 내려갔지만(웃음). ‘이 스프레이만 있으면 너희도 충분히 즐기고 누릴 수 있어’ 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다. 스프레이 하나만으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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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밤을 꿈으로, 꿈을 현실로.

매순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디자이너는 컬렉션 관련 반응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은 어떠한가?
부정적인 반응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럴 줄 알았고, 역시 그렇구나’라고 받아드릴 만큼 덤덤하다.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예전의 컬렉션도 몇년이 지나고서야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나. 그래서 더 자신감을 얻는 편이다.

브랜드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은? 

지금은 밴드를 하는 친구들도 99%IS-의 컬렉션을 받아들이고, 좋아한다. 확신처럼 느껴진다. 그쪽 분야가 생각보다 고지식하거든. 본인이 생각하는 ‘오리지널’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부류가 많으니까.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그 시대니까 그게 정석인거지. 있는 그대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캠퍼와의 협업에서 닥터 마틴 실루엣의 신발을 제작했다. 너무 가볍고 편한데, 주위 아티스트 몇몇은 안 신었다. 왜 그 틀에 갇혀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반응이 다르다. 하나의 장르고, ‘멋’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혹평을 받아도 괜찮다. 오히려 잘하고 있구나 싶고.

나 역시 감명이 깊다. 이번 컬렉션에서 당신이 얻은 건 무엇인가?

꿈이 하나 생겼다. 이번 컬렉션 부주제가 ‘밤을 꿈으로, 꿈을 현실로’다. 밤에 몽상하는 걸 즐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현실성 없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현실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그러한 나의 세계관이 곧 꿈이되고,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형용할 수 있는 단어로 귀결되길 바란다. 할렘가의 청소년들이 바지를 내려 입고, 이런 음악을 듣고, 또 그걸 ‘힙합’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시대는 설명할 단어가 없다. 아시아라서 더욱. 내 주변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엇이 ‘오리지널’이고, ‘리얼’인지 운운하며 쟁론을 일삼았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신념을 지키며 지금까지 왔는데, 정의된 게 없으니 안타깝다. 뼈저리게 느낀 거지만, 내가 정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정말로 사람들이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성립된다.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싶다. 언젠가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생기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싶어요’가 아닌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가 맞는 표현이다.

하나의 도전이었던 컬렉션의 막이 내렸다. 이번이 서울에서의 마지막이라고. 

6월에 파리로 갈 계획이다. 쉽진 않을 거다. 내 스스로에 집중해서 구축이 되었을 때가 적절한 타이밍이지 않을까. 우여곡절도 더 겪고.

뚝심있는 모습, 디자이너로서 보기 좋다.

아직 여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성장통을 앓고 있달까. 특히 이번 컬렉션은 많은 이들에게 꼭 봐달라고 부탁했다.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의 평이 궁금했다. 칭찬이든 충고든 상관 없다.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이를 원동력 삼아 고칠 건 고치고, 밀고 나가야 할 건 더 강하게 밀어붙일 거다. 오롯한 ‘내것’으로 말이다.


<하입비스트>가 99%IS-의 2018 봄, 여름 컬렉션의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했다. 단독으로 취재한 현장은 아래의 슬라이드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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