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샤 루브친스키 인터뷰 - 아직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
“난 디자이너가 아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어딜 가나 십년지기 친구들과 붙어 다닌다. 바로 지난 10년간 브랜드를 함께해온 식구들이다. 지난주 도버 스트릿 마켓 베이징의 리오픈 행사를 위해 북경을 찾은 ‘고샤 크루’를 만났다. 동생들을 돌보고 이끄는 루브친스키의 모습은 한 회사의 수장보다는 그저 편한 동네 형 같았다. 러시아 청년 세대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는 루브친스키. 이미 러시아를 거쳐 세계적인 유스 컬처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자리 잡은 그가 들려주었다. 이미 여러 번 했던 이야기, 그리고 아직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고샤 루브친스키 브랜드를 론칭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얼만큼 성장한 것 같나?
가장 큰 변화는 브랜드의 규모와 팀의 인원수다. 10년 전에는 아주 ‘로컬’했고 그저 나와 친구들이 우리 자신을 위해 티셔츠 몇 장 만드는 정도였다. 이제는 패션쇼를 하면 현장에서 500명이 관람할 정도로 컸다. 그리고 스케이트 문화에 집중한 라스벳 라인도 새로 론칭할 수 있었다. 브랜드가 확장할수록 식구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럼 10년 전과 지금 똑같은 것은?
우리는 항상 ‘현재’를 이야기한다. 특히 모스크바,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의 미션은 현 러시아 세대의 목소리가 되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것이 재밌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미션은 현 러시아 세대의 목소리가 되는 거다.”
러시아 밖에서 영감을 얻을 때는 없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깥세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스케이터로서 영감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이 미국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이런 옷을 입고, 저기서는 저런 스케이트 트릭을 하고. 디지털 테크놀리지는 흥미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때 쓰이면 좋은 것 같다. 게으르게 컴퓨터에만 붙어살지 않고.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러시아 패션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변화를 느끼는가?
무언가를 시작하고 성공하면 좋은 본이 된다. 아직 많은 사람이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게으르다. 우리가 더 많은 이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할 용기, 자극을 준 것 같다.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라스벳을 성장시키는 거다. 고샤 루브친스키 라인은 이제 매 시즌 런웨이를 선보일 에너지가 없다. 이건 처음 밝히는 건데, 앞으로 메인 고샤 라인은 시기성 없는 아트 프로젝트만으로 전개하고 싶다. 오히려 라스벳을 통해 더 많은 협업과 컬렉션을 할 계획이다. 칼하트와의 협업이 그 시작이었다. 언젠가는 여성 컬렉션을 낼 가능성도 있다.
버버리와의 협업은 어땠나?
칼하트와는 완전히 달랐지. 아주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2017 가을, 겨울부터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해 아디다스와 협업하며 축구 문화를 참고했다. 첫 번째 아디다스 컬렉션은 칼리닌그라드에서 선보였다. 칼리닌그라드는 원래 독일 도시였지만,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의 일부가 되었다. 독일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러시아 브랜드인 우리가 만나기 완벽한 곳이 아닌가. 두 번째 협업의 런웨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선보이고 싶었다. 러시아 축구의 시작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축구를 소개한 게 영국이라 영국 브랜드와 협업하고 싶었는데, 버버리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들의 체크무늬는 90년대 영국 축구 팬들에게 아주 상징적이었기 때문에 컬렉션에 그 패턴을 활용했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우리의 비전을 정확히 이해해 작업이 빠르고 수월했다.
베일리가 버버리를 떠난 이후 리카르도 티시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감독 자리에 올랐다. 디올, 셀린, 루이비통 등 최근 많은 럭셔리 하우스의 디렉터십이 바뀌었다. 특히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에 합류한 것에 대한 소감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지. 신선한 피다. 럭셔리 하우스는 올드해서 항상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뱀파이어처럼 젊은 피를 빨아먹기만 하고 버리는 수가 있다. 그래서 버질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두고 봐야지.
“버질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사진가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나 사진가가 아니었다면 지금 무얼 하고 있을 것 같나?
난 스스로가 프로 디자이너나 사진가라고 생각지 않는다. 난 그저 ‘스토리텔러’다. 당장 내일이라도 브랜드를 그만두고 사진을 그만둘 수 있다. 전할 이야기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전하는 매게체가 다양하게 바뀌는 것뿐이다. 마음먹고 아름다운 꽃을 키우는 정원사가 될 수도.
지난해부터 한국에서는 고샤 루브친스키 청담 매장에 관한 루머가 떠돌고 있다. 실제로 오픈 계획이 있나?
처음 듣는 이야기다. 오는 5월 모스크바에 스케이트 숍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름은 러시아의 스케이트 팀에서 따온 ‘옥토버(Oktyabr)’. 라스벳 컬렉션 및 스케이트보드 등을 팔 것이다. 모스크바의 첫 ‘리얼’ 스케이트 숍이다. 젊은 친구들이 와서 데크도 사고 ‘행아웃’하고. 재밌을 거다. 기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