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복각되면 더 잘 팔릴 것 같은 클래식 카 8
BMW, 람보르기니, 포르쉐, 재규어 등이 낳은 세기의 명차.

오늘날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게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그에 발맞춰 대다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전환 계획을 서두르는 중이다. 하지만 디자인까지 ‘미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을까?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디자인 분야에는 시간에 녹슬지 않고 ‘클래식’으로 통하는 명작들이 있다. 격변기를 앞둔 현시점, 저마다 보유한 헤리티지 디자인을 배터리 기술과 함께 녹여낸다면 전기차의 대중화를 보다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전기차로 복각되면 더욱 잘 팔릴 것 같은,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8대의 클래식 카를 한자리에 모았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1세대
일명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그랜저는 국내 빈티지 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의 포켓몬’과도 같은 존재로 통한다. 지금이야 길거리에 고급 수입차들이 넘쳐나지만, 그랜저가 첫 출시되던 1986년 당시 대형 세단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이었다. 이때 그랜저가 내뿜었던 아우라는 아버지 세대로부터 구전되어 왔고 지금까지도 그랜저 1세대 모델은 같은 집안의 ‘포니’ 못지않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참고로 지난 4월 현대는 포니의 전기차 버전을 공개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각 그랜저’ 역시 특유의 각진 외장 디자인을 고스란히 유지한 전기차로 돌아온다면 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BMW, E30
비행기 엔진을 제작하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BMW의 역사는 올해로 105년째다.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BMW는 수많은 자동차를 선보였지만, 그 역사를 되짚어볼 때 빠지지 않는 모델이 있다. 바로 E30이다. 오늘날 BMW 3시리즈 디자인의 초석을 닦은 E30은 BMW 모든 디자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브랜드의 모토인 ‘Ultimate Driving Machine’를 잘 드러내는 차로 평가받는다. 물론 BMW는 2013년 출시한 i3를 시작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뉴트리아’라고 놀림받는 거대한 키드니 그릴을 탑재한 신형 i4, iX의 디자인을 볼 때마다 옛 BMW 디자인의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포르쉐, 901
‘외계인이 만든 자동차’라는 별명과 함께, 모든 스포츠카의 교과서로서 반세기 넘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포르쉐 911. 그 시초가 된 모델이 바로 901이다. 911은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던 당시 ‘901’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이미 82대가 생산된 상태였지만, 공개 이후 푸조가 모델명 가운데 ‘0’을 넣는 것은 자기네 고유의 명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포르쉐가 선보이는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은 역시나 호평이 자자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듯한 헤드램프는 어쩐지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기왕이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911을,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버전의 901을 전기차로 출시한다면 타이칸의 인기를 단숨에 뛰어넘지 않을까.
랜드로버, 디펜더 1세대
랜드로버 디펜더가 처음 제작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8년의 일이지만 반세기를 훌쩍 넘기는 시간 동안 세대교체는 단 한차례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 랜드로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디펜더가 여전히 이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 바겐’이 40년 넘게 특유의 각진 디자인을 유지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디펜더 팬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참고로 랜드로버 역시 2030년 안으로 모든 신차 라인업을 전기차로 꾸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2세대 모델이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는 만큼 1세대 디자인의 전기차가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사막을 누비던 각진 디펜더의 모습을 볼 때 마다 이런 미련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미우라의 후속 모델로 제작된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브랜드의 V12 슈퍼카 라인업에 문이 하늘을 향해 열리는 시저도어를 탑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를 처음 적용한 모델이 바로 쿤타치다. 공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의 타이틀을 소유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쐐기형’ 디자인의 시초가 된 모델이기도 하다. 마침 올해는 쿤타치가 탄생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최근 람보르기니는 최후의 V12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아벤타도르를 선보이며 내연기관 엔진과의 작별을 고했는데,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쿤타치를 복각 출시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전기차 시대의 신호탄이 될 듯하다.
메르세데스-벤츠, 300SL
현재 출시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L의 시초가 된 1세대 모델. 300SL에 대해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은 갈매기가 날개를 펼치는 모습을 닮아 이름 붙여진 ‘걸윙 도어’ 시스템이다. 첫 공개된 1954년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던 디자인의 300SL 쿠페는 지금도 수많은 클래식카 수집가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른 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전기차 복각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 단 창문을 열지 못하는 도어, 탑승 드라이버들의 사망률이 높아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처참했던 안정성은 반드시 보안해야겠다.
재규어, D 타입
클래식카의 반열에 접어든 재규어 모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히는 E-타입이겠지만, E-타입의 형님 뻘에 해당하는 D-타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차다. 1955년부터 3년 연속 <르망 24시> 우승을 거머진 D-타입은 현대 자동차에서 볼 수 없는 유려한 곡선의 디자인이 특징. 참고로 E-타입은 지난 2018년 전기차 버전 제작 소식이 전해진 바 있지만, 아직까지 D-타입 전기차 소식은 없었다. 단 4년 밖에 제작되지 않은 탓에 그 희소가치도 매우 높은 편. 전기차로 출시된다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금세 팔릴 것이 분명하다.
포드, 머스탱 1969년식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현재 포드에서는 머스탱의 전기차 버전 ‘마하-E’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마하-E는 ‘아메리칸 머슬카’에 환호하는 오랜 머스탱 팬들로부터 여러모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친환경을 이유로 자연흡기 V8 엔진은 양보하더라도, 기존 실루엣에서 크게 벗어난 SUV 버전으로 설계됐기 때문. 둥글둥글한 외모의 마하-E를 볼 때마다, 기왕이면 각진 보닛이 돋보이는 1세대 모델로, 그중에서도 영화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탔던 1969년식 ‘머스탱 보스 429’로 만들어진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