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Visits: 김구림

첨단의 끝을 걷는 작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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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세대 전위 예술가로 불리곤 하는 김구림에게는 숱한 수식어가 붙는다. <하입비스트>는 김구림의 가장 본인다운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는 스스로를지금 가장 첨단에 서 있는 작가라 소개했다. 동시에 자신의 작업 세계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눈빛에서는 깊은 관록을 엿볼 수 있었다. 

작업실에서는 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작업을 하거나, 혼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휴식한다. 가지고 있는 클래식, 현대음악, 국악, 재즈, 샹송 등의 CD가 총 25백 장 정도 된다. 존 케이지,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의 악보도 가지고 있다. 사실 존 케이지의 진짜 악보는 오선지 너머에 있다. 그 또한자율성에 주목하는 현대 작가였지. 존 케이지에 대한 다른 책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하기 전 여러 도시를 오가기도 했다.

일본, 파리, 뉴욕 등지에서 머물렀다

뉴욕에 본격적으로 1984년도라고 알려져 있다. 백남준 작가와 교류한 도시라고도 들었는데.

그렇게 알려져 있더라. 백남준 작가는 그 이전부터 알았다. 파리에 있을 때랑꽁뜨르라는 곳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지금은 타계한 미술평론가 이일에게 찾아가 내용을 물었더니세계 비디오 작가 7인전에 날 아시아 작가로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전시에 초대받은 아시아 사람이 하나가 더 있단 건 후에 알았다. 독일에서 현대음악을 하던 백남준이라는 작가였다. 이 만남을 계기로 백남준의피아노 위의 정사를 연출했고, 이후로도 뉴욕에서 종종 교류했다. 뉴욕은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큰 도시에는 많은 인간을 비롯해 첨단을 걷는 모든 것이 모인다. 그러면 나는 가장 첨단을 걷는 작품을 내놓겠지. 그래서 뉴욕이 유독 좋았다. 그런데 뉴욕의 마천루 같은 빌딩 숲 아래 있으면 자연이 생각났고, 한적한 자연 아래 있으면 다시 인간으로 북적거리는 도시가 생각났다. 나는 언제나 반대로 생각이 떠오른다.

언제나 반대로 생각이 떠오른다는 당신의음과 시리즈와도 연결되는 개념일정반합 의미하는 건가?

맞다. 일종의 정반합. 세상의 모든 이치는 음과 양에서 비롯된다. 사실 음과 양은 결국 하나다. 하늘과 땅을 하나로 볼 수 있듯이. 둘처럼 보이는 것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제목을 생각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흐른다.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 내게 제목은 작품을 구분 짓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Studio Visits: 김구림, 전위 예술, 제 4집단, Kim Kulim,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 AG 협회

8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김구림> 전을 개최하게 배경은 무엇인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를한국에서 가장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으로 선정해 줘서 개최하게 됐다.

전시의 소회는 어떤가?

크기와 연출이 아쉽다. 작품 수가 많아 다 진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연대가 다소 끊겨 있다. 규모의 한계로 아방가르드한 작품은 많이 내걸 수 없었다. 페이스북에서 젊은 친구들의 반응을 찾아봤더니마지막 전시장의 작품이 전위적이다’, ‘충격적이다같은 반응들이 재미있더라. 제작한 작품 중 조그마한 것만 설치해 뒀을 뿐인데도(웃음).

지난 7일에는 <김구림> 전시 연계 퍼포먼스로 ‘1/24초의 의미’, ‘무제’, ‘대합창’, ‘모르는 사람들 지난 작품을 형태로 선보이기도 했다. 과정에서 어떤 점을 염두에 뒀나?

영상으로 다시 남기는 것. 그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 초연 당시에는 퍼포먼스 형태의 작품을 제대로 아카이빙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들은 꼭 영상으로 재현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작품들은 이야기로 남겠지.

해당 퍼포먼스에서 참여자들에게 전적으로 자율성을 줬다고 들었다.

현대라는 것이 그렇다.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면 자연스러운 것이 나오지 못한다. 이는 작품이 가질 수 있는 자율성 또한 해친다. 제작 초기에도기성 작가는 쓰지 않겠다고 했다. 기성적인 것은 결국아카데믹에 갇히게 되니까. 틀에 짜인 것을 흩트려 놓고 싶었다. 대신 연습 현장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관했다.

Studio Visits: 김구림, 전위 예술, 제 4집단, Kim Kulim,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 AG 협회

특히 영상 작품 ‘1/24초의 의미 여러 전시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유독 애착이 가는 작품인가?

사연이 깊은 작품이다. 성인이 되고 섬유회사에 취직했고 시간이 흘러 기획실장이 됐다. 상업광고도 집행했다. 모델 선정, 광고 콘티 제작, 매체 홍보까지 내 손을 거쳤다. 그런데 영상감독과 만든 광고는 너무 전위적이라 상영할 수 없었다. 이후 상업광고에는 손을 뗐다. 대신 내 작품을 해 보고 싶어졌다. 8mm 필름으로 비디오문명, 여자, 을 완성하려고 했다. 올누드로 촬영했더니 모델이 중간에 도망갔다. 이후 출연료가 없는 작품을 구상했고, ‘ 4집단의 정찬승을 주연으로 썼다. 대신 더 좋은 필름인 16mm 필름을 썼더니 사운드를 넣을 수 없었고 편집도 직접 해야 했다. ‘1/24초의 의미는 당대의 실상이 갖는 의미를 거리로 표현한 것이다. 단일 패널로 출력해서.

‘1/24초의 의미 2023년에 재해석한다면 어떤 장면이 들어갈까?

이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1/24초의 의미는 시대상을 표현하는 데 의미가 있었고. 이제는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야지. 반은 로봇이 되어버린 인간의 모습이라든지.

Studio Visits: 김구림, 전위 예술, 제 4집단, Kim Kulim,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 AG 협회

이렇게 방대한 작품을 어시스턴트 없이 진행하는 또한 쉽지 않았을 같다.

사실 어시스턴트를 두고 작업하는 기성 작가도 많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서 작업하기를 선호한다. 내 혼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을 어떻게 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나. 작품 사진도 여간해서는 직접 찍는다.

규모 측면에서는 1970 국립현대미술관 외부를 광목천으로 묶으려 시도한 작품인현상에서 흔적으로 떠오른다.

광목천을 이어 미술관을 다 묶으려고 했다. 사람을 묶듯이. 사람이 죽으면 베나 이불 등으로 칭칭 감고, 그것을한다고 일컫는다. ‘예술은 죽었다는 의미로 미술관을 염하려고 했다. 미술관 안에는 많은 작품이 있지 않나.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예술은 전부 무덤에 넣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자는 의도였다

대지 미술이 갖는 공간이라는 한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결국 하나의 흔적으로만 남는다. 사진 등의 형태겠지.

Studio Visits: 김구림, 전위 예술, 제 4집단, Kim Kulim,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 AG 협회

반세기 이상 활동하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을 같다. 지금까지 작가로서 기울인 노력과 정성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사실 고통스러웠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인정받아 한국으로 귀국하니 내가 유명해졌더라. 이후 한국에 머무르다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거기서 세계적 작가들과 그룹전을 개최하고 돌아오고 더 인정받았다. 아이러니했다. 여러 일을 겪으며 주어지는 유명세는 점점 달갑지 않았다. 기묘하게도 외국이 나를 반긴다.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미술관은 내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은 튀는 사람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과학이든 예술 분야든. 좋은 사람들은 다 외국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러 나라보다 잘 살아남는다. 그게 또 이상한 점이다(웃음).

그런시선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개척하는 사람이 돼야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모방에 그친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이 바로 아방가르드적 자세 아닌가. 시간이 흐르면 제대로 알게 될 거다. 늘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선지자가 없으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거든. 컴퓨터의 등장 전후로 우리의 삶이 바뀌었다. 비행기, 텔레비전도 그런 역할을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 속에서 세상이 변한다. 우리는 어떤 화가도 주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학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다음 세대를 이끌 젊은 작가들에게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 

곁눈질하지 마라. 요즘 젊은이들은 곁눈질하며 유행만을 민감하게 따라간다. 그러면 결국 진정한 본인의 인생을 망친다. 자기 고집대로 해! 남들이야 예술이라 하든 말든. 나는 뭘 하더라도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젊었을 때 나를 향한 비판도 많았다. 어떤 주간지는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기도 했고. 그런데 자신의 마음대로 해야지, 절대로 남의 말에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그래야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소신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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