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은 지금까지와 어떻게 다를까?
퍼렐의 커리어와 스타일로 예상해본 새로운 LV.
루이 비통은 2021년 말 당시 남성복 디렉터이던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난 이후 몇 시즌간 디렉터 자리가 공석인 채로 컬렉션을 진행했다. 그 사이 많은 이름이 버질 아블로의 후임으로 언급됐고 그중 몇 명은 스트리트웨어와 거리가 약간 멀었기에 ‘루이 비통이 브랜드의 방향성을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런 예상을 뒤엎고 루이 비통은 퍼렐 윌리엄스를 새로운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이는 디올에서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루이 비통의 CEO가 된 피에르토 베카리의 첫 번째 주요 행보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우스의 새로운 진용이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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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 윌리엄스는 현시점에서 과거 버질 아블로와 포지션이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미국 주류 힙합과 R&B, 스트리트 패션 신의 중심에 있다는 점, 그 외 다양한 창조적 분야와의 교류 및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루이 비통은 퍼렐 윌리엄스를 디렉터로 임명함으로써 버질 아블로 때 만들어진 하우스의 남성복 미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해도 버질 아블로와 퍼렐 윌리엄스의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버질 아블로가 레퍼런스의 응용과 상징, 의미 부여에 무게를 둔 미니멀한 패션을 주로 선보였다면, 퍼렐 윌리엄스는 눈에 잘 띄는 컬러와 반짝거리는 장식, 돋보이는 액세서리를 활용한다. 실험과 시도를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성도 버질 아블로와 크게 다르다.
실제로 퍼렐 윌리엄스는 일반적으로 규정지어진 패션이나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나 패션에 있어 자신을 과시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이는 그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패션 작업 양쪽에서 모두 드러난다.
개인적인 스타일을 먼저 살펴보면, 그는 티셔츠와 데님 같은 심플한 아이템 혹은 테일러드 재킷이나 코트 등의 전형적인 아이템에 다양한 컬러나 카무플라주, 타이거, 플로럴 프린트 등을 뒤섞는 연출을 자주 선보인다.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를 애용하며, 후디와 티셔츠, 데님이나 배기팬츠 등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과 주얼리, 시계, 선글라스 등 번쩍거리는 액세서리 조합 또한 즐긴다. 오버사이즈 페도라를 비롯해 볼캡, 베레모, 비니 등 다양한 모자도 퍼렐 윌리엄스의 시그니처 아이템 중 하나다. 이런 식으로 퍼렐 윌리엄스는 다양한 스타일의 경계를 거침없이 오가며 자신만의 패션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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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작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퍼렐 윌리엄스는 2004년 니고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과 스니커 중심 서브 레이블 아이스크림을 론칭하며 패션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두 브랜드는 달러 사인이나 다이아몬드, 우주인 등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그래픽과 다양한 색감의 스니커 등을 선보이며 스트리트 패션을 더욱 대중적으로 이끈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 시기에 그는 루이 비통과 손을 잡고 선글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중요한 행보로는 아디다스, 샤넬과의 협업을 꼽을 수 있다. 퍼렐 윌리엄스는 2014년부터 아디다스와 함께 NMD 휴, NMD S1 라이엇 부츠 등 여러 오리지널 모델을 내놓았으며, 자신의 뷰티 브랜드 이름을 활용한 휴먼레이스 의류 컬렉션도 선보였다. 이중 NMD 휴 모델은 2017년 샤넬과의 협업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퍼렐 윌리엄스는 2019년 샤넬 최초의 게스트 디자이너로서 퍼렐 윌리엄스 x 샤넬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은 그라피티로 재해석한 CC나 No.5 등의 샤넬 로고, 레트로 스트리트 패션의 원색 컬러가 두드러진 후디와 티셔츠, 테리 소재의 버킷햇, 다양한 컬러의 로퍼와 그라피티로 덮인 스니커, 로고가 새겨진 감각적인 선글라스 등을 포함하며 퍼렐 윌리엄스가 쌓아온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 패션의 융합을 잘 보여주면서도 파격적인 모습으로 완성됐다.
이 외에도 퍼렐 윌리엄스는 2020년 앞서 언급된 브랜드 휴먼레이스를 통해 크루얼티-프리와 비건 소재, 자연주의와 지속가능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최근 패션의 주요 관심사인 만큼, 이러한 행보는 패션 시장에 대한 또 다른 확장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퍼렐 윌리엄스가 맡게 된 브랜드는 자신의 브랜드가 아닌, 루이 비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패션에 대한 태도, 지금까지의 작업 형태와 방식, 지속가능성 등 최근 관심사를 손에 쥐고 이를 루이 비통의 전통에 재해석하고 조합하게 될 것이다. 루이 비통의 남성복은 가시성이 매우 높은 패션계의 최상단 브랜드인 만큼, 그에 걸맞은 역할이 있고 기대치도 매우 높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여러 특징을 어떻게 융합할지가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을 바라보는 핵심적 관전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이패션이 주도하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끝나가며 패션의 흐름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맞춰 많은 브랜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며 브랜드를 리빌딩하고 있다. 케어링 그룹 산하의 구찌는 사바토 드 사르노를 중심으로 이전과는 꽤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되며, 보테가 베네타는 마티유 블라이지의 지휘 아래 새로운 방향성을 가다듬고 있다. 뎀나의 발렌시아가 정도가 이전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
하지만 LVMH는 지방시와 매튜 윌리엄스, 겐조와 니고 그리고 얼마 전 60%의 지분을 사들인 오프 화이트와 이브 카마라 등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 패션의 관계를 유지 및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루이 비통 남성복에 퍼렐 윌리엄스를 앉힌 선택이 과연 주류 패션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만한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