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공허한 사회 초년생을 위한 시계 7

멋과 효율을 동시에.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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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계를 산다. 입학, 결혼, 취업처럼. 마침 정글 같은 사회에 첫발을 디딜 즈음이라면 여기 치열하고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할러닝메이트가 있다. ‘근본’ 있는 브랜드 중에서 솎아낸 일곱 개의 시계 말이다. 신중하게 생각할수록 좋다. 그리고 이왕이면 끌리는 디자인으로. 어차피 하루에 수십 번은 더 쳐다봐야 할 얼굴이니까. 

지옥에서 툴워치

빅토리녹스 이녹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상황에 노출되든 살아남을 시계야말로 사회 초년생에게 필요한 시계가 아닐까. 군용 칼을 제작하면서 금속을 주무르는 데 도가 튼 빅토리녹스는 그동안 견고한 시계를 여럿 만들어왔다. 이녹스는 회사 창립 130주년을 맞아 3년에 걸쳐 공들여 제작한 제품이다. 정교하고 섬세한 부품이 들어가는 오토매틱 시계도 아닌데, 개발이 오래도록 걸린 이유는 따로 있다. ‘탈 시계급 내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혹독한 시험 코스를 만들었다.

테스트 항목은 창립 기념 햇수와 같은 1백30가지. 얼렸다가 불에 지지고, 탱크로 짓이기고, 10미터 높이에서 땅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내부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근육질이 된 이녹스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반영해 37mm 크기로 축소한 모델도 얼마 전 출시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 버전을 추천한다. 축소 모델은 200m이던 방수 성능이 절반으로 줄어 애초의 개발 취지도 흐릿해져 버렸으니까. 가격은 50만 원대.

입문은 고전부터

Q 타이맥스 팔콘아이

타이맥스는 최근 들어 부쩍 과거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서랍에서 잊고 지낸 물건을 주섬주섬 꺼내보듯 헤리티지를 끄집어낸다. 내친김에 예전에 존재했던 라인 이름 ‘Q 타이맥스를 소생시키더니 경쟁자들의 멱살을 잡는 제품들을 내놨다. 팔콘아이는 그 1열에 선 시계. 1970년대 모델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재출시했다.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푸른 다이얼을 금빛 테두리로 두른 디자인은 요즘 시계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레트로 디자인과 코드만 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시계라는 뜻이다.

게다가 바쁜 사회인을 위한 배려가 설계에 반영되어 있다. 동전 하나만 있으면 1분 만에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구조라서 시계방 찾아다닐 수고를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나치게 정직한 복원은 이 시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크릴 재질의 글라스까지 그대로 복각해 스크래치에 취약하다. 물론 솔루션은 있다. 5천 원에 살 수 있는폴리워치를 헝겊에 묻혀 문지르면 표면의 상처가 말끔하게 정리되므로 함께 구매하길 권한다. 가격은 10만 원대. 

변방의 대장군

오리스 애커스

오리스는 독립 브랜드다. 바꿔 말하면 눈치 볼 게 없다. 그룹 내에서 서열화된 포지션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 개척하지 못할 시계 장르도 없다. 개성 있는 디자인 덕분인지, 오토매틱 시계만 만드는 확고한 고집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대한 시계 그룹들이 덩치로 밀어붙이는 시계 업계에서 끝끝내 살아남았다. 오리스를 차고 있으면 그래서 독립투사 같은 브랜드 스토리를 꿰차고 있는뭘 좀 아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커스는 오리스의 주력 모델이자 300m의 방수 성능을 갖춘 잠수용 시계다. 어딘가 모르게 서로 닮은 요즘 다이버 워치와 달리 멀리서 봐도 긴가민가할 일 없이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특이하게도 애커스는 구형과 신형 모두를 판매 중인데,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에 해당하는무브먼트만 다르다. 구형에는 범용으로 사용되는 기성품, 신형에는 오리스가 직접 개발한 무브먼트가 들어간다. 자체 무브먼트가 더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가격 차이가 150만 원 이상 벌어지는 게 문제. 시계의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고 다닐 게 아니라면 굳이 신형을 고를 이유는 없을 듯하다. 가격은 230만 원대.

바우하우스는 살아 있다

융한스 막스빌 크로노스코프 

사실 스위스 못지않게 시계 역사가 깊은 나라가 독일이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가 가격대별로 포진해 있다. 융한스는 한국과 해외에서의 인지도 오차가 특히 크다. 아무나 알지 못할 브랜드를 원하는 동시에 헤리티지를 갖춘 시계를 찾는다면 융한스만큼 적절한 브랜드도 없다. 경험을 빌려 말하자면, 시계에 적힌 브랜드명을 보고 열에 아홉은정한스는 어느 나라 거냐고 묻곤 했으니까.

모델명에 명시한 것처럼 이 시계는 바우하우스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막스 빌의 유산이다. 1960년대, 막스 빌은 융한스와 협업해 이 걸작을 창조했다. 작고 얇게 표현된 숫자와 선이 볼록한 돔형 글라스 아래 옹기종기 모인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간결하면서 화려하다. 융한스가 현재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 않아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 하지만, 밀린 재고를 판매하는 그레이마켓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 역시 많다. 케이스 색상 및 스트랩 소재, 문자판 형태에 따라 파생 모델이 다양하게 존재하니 행복한 고민 끝에 구매 버튼을 눌러 보길. 가격은 70만 원대.

모범 시민

시티즌 프로마스터 PMD56

일본 시계는 참 이기적이다. 자국 판매용을 수출용보다 훨씬 높은 스펙으로 제작하거나 아예 일본 내에서만 판매하는 버전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시티즌의 프로마스터 PMD56가 그런 시계다. 내수용으로 조용히 만들었다가 서양 시계 마니아들에게발각되어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해외 시계 커뮤니티에선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시계라는 등의 칭송 챌린지가 아직도 펼쳐진다. 동의한다. 손목시계가 갖출 수 있는 모든 미덕이 한 몸에 들어가 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그 어떤 케어도 필요치 않다. 큰 달, 작은 달을 구분해 날짜를 자동 조정하는 퍼페추얼 캘린더, 다이버 워치 수준의 방수 성능, 빛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에코 드라이브 무브먼트 등 유용한 기능을 줄줄이 나열하면 끝이 없다. 소재도 특별하다. 시계 전체를 티타늄으로 만들어 거짓말 조금 보태면 무게도 스테인리스 시계의 절반 정도로 가볍다. 스크래치에 약한 티타늄 표면은 특수 코팅으로 경도를 높여 시티즌의 마감 실력을 과시한다. 전파 수신으로 시간차를 조정하는라디오 컨트롤기능이 일본 외에선 무용지물이어도 다른 재능이 모두 출중해 조용히 눈감아주고 싶다. 가격은 50만 원대.

상위 클래스 문지기

태그호이어 포뮬러 1

안티와 팬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브랜드는 아마 태그호이어일 것이다. 안티 쪽은 기술력보단 마케팅 전략의 승리라고 말하는 반면 팬들은 태그호이어의 디자인과 만듦새를 옹호한다. 그래도 양측 모두 인정하는 게 있다. 바로 국제적인 인지도에서 샘솟는 브랜드 파워. 구매 연령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며, 그 덕에 밝고 경쾌한 디자인을 계속 시도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포뮬러 1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태그호이어의 이름값을 누릴 수 있는 엔트리 워치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오토매틱 대신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엔트리라고 해서 브랜드 로고만 새겨 대충 찍어낸 시계는 아니다. 외부 손상에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시계를 덮었고 스크루 다운 용두를 달아 침수에 철저히 대비한다. 스포츠 워치로서의 자격은 이미 차고 넘치는 셈이다. , 포뮬러 1은 유난히 줄을 교체하며 착용하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색상의 나토 밴드나 가죽 밴드로 바꿔가며 착용해도 잘생긴 얼굴이 거뜬히 소화해낸다. 가격은 130만 원대.

팔각형을 만난 지샥 

지샥 GA-2100

리테일가의 3배 이상으로 거래되며 가격이 널뛰던 때가 기억난다. 출시되자마자 역대급 디자인이 나왔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판매처를 찾기 바빴다. 오데마피게의 로얄오크를 닮아지얄오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시계에 별명이 붙으면 일단 성공작이라고 봐도 좋다. 그만큼 관심을 모았다는 증거니까. GA-2100은 지샥 역사상 가장 성공한 모델일 수도 있다. 스마트 워치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이 정도로 이슈가 된 전자시계는 지얄오크가 유일하다.

기능은 기존 지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말 그대로 디자인이 다 했다. 투박하지만 튼튼한 시계를 만들던 지샥이 단정하고도 튼튼할 수 있다는 선언이라도 한 듯했다. 지샥은 오래된 취미인색상 놀이를 이번에도 실천하며 무려 수십 가지 컬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도 마음에 드는 색상이 없다며 실망할 필요는 없다. 커스텀용 부품이 많아 얼마든 나만을 위한 컬러로 바꿔버릴 수 있다. 지얄오크의 치수에 맞게 제작되어 기본적인 공구만 있다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작업이다. 마침 시계 물량이 공급되면서 치솟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은 상황. 지금이 적기다. 가격은 9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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