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만큼 재밌는 만화 실사 영화 7

만화만큼 재밌는 실사 영화는 어떤 게 있을까? 원작 못지않게 재밌고, 만화로는 다 구현할 수 없는 미장센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실사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한다.

<크로우즈 제로>(2007)

<크로우즈 제로>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원작 만화 <크로우즈>의 1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야쿠자 집단인 ‘유성회’ 보스의 아들인 타키야 겐지(오구리 슌)가 까마귀 학교로 불리는 스즈란으로 전학을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겐지는 주먹으로 스즈란의 정점에 서겠다는 생각으로 실질적 ‘짱’ 세리자와 타마오(야마다 타카유키)에게 도전하고 접전 끝에 승리한다. 하지만 세리자와를 제압했지만 이 까마귀 학교의 정점이 된 건 아니다. 패권 다툼에는 일절 흥미가 없는 린다만(후카미 모토키)이라는 괴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겐지는 결국 린다만에게도 달려든다.

<데스노트>(2006) &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2007)

2006년과 2007년에 개봉한 카네코 슈스케 감독의 <데스노트> 시리즈. 1편인 <데스노트>는 야가미 라이토(후지와라 타츠야)가 얼굴을 아는 사람의 본명을 적으면 사망하는 공책 데스노트를 얻게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책의 주인인 사신 류크(나카무라 시도)는 유희에 가까운 목적으로 데스노트를 인간계에 떨어뜨렸고, 라이토가 공책을 범죄자를 처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결국 세계 최고의 명탐정으로 꼽히는 L(마츠야마 켄이치)이 사건에 뛰어들며 두 사람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2편인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에 이르러 결국 L의 승리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300>(2007)

<새벽의 저주>(2004)와 <왓치맨>(2009)의 감독이자 현재 DC 확장 유니버스의 총괄 프로듀서인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원작 <300>은 12회 아이너스상 시상식 최우수 리미티드 시리즈 수상작이자 프랭크 밀러가 그린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다. 기원전 480년, 황제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가 이끄는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에 맞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가 3백 명의 용사와 함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사물과 배경을 3D로 제작하는, 당시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시도를 했고, 그렇게 완성된 강렬한 전투 신과 그로테스크한 배경은 <300>만의 남다른 미장센으로 그려내며 호평과 함께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크루엘라>(2021)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개>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1970년대 크루엘라(엠마 스톤)의 젊은 시절을 다룬다. 크루엘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절벽에 떨어져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살아남기 위해 런던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둘과 소매치기로 거리를 누비며 살지만, 패션 디자인에 대한 꿈이 있던 그는 런던 패션계의 주요 인물 남작 부인 바로네스(엠마 톰슨)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남작 부인이 어머니의 유품 목걸이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친구들과 함께 훔칠 계획을 세운다. 화려한 의상과 연출만큼이나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발표된 데이비드 보위, 비지스, 롤링스톤스 등이 만든 명곡들이 OST로 삽입돼 화제를 모았다.

<나의 행복한 결혼>(2023)

<나의 행복한 결혼>은 동명의 라이트 노벨(만화에 가까운 삽화를 많이 사용하는 대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특수한 능력 ‘이능’을 물려받은 가문이 황제와 함께 재앙으로부터 백성을 지키며 살던 시대, 이능력 가문의 장녀 사이모리 미요(이마다 미오)는 해당 능력 없이 태어난 탓에 계모와 배다른 여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살고 있었다. 그에게 가장 괴로운 건 이능 부대를 이끄는 냉혹하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젊은 군인 쿠토 키요카(메구로 렌)와의 정략결혼. 하지만 키요카는 소문만큼 악인이 아니었고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생수 파트1> & <기생수 파트2>(2015)

<기생수> 2부작은 일본의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그린 동명의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다. 어느 날 지구에 떨어진 정체불명의 기생 생물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사람의 뇌에 침입해 머리에 기생하고 육체를 차지하며 다른 인간을 포식하는 기생 생물이라는 공포스러운 소재가 적절한 CG로 표현되어 높은 몰입감을 자랑한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대부분 살리면서도 동시에 영화 두 편의 분량과 흐름에 맞추기 위해 사건을 생략하거나 합치는 등 각색을 거쳤다.

<바람의 검심> 시리즈

만화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기->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시리즈. 동란기 교토에는 ‘칼잡이 발도재’라 불리며, 피로 물든 칼로 메이지 시대를 개척한 한 검객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강’이라는 칭호와 히무라 켄신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다. 이후 그는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들고 세상을 방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자신을 사칭해 세상을 위협한다는 걸 알게 되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역날검을 쥐고 결투에 나선다.

<바람의 검심> 시리즈는 <바람의 검심>(2013)부터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2015),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2015),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2021),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2021)까지 총 다섯 편으로 이뤄졌다. 감독은 일본의 대하드라마 <료마전>(2010)을 연출한 오토모 케이시, 무술 감독은 ‘견자단 사단’의 타니가키 켄지, 검술 지도는 일본 고류 무술 북진일도류 현무관 6대 종가의 코니시 신엔 카즈유키가 맡았다.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고, 이를 자부심으로 여기는 일본 영화계에서 역대 일본 만화 원작 실사 영화 중 명실상부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