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칠린 호미 & 노윤하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거다. 이건 ‘랩 게임’이니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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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어떻게 인연이 됐나?

칠린 호미 (노윤하에게) 2년 정도 됐나?

노윤하 그쯤 됐지. 당시 내가 <드랍 더 비트>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칠린 호미 형이 피처링을 해주며 인연이 시작됐다.

첫인상은 어땠나?

칠린 호미 생각보다 예의 바른 동생이었다. <고등래퍼4>(2021)에 출연한 것도 봐서 랩을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노윤하 칠린 호미 형이 <쇼 미 더 머니777>(2018)에 출연했을 때부터 봤다. 당시 형은 고등학생이었는데, 랩을 너무 잘해서 래퍼 지망생인 우리 사이에서는 ‘왕’으로 통했다.

이후 여러 곡을 함께했고 이제는 같은 레이블 마인필드 소속이기도 하다. 2년간 가까이 지낸 셈인데, 첫인상과 다른 것도 있나?

노윤하 랩을 이렇게나 잘하는 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한 번은 일산에 있던 내 작업실에 와서 녹음을 한 적이 있다. 처음 듣는 비트인데, 준비해 온 것처럼 멋진 랩을 하더라. ‘진짜 래퍼구나’ 했다.

칠린 호미 윤하와 협업은 좀 특별하다.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당장 만나 작업해도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이후 같은 레이블 소속이 되어 더 가까워졌다.

래퍼로서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나?

노윤하 ‘몸이 먼저 반응하는 랩’을 하자는 것. 심오한 가사의 랩도 좋지만, 어렸을 때부터 즐겨 듣던 몇몇 외국 힙합 곡처럼 즐길 수 있는 랩을 하고 싶다. 몸이 반응하는 힙합을 선호한다.

칠린 호미 랩 스타일은 계속 변하는 것 같다. 그때그때 끌리는 음악을 만든달까. 그래서 윤하를 비롯한 주변 뮤지션들은 나더러 트렌드를 잘 이해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런 곡을 만들면 잘 되겠지? 이런 랩을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같은 생각 없이 당장 내가 끌리는 음악을 만든다. 물론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만들고 싶고, 랩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요즘은 아프로와 개러지 장르에 관심이 간다.

두 사람이 협업한 곡 중 유독 마음에 드는 서로의 벌스는 무엇인가?

노윤하 새로 발매될 칠린 호미 형의 앨범에서 탈락한 곡이 있다. 예전 칠린 호미의 거친 면과 트렌디한 스타일이 동시에 담긴 곡인데, 발매하지 않게 됐다는 얘길 듣고 아쉬웠다.

칠린 호미 ‘ETA’라는 곡에서 윤하가 랩을 매우 잘했다. 윤하가 랩할 때 특유의 발음이 있는데, 모든 면에서 래퍼스럽달까.

지난달 발매된 노윤하의 정규 앨범 <TOO YOUNG>에 수록된 ‘Rondo’를 함께 만들었다. 어떤 생각에서 출발한 곡인가?

노윤하 ‘Rondo’는 공연할 때 재밌을 것 같은 곡이었는데, 마침 칠린 호미 형이 생각났다. 이 형은 어떤 비트를 줘도 기대 이상의 랩을 하는 걸 아니까 믿고 맡겼다.

칠린 호미 우리는 몇몇 랩 서바이벌 예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유명세도 생기고 돈도 벌어봤다. 그러다 유행도, 랩도, 돈도 돌고 돈다는 의미로 곡의 주제를 정하게 됐다. 영어 벌스에 큰 의미를 둔 건 아니다. 영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자연스럽게 영어 가사가 나오더라.

서로 존중하는 래퍼끼리 협업하게 되면 경쟁심 같은 것도 생기나?

노윤하 생긴다. ‘Rondo’는 내가 먼저 벌스를 써서 형에게 보냈는데, 당시 꽤 괜찮은 랩이라고 생각해서 보낸 것도 있다. 승패와 별개로 내 정규 앨범에 들어갈 곡이라 잘하고 싶었다.

칠린 호미 딱히 경쟁심은 없다. 윤하와 나는 래퍼로서 장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자 잘하는 걸 하면 되니까.

칠린 호미와 노윤하가 합작 앨범을 낸다면 어떤 음반이 될까?

노윤하 원초적인 랩 앨범이 되지 않을까? 본능에 충실한.

칠린 호미 작년에 시도한 적 있는데, 서로 바빠서 무산됐다. 사실 서로 시간만 되면 앨범 하나는 금방 나올 것 같다.

칠린 호미는 노윤하의 새 앨범 <TOO YOUNG>을 들었을 때 어땠나?

칠린 호미 랩도, 프로덕션도, 주제도 의도한 대로 잘 만든 것 같다.

노윤하 이번 앨범의 숨은 공신이 칠린 호미 형이다. 마지막 트랙인 ‘400’은 형이 적재적소에 좋은 피드백을 줘서 큰 도움이 됐다. 그 외에도 평소 내가 잘하던 스타일이 아닌 랩이 담긴 트랙도 있는데, 그런 곡을 만들 때마다 형에게 보냈고 형의 피드백이 피와 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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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하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가장 랩을 잘하는 래퍼 세 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칠린 호미를 언급하기도 했다.

노윤하 친해지면 뮤지션으로서의 장점이 흐려지기도 하는데, 아마 가까워질 수록 그 사람이 듣는 음악이나 취향을 알게 되어 그런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칠린 호미 형은 대단한 게, 매일 새로운 음악을 찾고, 색다른 랩을 연구한다.

이렇게 후배가 공적인 자리에서 치켜세우는 말을 하면 어떻게 다가오나?

칠린 호미 낯간지럽다. (웃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게다가 윤하는 내가 생각하는 랩을 잘하는 래퍼인데, 그런 친구가 나를 리스펙트해주니 뿌듯하다. 요즘에는 랩을 멋지게 뱉는 래퍼가 드물다.

친한만큼 서로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칠린 호미 윤하는 성격이 부드럽고 맑다. 함께 해외 공연을 간 적 있는데 당시 둘이 술먹고 방탕하게 노는 것보다 새로운 도시를 관광하는 걸 택했다. 성향이 잘 맞는 거다. 그리고 아직 나이도 어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래퍼라는 게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단점은 자주 안 씻는 것처럼 보이는 것 말고는 없다.(웃음)

노윤하 래퍼로서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매번 수준 이상의 곡을 만든다는 게 형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큰 파도가 와도 형이라면 멋지게 유영할 것 같다. 장점이자 단점은 대중성보다 힙합 팬이 더 좋아할 함량 높은 음악을 만든다는 거 아닐까?

앞서 언급한 칠린 호미의 다음 앨범의 발매 예정 시기는 언제인가?

칠린 호미 5월 초쯤? 작업은 어느 정도 해뒀는데, 정규 앨범으로 발매하려다 보니 고민이 많아서 완성한 곡을 더러 버렸다. 들을수록 아쉬운 점이 보이더라. 그래도 곧 여러모로 준비가 될 것 같다. 발매 날짜를 약속하고 싶지는 않다. 차기작에 관한 힌트라면 여러 장르가 섞인 앨범이라는 것.

두 사람은 요즘 힙합 신을 어떻게 보나?

노윤하 과도기가 아닐까. 세대가 바뀌는 시기 같기도 하다. 힙합은 팬덤이 뚜렷한 편이라 어떤 ‘영역’을 갖고 있다고 보는데, 그 자리를 뺏기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자 한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선배 래퍼도,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형들도 꽤 있으니 이제 우리 세대에서 그 역할을 할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세대 간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더 조화로운 힙합 신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칠린 호미 윤하의 말에 동의한다. 반면에 세대를 막론하고 랩 실력만 보자면 유명세에 비해 랩을 잘 못하는 래퍼도 많다. 윤하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은 각자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선배들은 당연히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 열심히 할 거고, 나 또한 내 자리를 차지하도록 열심히 할 거다. 이건 ‘랩 게임’이니까.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나 ‘싱랩’은 힙합이 아니다라는 의견은 어떻게 다가오나?

노윤하 듣기 편한 구린 노래를 내고 마케팅을 해 돈 좀 만지려는 래퍼는 꼴 보기 싫다. 래퍼로서 아이덴티티가 없는데, 음악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힙합이 아닌 것 같다. 반대로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라도 래퍼가 마음이 동해 진심을 담은 좋은 곡이라면 멋지다.

칠린 호미 쉽게 말하면 잘하면 멋진데, 못하면 구린 거다. ‘잘하는 래퍼’는 극소수다. 잘하는 래퍼를 따라하는 래퍼가 대다수인데 그런 사람들이 힙합 신의 대표성을 얻는 건 반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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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쇼 미 더 머니> 시리즈가 없어졌다. 힙합 신의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한데, 래퍼로서는 어떻게 다가오나?

칠린 호미 <쇼 미 더 머니> 시리즈와 함께 힙합을 알리고 성공한 일리네어 레코즈, 하이라이트 레코즈 등을 떠올리면 여전히 멋지다. <쇼 미 더 머니> 시리즈보다 그 레이블과 래퍼들이 더 크고 빛났다고 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송의 파급력이 커지며 래퍼들이 방송을 따라가게 됐고, 그런 현상이 소비 층 감소에 일조했다고 본다. 하지만 래퍼로서 이 상황을 외부의 탓만 할 게 아니라 더 열심히 멋진 음악을 선보이며 다시 판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노윤하 힙합은 다른 장르에 비해 트렌드가 빨리 변한다. 작년에 들었을 때 멋진 랩이었어도 지금 들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더불어 힙합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젊은 층의 소비가 많은 편인데, 새로운 팬의 유입은 전처럼 활발하지 않은 데 비해 골수팬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힙합 신과 함께 나이 들고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요즘 부쩍 눈에 띄는 래퍼는 누구인가?

노윤하 신세대 래퍼는 아니지만, 이센스의 앨범을 다시 자주 듣고 있다. 같은 단어를 뱉어도 그루브가 남다르달까. 그야말로 래퍼다.

칠린 호미 마스타 우.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는 보기 드문 래퍼라고 생각한다. 마스타 우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을 오랫동안 선보이는 래퍼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에게 힙합이란 무엇인가?

칠린 호미 삶이지. 삶이 음악에 표현되는 거고. 음악을 위한 가사를 쓰는 게 아니라 삶이 가사에 드러난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삶의 방식과 태도에 따라 랩에 담기는 에너지도 다르다.

노윤하 돈을 벌고 돈을 쓰는 이유. 힙합으로 돈을 벌고 힙합으로 돈을 쓴다. 음악으로 돈을 버는데, 돈을 벌면 더 나은 음악을 위해 투자하니까.

그렇다면 칠린 호미와 노윤하의 목표는 무엇인가?

노윤하 1월에 앨범을 내며 올해를 산뜻하게 시작했으니, 남은 한 해도 성실히 곡을 발표하려고 한다. 작년에는 피처링을 제외하면 개인 곡이 하나도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올해는 래퍼로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다양한 뮤지션과 교류하며 지내고자 한다. ‘체급’을 더 키워서 루키의 다음 단계로 가야지.

칠린 호미 정규 앨범을 잘 준비하고, 믹스테이프를 몇 장 내고 싶다. 요즘은 다시 트랩에 관심이 간다. 타이 달라 사인이나 래 스레머드 같은 올드스쿨한 트랩. 원초적인 매력의 랩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외에는 멋진 음악을 만드는 해외 래퍼들과 어울리며 작업하는 게 가장 가까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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