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직접 걸으며 만난 홍콩의 지금, 꼭 들러야 할 갤러리 5
셩완에서 시작해 M+로 이어지는 전시 투어 가이드
아트바젤 홍콩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상륙하기 직전, 홍콩의 갤러리들은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돈다. 대형 페어의 막이 오르기 전, 감각 있는 갤러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시 일정을 앞당기거나 비장의 신작을 꺼내 놓으며 관람객의 시선을 가로챈다. 이 시기 홍콩의 거리를 걷는 것은 아트바젤이라는 거대한 본편을 마주하기 전, 가장 뜨거운 ‘프리퀄’을 목격하는 일과도 같다.
그 흐름의 중심인 셩완(Sheung Wan)은 지도가 무색해지는 동네다. 상업 갤러리와 실험적인 프로젝트 스페이스가 촘촘히 밀집한 이곳에선 목적지를 정해둘 필요가 없다. 한 공간의 문을 닫고 나오면 이내 다음 전시의 포스터가 시야에 들어오고, 좁은 골목을 꺾거나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전혀 다른 결의 예술적 세계관이 감각을 자극한다.
2026년 3월 27일, 홍콩 컨벤션 앤드 익스히비션 센터(HKCEC)에서 열릴 본 행사를 앞두고 셩완은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내비치는 장소가 된다. 정제된 완성본 이전의 역동적인 기획의 윤곽,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날 것의 방향성이 이곳에서부터 꿈틀대기 때문이다.
<하입비스트>는 이 살아있는 맥락을 짚기 위해 셩완을 기점으로 센트럴을 지나 웨스트 카오룽까지 이어지는 아트 트레일을 직접 훑었다. 아트바젤 기간 홍콩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도,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한 이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가이드다.
Soluna Fine Art
재스민 맨스브리지 <Kaleidoscope City>
셩완 사이 스트리트에 위치한 솔루나 파인 아트는 비교적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공간이다. 갤러리는 회화와 공예를 중심으로 동시대 작가를 소개하며, 특히 한국 작가를 홍콩에 꾸준히 소개해 온 점이 특징이다.
현재 전시는 호주 출신 작가 Jasmine Mansbridge의 홍콩 첫 개인전 <Kaleidoscope City>다. 작가는 기하학적 형태와 색의 대비를 활용해 도시의 구조와 리듬을 회화로 풀어낸다. 홍콩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받은 시각적 인상이 작업 전반에 반영돼 있다.
회화와 함께 전시된 설치 작업 <Thought Catcher>는 거울 구조를 통해 관람자의 모습과 공간을 반사하며,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솔루나 파인 아트는 이번 전시 이후 한국의 중견 작가 장승태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한국 작가를 홍콩에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이 분명한 갤러리다.
주소: G/F, 52 Sai Street, Sheung Wan, Hong Kong
운영 시간: 화–토 10:00–18:00 (공휴일 휴관)
Double Q Gallery
마리아 쿨리코브스카 <To Regenerate the Lost>
더블 큐 갤러리는 셩완에서도 전시 주제가 비교적 명확한 공간이다. 정치적 현실, 전쟁, 이주, 신체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Maria Kulikovska의 개인전 <To Regenerate the Lost>는 작가가 직접 겪은 전쟁과 망명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임신한 인물 조각으로 시작해, 사용되지 못한 가구와 생활용품, 그리고 약초를 포함한 설치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품 속 오브제들은 에폭시 안에 봉인돼 있으며, 개인의 기억과 생존의 기록을 동시에 담고 있다. ‘집’과 ‘안전’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이후의 상태를 차분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더블 큐 갤러리는 연간 약 6회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각 전시는 비교적 밀도 있는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주소: 68 Lok Ku Road, Sheung Wan, Hong Kong
운영 시간: 전시별 상이 (방문 전 확인 권장)
JPS Gallery
윌슨 쉬 <Guan Yu vs. Wilson Shieh>
센트럴에 위치한 JPS 갤러리는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해 온 공간이다. 회화, 설치, 디지털 작업을 폭넓게 다룬다.
Wilson Shieh의 개인전 <Guan Yu vs. Wilson Shieh>는 관우라는 전통적 인물을 통해 홍콩의 근현대사를 되짚는다. 명·청대 회화, 일본 우키요에 판화의 재해석, AI 기반 영상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고층 빌딩이 세워지던 시기와 무협 영화의 전성기를 연결하며, 홍콩이라는 도시가 형성된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주소: G/F, 88–90 Staunton Street, Central, Hong Kong
운영 시간: 화–토 11:00–19:00 (일·월 및 공휴일 휴관)
Leo Gallery
린 유시 <Form of Time>
레오 갤러리는 중국 및 아시아 작가의 동시대 회화와 수묵 작업을 꾸준히 소개해 온 공간이다. 셩완 지역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중국 작가 린 유시의 개인전 <Form of Time>로, 2025년에 제작한 종이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전통 수묵화의 형식에서 벗어나 파스텔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작업은 번짐과 중첩, 손의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형태보다는 과정에 가까운 화면 구성이다. 전시는 연말을 앞둔 시기에 맞춰, 시간과 축적이라는 주제를 비교적 담담하게 제시한다.
주소: G/F, 46 Sai Street, Sheung Wan, Hong Kong
운영 시간: 화–토 11:00–18:30 (공휴일 휴관)
M+
전시 호핑의 마지막 지점은 웨스트 카오룽 문화 지구에 위치한 M+다. 홍콩을 대표하는 현대 시각문화 미술관으로,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영상, 디지털 이미지, 대중문화를 폭넓게 다룬다.
M+는 개별 작품 소개보다는 사회적·문화적 맥락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의 전시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을 중심에 두면서도 글로벌 담론과의 연결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아트바젤 기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공간 중 하나다.
주소: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Kowloon, Hong Kong
운영 시간: 화–목, 주말 10:00–18:00 | 금요일 10:00–22:00 (월요일 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