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서울 다이너스티 팀 인터뷰 - 왕조의 게임
프로 게임 리그는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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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게임의 간극은 얼마나 넓을까? PC 게임과 스트리밍 방송이 주류 문화의 자리를 하나 둘씩 꿰어참으로써, 이같은 질문은 점점 색이 바래지고 있다. 나이키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선수를 후원하고, 언디피티드가 <오버워치> 팀의 유니폼을 만들기도 하는 지금, 프로 게임 리그는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게 됐다. 한편, <오버워치> 리그를 본 수많은 팬들은 선수들이 신은 나이키 x 오프 화이트, 구찌, 발렌시아가, 아디다스의 온갖 ‘하입’ 스니커에 주목하기도 했다. 문득 떠오르는 질문.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또한 어떨까? <오버워치>의 서울 다이너스티 팀의 류제홍, 토비, 준바, 플레타, 피셔를 만나 직접 물었다.
플레타의 재킷은 빈티지, 하프 집업 스웨트 셔츠와 팬츠는 타미 진, 모자는 슈프림.
패션 화보는 처음이었나요?
류제홍(Ryujehong, 류제홍): 아무래도 이런 기회는 없었죠. 심지어 저는 원래 옷이나 외모에 관심이 없거든요. 그냥 제가 직접 옷을 사는 경우도 드물고, 어머니가 혹은 팬들이 선물한 걸 그냥 항상 입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이렇게 꾸며보니까 좀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고, 앞으로 관심을 가져볼까,하고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플레타(Fleta, 김병선): 저 역시 이런 스트리트 스타일? 같은 건 처음 접해봐요. 늘 평범하게 입어와서 좀 인상깊었어요.
피셔(Fissure, 백찬형): 살면서 옷이나 스타일 이런 것에 대해 거의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오늘 난생 처음으로 갖춰 입어봤는데, 역시 비싼게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프로게이머다 보니 이런 걸 찍을 기회가 없었는데, 뭐랄까 진짜 재미있었어요.
<하입비스트>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었어요?
피셔: 사실 저는 처음 들어봤어요. 아무래도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이런 패션 쪽에 관심을 쏟는 사람이 드물다보니까, 생소하긴 하죠.
토비(Tobi, 양진모): 저는 꽤 좋아해서 <하입비스트> 애플리케이션까지 깔았어요. 스니커, 브랜드 발매 소식이나 스타일링에 대해 많이 참고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좀 궁금하기도 했어요.
팀에서 멋에 제일 많이 신경 쓰는 선수는 그럼 토비인가요?
류제홍: 토비랑 먼치킨(Munchkin, 변상범)이요. 플레타 같은 경우도 좀 신경 쓰는 거 같고요.
리그 시합에 신고 나온 스니커들이 화제가 됐었어요. 모두 스니커에 관심이 많나요?
준바(Zunba, 김준혁): 잘은 몰랐어요. 재작년 국가대표 예선전 때 소위 명품 스니커라는 걸 처음 샀어요. 평소에 오가며 좀 예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살 생각은 못했죠. 그런데 하나를 사니까 다른 게 또 예뻐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하나 둘씩 모으게 됐어요.
주로 어디서 사나요?
준바: 매장에서 산 경우도 많고 인터넷으로도 샀고, 시합이 주로 미국에서 열리고는 하니까 현지에서 좀 많이 사게 됐어요.
로스 엔젤레스에서 주로 시합이 열리는데, 거기서는 쇼핑을 자주 하나요?
준바: 맘에 맞는 리그 선수들끼리 모여 비버리힐즈로 쇼핑을 가기도 해요.
가장 최근에 산 건 뭔가요?
피셔: 제가 산 건 아니고요. 어머니께서 오늘 신은 구찌 스네이크 프린트 슬리퍼랑 지갑 세트를 선물해 주셨어요.
류제홍: 저는 ‘아디 브레이크’라고 하던데, 트랙 팬츠를 하나 샀어요. 편하게 입으려고요.
토비: 발렌시아가 맨투맨 티셔츠요. 아 유니클로에서 코트도 하나 샀네요.
준바: 전 르꼬끄 스포티브 트레이닝 세트? (웃음).
피셔의 아노락 재킷은 스톤아일랜드, 팬츠는 베트멍, 모자는 프라다, 슬라이드는 구찌, 안경은 프로젝트 프로덕트.
최근 눈독을 들이고 있는 브랜드나 아이템이 있다면요?
준바: 요즘 생 로랑 스니커가 그렇게 눈에 들어와요. 아마 내년 리그 시합 때문에 미국에 가면 사게 되지 않을까…
토비: 발렌시아가 윈드브레이커요. 한참 알아봤는데 매물도 별로 없고, 가격도 좀 쎄고 해서 살지 말지 고민중이에요. 세일 기간을 노리는데, 과연 재고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뭘 살 때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류제홍: 원래 옷에 신경을 안 써서, 리그 시작 전 프리시즌에 미국에 갔는데 그때 처음 산 게 있어요. 지방시 야구점퍼였나? 아무튼 당시 애들 보니까 다 옆에서 신발 사고 뭐 난리도 아니었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샀거든요. 그러다가 리그 끝나기 직전 쯤에 발렌시아가 스피드 트레이너를 처음 샀어요. 그때부터 왠지 발렌시아가 제품들이 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렇게 트리플 S도 살뻔 했는데, 막상 사려니까 가격이 만만찮아서 내려놨어요. 어쨌든 저도 뭘 산다면 발렌시아가 제품일 것 같아요. 후드티 같은 편한 옷이요.
피셔: 사실 저는 발렌시아가가 뭔지도 잘 몰라서… 지금 딱히 사고 싶은 건 방송 장비 같은 것들? 예전에는 컴퓨터 부품이나 장비 같은 것들에 돈을 주로 썼었고요.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들,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사는 것도 아니예요. 보면 ‘음 예쁘네’ 하는 정도?
지금 <오버워치> 프로 리그에서는 발렌시아가가 최고 대세인 것처럼 들리는데요.
준바: 아마 그럴 거예요. <오버워치> 외에도 프로 선수들 대부분 발렌시아가 스니커 하나씩은 갖고 있는 거 같아요. 리그 시합이 끝나면 발렌시아가 매장에서 정모하는 분위기? (웃음) 그 다음 인기는 구찌, 나이키 오프 화이트 협업 스니커 정도 같아요.
현 <오버워치> 리그의 ‘최스(최고 스타일)’를 한 명 꼽자면?
류제홍, 준바: 런던의 제스쳐(Gesture, 홍재희).
피셔: 제가 봐도 제스쳐요. 리그 선수 중 옷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준바의 재킷은 챈스챈스, 후드 니트 톱과 체크셔츠는 폴로 랄프 로렌, 팬츠는 오프화이트, 슈즈는 발렌시아가.
팀이 리빌딩 됐어요. 선수 및 코치진이 바뀌었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류제홍: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는 점? (웃음) 그냥 좀 더 젊어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거 같아요.
서울 다이너스티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을 소개하자면?
류제홍: 전 엘리먼트 미스틱에서 온 힐러 포지션의 젝세(Jecse, 이승수) 선수가 있고요. 스무살이에요. 그 다음에 그리고 전 LFZ라는 중국 오버워치 팀에서 온 서브 탱커 포지션의 19살 마블(Marve1, 황민서) 이라는 선수와 20살 미셸(Michelle, 최민혁) 등이 있어요. 보시다시피 확실히 어리고, 저희와 합도 잘 맞는 편이에요.
LA 글레디에이터즈에서 피셔 선수도 합류했어요. 어떤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될까요? 메인 오더를 맡는다고 했어요.
피셔: 설거지죠(웃음). 사실 제가 여기 와서 딱히 뭘 바꾼다는 느낌 보다는 현재로서 아직 적응해 가는 단계인 거 같아요. 어쨌든 팀이 더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죠.
류제홍: 어쨌든 새 멤버 영입으로 좀 더 공격적이고, 전술적인 팀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내년 2월 14일에 시작되는 새 시즌은 어떨 것 같나요? 우승 외에 목표가 있다면?
류제홍: 기본적으로 우승을 목표로 하고요. 우승이긴 한데, 무조건 시즌 1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어요.
준바: 저희가 시즌 1때 런던 스핏파이어와 뉴욕 엑셀시어를 한 번도 못 이겼어요. 그래서 그 두 팀을 제대로 공략했으면 해요.
새 시즌에는 8팀의 신생팀이 새롭게 합류하죠. 그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팀이 있다면요?
류제홍: 리빌딩을 마친 상하이 드래곤즈요. 역시 젊고, 전술도 다양할 것 같아요.
준바: 저도 일단 상하이와 그리고 러너웨이가 앞으로 들어아게 될 팀이요. 아직 ‘오프 더 레코드’지만 확실히 강팀이 될 걸로 예상해요.
리그 선수 중 본인의 라이벌을 한 명씩 꼽자면?
준바: 퓨리(Fury, 김준호) 선수요. 저랑 같은 서브 탱커 포지션으로 지금 제일 잘 한다고 평가 받는 선수고, 국가대표이기도 하니까요.
토비: 저는 딱히 없는 거 같아요. 메인 힐러 자리는 다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류제홍: 저는 일단 같은 팀의 같은 포지션 선수가 가장 큰 라이벌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다이너스티는 현재 서브 힐러 자리가 공석이긴 해서, 굳이 타팀을 같은 포지션을 꼽자면 런던의 비도신(Bdosin, 최승태) 선수나 뉴욕의 쪼낙(Jjonak, 방성현) 선수 정도요. 배울 것도 많고요.
피셔: 저는 실력적으로는 딱히 라이벌을 생각해보지는 않았고요. 굳이 꼽아야 한다면 전 댈러스 퓨얼 소속이었던 캐나다의 XQC요. 실력을 떠나 방송을 너무 잘해서 그쪽으로는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생각해요(웃음).
토비의 셔츠는 팔라스 x 랄프 로렌, 스웨트 셔츠와 팬츠는 폴로 랄프 로렌, 모자는 팔라스, 안경은 프로젝트 프로덕트.
새 사옥이 생겼어요. 웬만한 엔터테인먼트사 사옥 수준의 시설과 규모예요. 어때요?
류제홍: 처음에는 사실 적응이 잘 안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저희 프로게이머들은 집이나 집 앞 피씨방 같은 곳에서 모든 일과를 주로 해결해 왔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장소가 생겨 이제는 그나마 사람답게 생활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집에서 씻지도 않은 채로 컴퓨터 앞에 앉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씻고 시간에 맞춰 출근도 하고(웃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나요?
플레타: 12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해요. 출근해서 점심을 먹고, 개인 연습이나 운동 등을 다녀와서 밤 10시까지 훈련을 해요. 10시 이후부터는 주로 개인 방송 등을 하고요. 한 12시에서 1시쯤에 숙소로 귀가해요.
프로게이머는 집중력과 같은 멘탈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 특별한 관리법이 있을까요?
류제홍: 특별한 건 없어요. 멘탈이나 집중력은 개개인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결국 저희도 프로니까, 스스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들 집중은 잘 하니까 결국 이 자리까지 온 거고요.
혹시 시합 전 징크스 같은 건 있어요?
류제홍: 예전에는 손톱을 안 깎으면 지거나 그랬어서 좀 불안했는데, 지금은 별 신경 안써요. 뭐 잘라도 맨날 지니까(웃음). 오히려 패배를 경험하니까 징크스가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아요. 다들 없는 거 같아요. 아, 경기 전날 고기는 꼭 챙겨 먹어요. 삼겹살이요.
류제홍 선수의 긴 머리는 징크스와 관계가 없나요? 언제까지 기를 예정이에요?
류제홍: 아뇨 시합과는 별 상관없어요. 그냥 어렸을때부터 머리를 길렀다 짧게 잘랐다를 반복했어요. 지금도 똑같아요. 리그 초반에는 포마드로 셋팅도 해봤다가, 최근에는 파마도 한번 했고요. 더 길러서 묶어볼까 했는데 다시 짧게 자르고 싶어요. 조만간 자르지 않을까 해요. 이유는 없어요.
혹시 클럽도 가나요?
토비: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류제홍: 저도 한 번도 안 가봤어요.
피셔: 저는 일단 여기서 거의 안 나가요.
게임 외에 취미가 있나요?
피셔: 방송 정도? 취미는 다 게임과 연관이 있거나 하는 것들이에요. 특별한 취미는 딱히 없는 거 같아요 다들.
류제홍 선수는 금을 모은다고 들었어요.
류제홍: 고등학생 때, 문득 어머니의 금반지가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달라고 해서 끼고 다녔어요. 그때부터 금에 좀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냥 손에 금붙이를 지녔을 때의 그 기분을 좋아해요. 약간 재테크의 개념도 없지는 않은데 금괴를 닥치는대로 모으거나 이런 건 아니에요.
류제홍의 재킷은 슈프림 x 나이키, 셔츠는 스톤아일랜드, 티셔츠는 슈프림, 팬츠는 캘빈클라인 진, 슈즈는 구찌.
개인 방송은 어때요? 일단 본인 스스로 재미가 있나요?
준바: 확실히 재미는 있는 거 같아요. 시청자들하고 어우러져 주고 받는 거니까. 재미로 하는 부분이 커요.
방송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나요?
류제홍: 처음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어찌보면 제 플레이를 남에게 전부 노출하게 되는 거잖아요. 신경이 쓰이죠. 그래서 예전에 미로(Miro, 공진혁) 선수 같은 경우는 방송을 안했어요. 자기 플레이를 남에게 안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안됐는데, 점점 깨닫게 됐어요. 지금은 재미로 하고요.
준바: 저도 개인적인 실력 향상에는 그다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피셔: 저 역시 재미로 하려고 해요. 제 개인적인 실력 향상이 있을 수 있어도, 멀리 봤을때 다른 사람의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다른 팀의 프로게이머들이 볼 수도 있고요. 제가 올라가는 만큼 제 플레이와 방송을 보는 사람들 역시 실력이 함께 올라갈 수 있는 거라, 딱히 향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프로 게임 신이 커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게 체감이 되나요?
류제홍: 프로에 오래 머문 사람으로서 엄청나게 체감이 돼요. 이를테면 지금처럼 패션 매거진과 화보도 찍고 인터뷰도 하는 걸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정도면 많이 바뀐 거 아닌가요?
<오버워치>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의 게임일까요?
토비: 제 인생 게임이죠.
류제홍: 윤택한 삶을 살게 해준 고마운 게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