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럭셔리카의 상징, 현대자동차 ‘그랜저’ 연대기 들여다보기

1986년 처음 출시된 그랜저는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모델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당대로서는 획기적이었던 기술력과 럭셔리한 디자인을 앞세워 등장한 그랜저는 ‘자수성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랜저는 세대변경을 거치며 현대차의 기함 자리를 꿰찼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랜저는 에쿠스, 제네시스에 ‘국산 최고 럭셔리카’의 자리를 내어줘야 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출시될 7세대를 통해 그랜저는 브랜드 최상위 모델로서 다시금 위상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이번 그랜저는 1세대 모델의 디자인이 대거 적용된다고 알려져 큰 기대가 모이는 중이다.

올해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7세대 그랜저 공개를 앞두고, <하입비스트>는 지난 36년에 걸친 그랜저의 역사를 훑어보기로 했다.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모델부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날 가장 많이 팔리는 승용차 6세대 모델까지, 현대 그랜저 연대기를 확인해보자.

1세대 그랜저 L, 1986년 7월

그랜저는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1986년 첫 출시된 1세대 그랜저는 특유의 각진 디자인과 전장 4865mm에 달하는 커다란 차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차의 이름 또한 ‘웅장’, ‘위엄’, ‘위대함’의 뜻을 담아 처음 지어졌다. 현대는 일본 미쓰비시와 함께 진행한 ‘L카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한 그랜저는 국내 대형차 최초의 앞바퀴 굴림 방식,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전자 제어 연료 분사 방식의 MPI 엔진, 크루즈 컨트롤, 전동 조절식 시트 등을 앞세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세대 그랜저는 국내 대형 승용차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총 9만2천5백71 대가 판매됐다.

2세대 뉴 그랜저 LX, 1992년 9월

‘각 그랜저’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뉴 그랜저는 이전 세대모델과는 사뭇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되어 반전을 선사했다. 당시에는 직선 위주의 국산 대형차들이 출시되고 있었지만 곡선미를 강조한 뉴 그랜저는 대형차 시장에서 전폭적인 인기를 얻었다. 기술력 역시 탁월했다. 대한민국 자동차 최초로 운전석 에어백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었고, 뒷좌석 쿨박스, 뒷좌석 오디오 리모컨, 여유로운 실내 공간 등은 럭셔리 카로서 역할하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뉴 그랜저의 전장은 4980mm로 당시 국내에서 판매되던 차종 중 가장 큰 차체와 실내 공간을 자랑했다.

3세대 그랜저 XG, 1998년 10월

새 천년을 약 1년 앞두고 출시된 그랜저 XG는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첫 번째 그랜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웅장한 차체를 강조했던 이전 세대 모델들과 달리 전장 4875mm의 크기로 완성됐다. 차에는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196마력의 시그마 V6 DOHC 엔진이 탑재됐으며, 국내 최초로 수동변속 기능을 겸비한 자동변속기 ‘H-매틱’을 적용해 운전의 재미까지 챙겼다. 차는 2000cc, 2500cc, 3000cc 세 가지 버전으로 운영됐으며, 하드톱으로 세련미를 강조한 디자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는 이런 그랜저 XG를 두고 “현대차의 이미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한 모델”으로 자평한다.

4세대 그랜저 TG, 2005년 4월

그랜저 중에는 최초로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조된 모델이다. 4세대 그랜저는 ‘견고한 안락함’을 콘셉트를 바탕으로, 출시 당시 디자인으로 큰 호평을 받으며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실제로 그랜저 TG는 2011년까지 약 6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총 40만6천8백89 대 가 판매됐다. 지난 2021년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렸던 현대 포터가 한 해 동안 9만2천2백18 대 팔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그랜저 TG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게 실내에는 버튼시동장치, 블루투스 핸즈프리,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과 같은 각종 첨단 사양들이 새롭게 적용됐다.

5세대 그랜저 HG, 2011년 1월

4세대 모델의 흥행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는 3년 6개월의 연구 기간을 거쳐 5세대 그랜저를 개발했다. 개발에 투자된 금액만 약 4천5백억 원.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과 풍부한 볼륨감을 앞세운 5세대 그랜저는 기존 그랜저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전 라인업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장착되었으며, 최고 출력 270마력의 람다 II 3.0 GDI 엔진 및 최고 출력 201마력의 세타II 2.4 GDI 엔진이 탑재됐다. 매번 국내 최초 기술이 적용되었던 그랜저답게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가 국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또한 고급 승요차답게 1열석 전동 시트, 전·후석 열선시트,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의 고급 사양들이 대거 기본 적용됐다.

6세대 그랜저 IG,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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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중장년층의 상징’의 이미지는 오늘날 그랜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지만,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그랜저의 숙제이기도 했다. 6세대 그랜저는 그런 이미지를 탈바꿈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6세대에 접어들면서 30대 그랜저 구매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2019년 페이스리프트 되어 출시된 6세대 더 뉴 그랜저는 마름모를 이어 붙인 모습의 전면 그릴 때문에 크게 호불호가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현대차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 1만7천2백94 대를 기록했다. 참고로 현재 판매 중인 그랜저의 전장은 제네시스 G80보다 5mm 짧은 4990mm으로, 최고 사양인 캘리그래피의 가격은 4천3백10만 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