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시계 7
롤렉스는 단 하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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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중시계가 스마트워치로 변하기까지, 지난 1백년 동안 시계 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에 열광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과시, 관상용, 투자 등 시계에 거금을 들이는 이들의 목적과 욕망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욕망이 서로 교차하며 시계의 가치를 확실하게 결정짓는 곳은 다름아닌 경매장이다. 그렇다면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평가받은 시계는 무엇일까? <하입비스트>가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시계의 리스트를 꾸렸다. 파텍 필립의 시계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값비싼 소재로 제작된 시계는 많지 않았다.
7위: 파텍 필립 Ref.2523 ‘유라시아 다이얼’
Phillips
오늘날 월드 타이머 컴플리케이션은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컴플리케이션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세계 여행 자체가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는 월드 타이머 컴플리케이션은 극소수의 특권층들만을 위한 특별한 시계였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파텍 필립의 2세대 월드 타이머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Ref. 2523 ‘유라시아 다이얼’은 지금까지 단 세 점만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매우 높은 희소성을 지녔다. 1세대 모델과 달리 월드 타임은 베젤이 아닌 다이얼 내부에 새겨졌으며, 그 중심엔 유라시아 대륙을 묘사한 에나멜 다이얼이 배치됐다. 블루, 터쿼이즈, 골드 컬러가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컬러 플레이를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가격: 한화 약 1백5억 원.
6위: 파텍 필립 고비 밀라노 허어스 유니버설
Christie’s
역사상 가장 비싼 월드 타이머 컴플리케이션 시계인 파텍 필립 고비 밀라노 허어스 유니버설은 위에서 설명한 ‘유라시아 다이얼’과 같은 레퍼런스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다양한 도시의 이름이 적힌 디스크를 조절할 수 있는 9시 방향의 크라운과 도시의 낮과 밤을 알려주는 ‘블랙 앤 화이트’ 컬러 디스크가 그 유산이다. 대신 내부엔 푸른빛이 감도는 고급스러운 에나멜 다이얼이 들어갔으며, 그 위엔 파텍 필립과 최초로 관계를 맺은 유통사 중 하나인 ‘고비 밀라노’의 이름이 각인됐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새것과 같은 상태 또한 이 시계가 고가의 가격에 거래된 이유 중 하나다. 가격: 한화 약 1백21억 원.
5위: 파텍 필립 Ref. 1518 프린스 모하메드 투픽 A. 투수 핑크 골드 프렌치 캘린더
Sotheby’s
브랜드 역사에서 왕실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브랜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하기엔 이만한 전략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텍 필립 Ref. 1518 투수 핑크 골드 프렌치 캘린더는 실제 왕족이 소유한 시계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1951년 이집트의 모하메드 투픽 A. 왕자가 직접 구매한 이 시계는 세계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시계 중 하나로, 타키미터 스케일과 6시 방향의 문페이즈가 특징이다. 특히 이 시계가 지금까지 58점 만이 제작되고, 그중에서 14점만이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된 살몬 다이얼과 핑크 골드 케이스가 어우러진 ‘핑크 온 핑크’ 컬러웨이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가격: 한화 약 1백29억 원.
4위: 파텍 필립 Ref. 1518 스테인리스 스틸
Hodinkee
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가장 비싼 시계 순위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이 시계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이다. 출시 이후 약 반세기 동안 유일한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존재한 Ref. 1518을 원형으로 한 것은 물론, 2016년엔 잠시나마 역사상 가장 비싼 손목시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인리스 스틸이 값비싼 컴플리케이션 시계에 어울리는 호화로운 소재라고 보긴 힘들다. 출시 당시엔 수요 또한 높지 않았다. 따라서 파텍 필립은 금에 비해 튼튼한 시계를 원하는 소수 고객을 위해 단 네 점만을 제작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거의 낮은 수요는 더 적은 공급으로 이어져 오늘날 이 시계가 무척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다. 가격: 한화 약 1백48억 원.
3위: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6329 ‘폴 뉴먼’
Phillips
롤렉스 데이토나 ‘폴 뉴먼’은 처음부터 인기 있는 모델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른 데이토나 컬러웨이에 비해 다소 급진적인 디자인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과 함께 1950년대를 풍미한 배우, 폴 뉴먼이 이 시계를 차기 시작하자 데이토나 ‘폴 뉴먼’은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폴 뉴먼은 이 시계를 단순히 많이 소유한 것을 넘어서, 정말 자주 찼기 때문이다. 폴 뉴먼은 이 시계를 차고 카레이싱 대회에도 참가하고, 영화에도 출연하며 이 다이얼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렇게 외면받던 이 컬러웨이의 거래가는 높아져만 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은 폴 뉴먼이 실제로 차던 데이토나 ‘폴 뉴먼’이다. 케이스백엔 그의 아내가 각인한 메시지인 “Drive Carefully, Me”가 적혔고, 세 개의 서브 다이얼엔 상징적인 아르데코 스타일의 숫자가 적혔다. 가격: 한화 약 1백53억 원.
2위: 파텍 필립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Fabrice Coffrini/Getty Images
헨리 그레이브스가 이 시계의 제작을 의뢰한 1920년대엔 재밌는 시계가 많이 출시됐다. 롤렉스는 세계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인 오이스터를, 모바도는 슬라이딩 커버를 열면 와인딩되는 포켓 워치 에르메토를 선보였다. 파텍 필립과 예거 르쿨트르가 퍼페추얼 캘린더를 비롯한 컴플리케이션 모델들을 잔뜩 출시한 것도 이때다. 그중에서도 헨리 그레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은 약 82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자리매김했다. 제작에만 무려 7년이 걸렸으며, 15분마다 울리는 종과 맨해튼의 하늘을 시간대에 맞춰 표시하는 스카이차트를 비롯해 총 24개의 기능을 탑재했다. 손목시계로의 전환기에 제작된 회중시계라는 점도 재밌는 포인트다. 가격: 한화 약 2백64억 원.
1위: 파텍 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A
Patek Phillipe
온리 워치 2019 경매를 위해 제작된 파텍 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은 브랜드 사상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다. 두께는 약 16mm에 불과하지만, 파텍 필립은 총 1천3백66개의 부품과 약 10만 시간을 투자해 20개의 기능을 넣었다. 지금까지 기계식 시계에 도입된 기능을 모두 갖춘 셈이다. 그 밖에도 해당 시계는 파텍 필립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회전 가능한 더블 케이스 구조를 채택했다. 살몬 컬러 다이얼엔 문페이즈와 데이트 리피터 등이, 반대편에 배치된 블랙 컬러 다이얼엔 연도를 표시할 수 있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비롯한 그 외 컴플리케이션이 들어갔다. 가격: 한화 약 3백69억2천1백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