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Visits: 카르넷 아카이브

껍질과 내면 사이의 기록.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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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넷 아카이브는 공영대, 김하린 두 사람이 이끄는 브랜드다. ‘실험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두 사람은 분명 다른 개인이지만, 마치 한 사람인 듯 같은 표정으로 브랜드의 비하인드와 철학에 대한 담론을 내놓았다.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물성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은 이들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는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업실 너머로 여러 풍경이 보인다. 요즘은 이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김하린: 지난주 카르넷 아카이브 2024 가을, 겨울 컬렉션 촬영을 막 마무리했다. 파리 패션위크에서의 쇼룸도 준비하고 있고, 내년 1월 중순 밀란 패션위크에 공개할 영상도 편집 중이다.

공영대: 서류 등 기타 업무도 많은 요즘이다.

김하린: 앞서 말한 것들이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라, 긴장도 조금 풀려고 한다. 달려오다가 멈춘다고 해서 누적된 피로가 한 번에 풀리진 않더라. 주말에는 쉬고, 영화도 보며 다시 리프레시하려 한다. 쉬어가는 것도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

특별히 이곳, 중랑구 모처에 카르넷 아카이브의 작업실 터를 잡은 이유가 있나?

공영대: 처음에는 다른 브랜드처럼 강남 쪽에 터를 잡을까 했다. 하지만 우리 옷은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개발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패턴과 봉제도 직접 뜨며 실험적 개발에도 매진해야 하다 보니 기계나 설비 같은 것들이 많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여길 찾게 된 거다.

김하린: 이 작업실은 아틀리에처럼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협업 이전 각자가 패션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관점엔 차이가 있었나?

김하린: 협업 이전에도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나는 커머셜하거나 웨어러블한 옷을 만들지는 않았고, 실험적인 콘셉트의 것들을 만들곤 했다. 옷을 도구로써 생각하며.

공영대: 나는 표현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었다. 당시 옷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며 경험하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온 강령을 녹여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두 사람은 공동 디렉터로서 브랜드를 함께 이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두 사람의 작업 과정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거치나?

김하린: 워낙 함께한 시간이 길다 보니, 이제는 ‘이게 잘 맞는 건가’라는 개념도 특별히 없다. 굉장히 잘 맞는 상태랄까.

그렇다면 서로 간 견해가 다를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

김하린: 접근이나 시작은 다를 때가 있다. 공영대 디렉터가 러프한 느낌으로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하면 나는 그것들을 이어받아 예민하게 살피고 조합하는 식으로. 그때 다른 의견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서로의 감도는 같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럼, 이게 맞지’ 동의하게 되는.

공영대: 나는 리서치나 레퍼런스를 두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서로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 또한 좋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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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을 판매하는 쇼룸 옆에는 디자인실이 위치한다. 공간 구성엔 어떤 의도가 있었나?

공영대: 아카이브 아이템이 많다. 그것들을 보관할 장소도 필요했고, 제품을 새 작업으로 해석하는 과정도 필요해서 별도의 쇼룸도 있어야 했다.

김하린: 그래도 이 공간의 주인은 디자인실이다.

쇼룸 부스 인근에 배치된 여러 아트피스도 눈길을 끈다.

김하린: 예전에는 다수의 작업물을 보관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작업물 중 일부는 곰팡이가 슬기도 하고, 유실되기도 해서 어느 순간 이것들을 잘 보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창고에는 먼지 묻은 오브제들이 많다. 그중에 최근 작업물은 쇼룸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공영대: 우린 우리가 작업한 것을 가지고 공간을 꾸밀 뿐이다.

아트피스와 컬렉션 제작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도 있을까?

김하린: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 페인팅, 조소 등 설치할 수 있는 형태의 것들을 만들곤 했다. 그 감각이나 색깔로 옷을 만드니까. 이 아트피스 또한 우리 아이덴티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별개지만, 어떻게 보면 별개가 아니지.

공영대: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셸’과 ‘인사이드’라는 방식으로 옷을 표현한다. 껍질의 텍스처나 질감에도 관심이 있어서 갑각류의 껍질에서도 영감을 받고, 사람의 인체 구조를 패턴화하면서도 영감을 얻는다. 전부 연관돼 있다.

입구에 걸린 염색된 천, 의류도 눈길을 끌었다. ‘염색’의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

공영대: 원래 취미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 당시에도 추상적인 형태의 페인팅을 즐겼는데, 추상적인 질감이나 색감을 나타내는 방식을 연구하다 보니 ‘입을 수 있는 형태’로 안정화됐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옷에 접목했다고 할까.

김하린: 보충하자면, 피부나 껍질을 실제 원단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석고상, 파이버 글라스 같은 질감으로 된 여러 인간의 형태를 갖춘 동상에 관심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녹슬어 부식되는 동상의 색감, 흘러내리는 오렌지빛과 검은 칠, 퇴색되는 석고의 질감이 좋아서 석고상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런 질감을 옷에도 표현해 보고 싶었던 거지.

염색을 진행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공영대: 페인팅하는 것 자체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추상화를 그리듯 작업해야 하니까.

김하린: 일괄적인 염색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인 동상처럼 생각하며 조각하듯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꼭 공정에 관한 관점이 아니더라도,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김하린: 밸런스.

공영대: 실험성과 완성도. 그 두 가지를 같이 지켜내기가 정말 어렵다.

김하린: 투박하고 자유롭게 실험한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급 옷처럼 마무리하는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이는 카르넷 아카이브가 추구하는 ‘Experimental Luxury’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이 말을 한 번 더 풀어서 설명해 준다면?

김하린: 과감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컬렉션.

공영대: 충돌이 만드는 우연성과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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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옷의 본질은 껍질’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공영대: 나는 실존주의자라, 자기 경험이나 생각이 본인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제일 잘 보여주는 껍질은 옷이라고 생각한다. 옷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바로 보여주니까. 때로는 동물과 식물의 껍질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옷을 제작할 때 직접적으로 껍질을 사용할 때도 있다.

김하린: 이 말을 좀 더 작업적인 관점으로 풀자면, 은유적인 의미의 ‘껍질’을 옷에 매치해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석고로 본뜨고 그 위에 옷을 입히기도 했던 건가?

공영대: 맞다. 이전에도 실제 인체로 표현 가능한 여러 자세와 형태를 패턴화한 적 있다. 우리의 옷에서 구조적으로 특별해 보이는 소매나 다리, 목 부분의 디테일도 직접적으로 인체를 패턴화했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카르넷 아카이브 2024 가을, 겨울 컬렉션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관심 있었던 대상이나 소재는 뭔가?

김하린: 도시의 한쪽 벽면을 사진으로 담을 때 느껴지는 색감과 텍스처의 조합 같은 것이 보이도록 작업했다.

공영대: 요약하자면, 도시의 껍질. 시간이 지나며 탈피되고, 해지는 도시의 껍질에 관심을 두게 됐다.

대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와중에도 꼭 지키고 싶은 철학이 있다면?

공영대: 브랜드의 상업적인 성장은 우리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신진 브랜드는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독창성은 과감한 실험성이다. 이를 잘 녹여낼 방법을 고민 중이다.

김하린: 개인적인 표현을 놓고 싶지 않다. 조금씩 커머셜해지면 카르넷 아카이브만의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어지는 시간도 올 것 같다고 짐작되지만, 그때도 다른 사람이 대체해 줄 수 없는 우리만의 표현을 지키고 싶다.

최근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공영대: 우리가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소셜 네트워크에서만 소비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카르넷 아카이브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김하린: 그래서 매장에 단순히 ‘예쁜 옷’만 걸어두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디자인실, 패턴실까지 보여줄 수 있을 때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당시 팝업의 컨셉은 ‘수장고’였고, 작업실의 일부를 갤러리아 백화점에 조금이나마 재현하는 콘셉트로 꾸몄다.

‘카르넷’이라는 단어는 작가의 작업 노트를 뜻하기도 하지 않나. 시간이 흘러 ‘카르넷 아카이브’는 어떤 기록으로 남고 싶은가?

공영대: 우리가 쉽게 디자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실험하며 독창적인 것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그런 도전을 했다,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런 기록이 남았으면 하는데.

김하린: 비슷하다. 마음껏 실험하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이 과정을 끊임없이 기록해 나가다 보면 이 노트들이 그때는 정말 큰 가치가 되지 않을까.

공영대: 결론적으로 아카이빙에서 오는 힘이 있지 않나?

김하린: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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