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페기 구

그의 첫 정규 앨범에 관한 힌트가 담겼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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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는 전자음악 신의 스타다. 그가 음악을 트는 페스티벌에는 항상 수많은 인파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동시에 그는 스포티파이 기준 1백80만 명의 월별 리스너를 거느린 프로듀서이자 레이블 구두 레코드를 운영하는 디렉터, 패션계가 주목하는 패셔니스타 등 여러 종류의 수식어를 갖고 있다.

그런 페기 구가 지난 2월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성수동의 에스팩토리부터 상수에 위치한 모데시까지 페기 구는 두 개의 베뉴에서 음악을 틀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다시 한국을 떠난 페기 구는 이제 첫 번째 정규 앨범과 구두 레코드의 새로운 릴리즈 등 2023년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에 관한 힌트를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디제잉을 한 소감이 어때요?

기대 이상이었어요. 한국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외국과 다르게 음악을 틀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곤 했는데요. 이번에 신나게 노는 관객들을 보면서 한국 하우스, 테크노 신이 좀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공연을 하니까 감정도 벅차오르더라고요.

주로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하나요?

제 퍼포먼스엔 의상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고요. 그래서 색깔 있는 옷을 많이 입어요. 많은 사람이 제 옷을 스타일리스트가 고른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제가 원하는대로 입거든요. 나라, 타이밍, 페스티벌에 따라 다 달라요. 도시와 상황에 맞는 에너지를 고르는 거죠. 날이 갈수록 수트케이스가 점점 커져서 힘들긴 한데요(웃음). 테크노 좋아하는 사람들은 블랙 컬러만 입는데, 저는 테크노를 틀면서 다채로운 컬러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채로운 컬러’라는 말이 페기 구의 음악과 무대를 표현하는 것 같네요.

사람들이 저한테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정의해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거절하거든요. 저는 어떤 스타일의 옷도 입을 수 있어요. 어떤 음악도 틀 수 있고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그렇듯이요. 음악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제 음악을 두고 K-하우스다, 인디다, 테크노다 이야기하는데 사실 온갖 장르의 요소가 다 들어있거든요.

2020년 초에 구두 레코드를 설립했죠.

새로운 아티스트나 한국 아티스트, 여성 아티스트들을 서포트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발표하다 보니까 제 세대가 잘 모를 법한 레전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내는 쪽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구두 레코드의 디렉터로서 꼭 지키는 기준이 있나요?

음악이 가장 중요해요. 레이블에 테크노, 하우스 같은 라벨링이 붙곤 하지만, 제가 직접 의도하지는 않아요. 구두 레코드에서 발매된 음악들은 장르가 다양하거든요.

2020년 <믹스맥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아티스트 중 구두 레코드와 함께 할 만한 아티스트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이후 한국 프로듀서 모과가 구두 레코드에서 음악을 발매했죠. 그의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사람들이 제게 어떤 아티스트나 음악이 왜 좋았는지를 자주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대답해요. 좋으면 좋은 거죠. 모과는 주변 사람이 추천해 줬어요. 홍콩 프로듀서 미스터 호랑 함께 만든 곡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모과도 당연히 홍콩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한국 사람이더라고요? ‘한국 사람이 이런 음악을 만든다고?’ 싶었죠.

그 후 모과가 만든 음악을 다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같이 커피를 마시자고 한 뒤 구두 레코드에서 음악을 발매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모과는 마인드가 정말 좋아요. 겸손하고, 너디한 매력도 있죠. 모과의 두 번째 EP가 곧 나올 거예요.

어떤 음악일지 궁금한데요.

첫 EP랑은 확실히 달라요. 지난 EP가 모과의 프로덕션과 스타일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세고 ‘댄서블’한 모습을 보여줄 듯해요. 모과가 이번 EP를 만들면서 댄스 플로어에서 먹히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알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구두 레코드가 준비하고 있는 게 또 있나요?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올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여덟 명에게 한 곡씩 받은 ‘구두 & 프렌즈’ 같은 느낌으로요. 그중 하나가 한국 아티스트 살라만다의 곡이에요. 사실 살라만다랑은 이번에 한국에서 같이 음악을 틀고 싶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함께하지 못했네요.

구두 레코드 음반들은 아트워크에서도 공통점이 느껴져요. 파스텔 톤의 색감이나 일러스트 풍의 그림 등이요.

‘Starry Night’ 때부터 항상 지욱 작가가 그려서 그런가 봐요. 음반마다 작가의 특징은 살리되 다른 색깔을 내려고 해요. 아티스트들이 특정 요구를 할 때도 있고, 지욱 작가가 곡을 듣고 원하는 대로 그릴 때도 있어요. 이 과정이 저는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가 엄청난 컨트롤 프릭이에요. 물론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수록곡이나 곡 배치 등은 모두 제가 확인을 해야 해요.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그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 힘들게 인생을 사네요(웃음).

페기 구 개인의 음악 얘기를 해볼까요? 공식 레코드 발매는 2021년 <I Go>가 마지막이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많으면 한 세 곡 정도 들어있는 EP만 발매했어요. 정규 앨범을 낼 때가 됐죠. 코로나19 이전부터 만들고 있었는데 첫 앨범인지라 신중해지더라고요. 몇 개의 협업 곡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요. 거의 다 완성했어요. 협업 작업들을 3월 혹은 4월 안에 마치면 2023년 여름 정도에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이 구두 레코드가 아니라 XL 레코딩스에서 나올 거라 일정은 논의를 해봐야 해요.

어떤 곡들이 수록돼있나요?

말을 좀 아끼고 싶네요. 살짝 흘리자면 제 목소리가 들어간 댄스 곡들이 당연히 있어요. 다양한 BPM의 곡들이 수록될 거예요. 스페인 래퍼랑 한 곡도 있고요. 또 제가 정말 존경하는 아티스트와도 협업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거 때문에 미국 투어 일정에서 짬을 내서 그 아티스트를 만나러 가거든요. 꼭 성사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최고의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과의 협업이 준비되어 있어요. 이 정도만 말할게요.

페기 구의 음악에는 피아노, 애시드 요소, 드럼 머신을 이용한 듯한 퍼커션, 레트로한 사운드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징들이 있죠. 어디서 모티브를 얻나요?

제가 태어나기 전 만들어진 곡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음악 만들기 전에 노래를 많이 들어보는 편이죠. 그러면서 ‘이런 부분은 베이스라인을 좀 다르게 해볼까? 이 부분은 비슷하게 해볼까?’ 같은 식으로 시작점을 잡죠. 주로 1980~1990년대에 만들어진 곡들이고요. 제가 디지털 사운드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나 드럼머신을 많이 쓰죠. 롤랜드 TR-606이나 주피터 신시사이저요. 제 곡에는 ‘아날로그’하고 ‘더티’한 사운드가 있어야 해요.

‘아날로그’하고 ‘더티’한 사운드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은 뭐예요?

‘Starry Night’ 이전에 냈던 곡들에 아날로그 사운드가 많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때는 대부분 제가 연주한 사운드가 아니라 샘플을 주로 썼어요. 누가 들어봐도 “이건 샘플이네”스러운 것들이요. ‘It Makes You Forget (잊게하네)’ 이전 곡들은 샘플이 한 75~80% 되는데, 거기에 제가 말한 “아날로그스러운 사운드”가 많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네요. 한편으로 ‘더티한 사운드’는 보컬이 들어가지 않은 곡들이 그렇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더티한 사운드’를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죠? ‘팻’하다 해야 할까요? 디지털 사운드만 써서 만든 요새 곡들은 제가 듣기에 너무 깔끔하거든요.

하지만 페기 구의 음악에서 보컬을 빼놓을 수 없죠.

노래를 들었을 때 누구 노래인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시그니처 사운드는 모든 아티스트의 희망사항 아닐까요? 저한테는 그게 보컬과 베이스라인이에요. 예전 꿈이 가수였거든요. 그러다 어떤 트라우마를 겪고 나서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말아야지’ 했는데 음악을 만들 줄 알게 되니까 조금씩 용기가 생기는 거예요. 그렇게 나온 곡이 ‘It Makes You Forget (잊게하네)’였고요.

보컬의 어떤 점을 가장 ‘시그니처 사운드’답다고 말하고 싶나요?

제가 만드는 곡은 어쨌든 간에 댄스 음악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노래할 때 끼를 안 부려요. 바이브레이션도 없고 심플하게 부르는 이유죠. 저는 제 목소리가 좋아요. 테크노 보이스잖아요(웃음).

오늘 입은 옷들을 설명해 준다면?

아우터웨어는 S/E/O라는 한국 브랜드고요. 그 안에 입은 상하의는 호주 디자이너 디온 리가 만든 거예요. 신발은 샤넬이고 가방은 로에베. 선글라스는 메종 마르지엘라 x 젠틀몬스터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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