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체크 인터뷰: 거침없이, 위험하게

글렌체크가 셋이 되어 돌아왔다.

음악 
3,665 Hypes

새 멤버 제이보를 영입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나?

김준원 이전 앨범 작업 중 기타 세션이 필요했는데, 그때 제이보와 처음 합을 맞췄고, 이후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다 함께하게 됐다. 변화가 필요했던 건 아니다.

강혁준 거의 매일 만났다. 그러다 이렇게 매일 볼 거면 새 멤버로 함께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준원과 나는 낯도 가리고 사회성이 좋은 편이 아닌데, 제이보와는 이상할 만큼 잘 어울렸다. 재밌는 친구라 덕분에 유쾌한 순간도 많아졌다.

영입 전, 제이보는 글렌체크를 어떤 밴드라 생각했나?

제이보 합류하기 전에는 글렌체크에 대해 잘 몰랐다. 세션 작업을 하며 형들의 음악을 처음 제대로 들었다. 다양한 장르를 다뤘고, 음악성이 남다르다는 걸 함께하며 알게 됐다.

김준원 제이보가 우리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게 영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팬심이 크면 협업에 지장을 끼치기도 하니까.

음악적 시너지는 어떤가?

김준원 서로의 음악성은 당연히 존중하고 시작했으니, 시너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같다. 함께하는 시간이 긴 만큼, 취향을 공유하는 것과 대화가 통하는 게 중요하다.

강혁준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나. 취향과 성향이 맞아야 같이 일하고 싶어진다.

제이보 형들이 시키는 대로 잘하고 있다.(웃음)

5월 중 발매 예정인 새 EP <Pulp>는 어떤 생각에서 출발한 음반인가?

김준원 사랑을 비롯한 사람 관계에 대한 생각을 우리식대로 표현한 앨범이다.

강혁준 언제나 그랬듯 기획을 오래 했고, 녹음 시간은 최소화했다.

제이보 앨범의 주제 선정을 비롯한 기획은 준원 형이 주도했다.

제이보가 착용한 선글라스는 마르지엘라 x 젠틀몬스터, 재킷, 셔츠, 타이, 팬츠, 벨트, 브레이슬릿,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혁준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하이칼라,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네크리스, 벨트,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준원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버버리 by 에실로룩소티카, 재킷, 셔츠, 팬츠, 벨트, 슈즈, 이어링,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ulp>는 전작들처럼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 등 음악 외적인 면에서도 콘셉추얼하다. 앨범을 만들며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

김준원 처음에는 공연 때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 트랙 리스트 공개 전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처음 완성된 곡이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데, 혁준이가 재미 삼아 보여준 기타 연주에서 출발했다. 이후 축구팀을 만들듯,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역할을 할 곡들을 만들었다. 우리는 싱글 단위보다 앨범 단위 작업을 주로 한다. 곡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한 묶음의 음악을 구상하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4년 주기로 앨범을 낸 적도 있는데, 앞으로는 신보를 더 자주 발매하고 싶다.

지난 4일, <Pulp>의 수록곡 중 ‘Cactus, Cactus’가 공개됐다. 이 노래를 선공개 곡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김준원 가장 단도직입적인 곡이라고 해야 할까? 멜로디도 중독성 있고.

강혁준 수록곡 중, ‘Cactus, Cactus’가 좋은 의미로 ‘논란’을 만들 것 같았다.

‘Cactus, Cactus’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앨범 커버, 추후 공개될 앨범 관련 비주얼 콘텐츠도 모두 자체 제작했다고 들었다.

강혁준 작사, 작곡은 물론 아트워크도 모두 우리가 직접 했다. 준원의 집에 크로마키 천을 깔고 영상을 촬영한 뒤, 3D 그래픽을 더해 완성했다. 아트워크는 유승은 작가와 함께했다.

제이보 비주얼 콘텐츠는 준원 형이 주도했다. 처음 작업물을 봤을 때부터 끝내주게 멋지더라.

김준원 모든 아트워크를 직접 주도한 건 제작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외주 작업자에게 맡길 때도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며 설명하는 건데, 미숙해도 직접 하는 게 더 정확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미 컴퓨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필요한 만큼 활용해 머릿속에 떠오른 걸 현실에 표현한 거다.

강혁준 우리는 음악도 악보와 음표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한 게 아니라, 음악을 즐기고 연구하며 10년이 지나 지금의 글렌체크가 된 것처럼, 비주얼 콘텐츠도 우리가 원하는 걸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거다.

제이보 준원 형은 지독한 면이 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몰두한다. 이번 앨범 아트워크를 만들 때도 그랬다.

2021년 발매된 <Bleach>의 아트워크에 처음 등장한 ‘화이트 래빗’ 캐릭터가 <Pulp> 아트워크에 재등장했다. 

김준원 화이트 래빗은 그림으로만 활용하다, 이번엔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했다. 세 멤버 모두 시각적으로 좋아하는 게 비슷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앨범 아트워크처럼 만화적인 것도 좋아하고, 섹슈얼한 무드도 좋아한다. 동시에 풍자적인 면면도 넣고 싶었다. 그림체는 이승유 작가의 스타일이 반영된 거다.

강혁준 제작 기간이 길어봐야 몇 달인데, 짧은 기간 동안 처음 접한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익혀 뮤직비디오까지 완성한 준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제이보 끝내주는 3D 뮤직비디오가 하나 더 나올 예정이다. 멤버들의 얼굴을 스캔해 3D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앨범명 ‘펄프’는 어떤 의미인가?

김준원 ‘어반 딕셔너리’를 보니 펄프가 잔인하고 폭력적인 주제를 대수롭지 않게 담은 소설, 영화를 뜻한다고 하더라. <Pulp> 수록곡의 가사 또한 누군가에게는 충격적인 내용의 가사로 들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자기애를 비롯한 사랑에 대한 주제로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앨범명으로 정했다.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맞다. 하지만 우리 삶이 사랑만 가득한 건 아니지 않나. 한편으로 타인과 비교하며 안도감을 느낄 때도 있고,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삶이어도 충격적이고 잔인한 일도 일상에 있는 것처럼.

전작에서 그랬듯 이번 앨범도 모든 수록곡의 가사를 영어로 썼다. 이유가 있나?

김준원 우리말은 한국 사람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들릴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영어는 외국어니까, 단번에 이해되는 사람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한국 뮤지션이 쓴 영어 가사를 듣는 사람들이 우리말로 번역하며 이해하는 과정이 우리의 예술성을 더 높인다고 생각도 있다. 가사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건 글렌체크의 스타일이 아닌 거다.

강혁준 발음과 억양에 따라 곡의 무드가 변하는 것처럼 언어마다 곡의 느낌이 다르지 않나. 어떤 곡은 언어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는 것처럼 느낀다.

어느덧 데뷔 13년차 밴드다.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김준원 최종 목표를 정하고 달리는 편이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아갈 방향이나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제이보 마찬가지다. 먼 미래를 계획하는 편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여겼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더라.

강혁준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SNS 팔로워가 억 단위인 뮤지션이 되겠다고 설정하면, 그걸 이룬 뒤에는 무얼 할 건가? 목표를 향해 가는 것보다 어떤 음악을 만들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가 더 중요하다. 유명해지는 것만이 뮤지션의 목표는 아니니까.

글렌체크는 뮤지션으로서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강혁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앞으로 좋은 날이 많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

김준원 몇 년 전, 음악을 만드는 스킬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는 음악에 허세를 부리는 듯한 단계가 있었다. ‘나 음악 좀 해’ 이런 걸 티 내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Bleach>를 만들며 다시 정신을 잡았다.

강혁준 데뷔 초에는 신스팝을 주로 하는 밴드로 알려졌고, 이후 다양한 장르를 다뤘는데, 나와 준원이는 처음 만난 고등학생 때부터 록 음악을 가장 좋아했다. 그런 마음이 <Pulp>에 담겼다.

김준원 예전에는 밴드 음악보다 전자음악을 만드는 게 더 쉽다고 느꼈다. 그러다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고 <Pulp>를 통해 다시 록으로 돌아온 느낌인데, 데뷔 초와 비슷한 감성도 꽤 담긴 것 같다. 합주할 때 느끼는 건 예전처럼 방방 뛰는 느낌의 곡이 꽤 있다는 거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유스’라는 수식이 따르는 그룹이다. 그런 표현은 어떻게 다가오나?

김준원 동의한다. 물리적인 기준이 아니라 정서적인 젊음인 것 같다. 거침없는 느낌이랄까, 위험한 걸 위험한 줄 모르는 게 젊음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리스크가 있으면 자제하게 되는데, 글렌체크는 순수하게 원하는 걸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스’라고 본다.

강혁준 비슷한 맥락에서 유스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유로움인 것 같다. 두려움에 속박되지 않고 원하는 음악을 하는 것. 우리는 장르에 구애받는 것도 싫다.

제이보 글렌체크만의 청량감이 있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던 형들을 보면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을 준다.

김준원이 입은 티셔츠는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 팬츠, 슈즈는 준원의 것,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이보가 입은 티셔츠는 032C, 팬츠, 벨트, 슈즈, 네크리스는 모두 제이보의 것.
강혁준이 입은 티셔츠는 에디터 소장품, 팬츠, 슈즈는 모두 강혁준의 것.

11 발매된 최고의 히트곡 ‘60’s Cardin’ 지금의 글렌체크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준원 2~3년 전까지는 수도 없이 많이 불렀고, 사람들이 이 곡만 기대하는 것 같아서 질리는 감이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곡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강혁준 많이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그 곡만 기억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한 노래다. 공연에서 항상 재밌는 곡이기도 하다.

제이보 앞서 말했듯, 글렌체크에 대해 잘 모르고 합류했는데, ‘60’s Cardin’을 합주한 뒤로 머리에 오래 맴돌더라. 곧장 형들에게 “이거 완전 ‘띵곡’인데?”라고 말할 정도였다. 히트곡은 다 이유가 있더라.

오는 5월 5일, 단독 콘서트 <Mind Surfing>이 예정되어있다. 제이보가 합류한 첫 번째 콘서트인 만큼, 공연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강혁준 무대에 서는 자리도 달라졌다. 항상 내가 왼쪽, 준원이 오른쪽에 섰는데, 이제는 준원을 중심으로 내가 왼쪽, 제이보가 오른쪽에 선다.

김준원 셋 리스트도 재구성했다. 많은 게 바뀌었다. 공연 전이라 정확히 말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제이보 힌트는 첫 곡 무대에서 혁준 형이 특히 멋질 거라는 것.

김준원 앵콜 곡은 우리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골수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새로워진 글렌체크를 볼 수 있을 거다.

더 보기
스타일리스트
Sangcheol Shin
헤어 아티스트
Jiwon Kang
메이크업 아티스트
Seungyou Lee
기사 공유

이전 글

양홍원 인터뷰: 너네 준비됐어?
음악

양홍원 인터뷰: 너네 준비됐어?

“너네 준비됐어.”

호미들 인터뷰: 새 출발을 알린 죽마고우들
음악 

호미들 인터뷰: 새 출발을 알린 죽마고우들

“우리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비비 인터뷰: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음악 

비비 인터뷰: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비비는 당신의 거울이에요.”


MLMA 인터뷰: “나는 나를 사랑하는 핑크 푸딩 젤리야!”
패션 

MLMA 인터뷰: “나는 나를 사랑하는 핑크 푸딩 젤리야!”

패션, 미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아우르는 멀티 아티스트 멜로를 만났다.

올해 코첼라 헤드라이너 무대에 출연한 특별 게스트는?
음악

올해 코첼라 헤드라이너 무대에 출연한 특별 게스트는?

‘프로참석러’들의 향연.

푸샤 티, 아디다스와 협업? ‘슈퍼노바 쿠션 7’ 포착
신발

푸샤 티, 아디다스와 협업? ‘슈퍼노바 쿠션 7’ 포착

코첼라 라이브 무대에서 최초로.

우크라이나, 훼손된 건물에 그려진 뱅크시의 벽화 보존한다
미술

우크라이나, 훼손된 건물에 그려진 뱅크시의 벽화 보존한다

건물은 벽화가 그려진 면을 제외하고 철거 예정.

놓쳐선 안 될 2023년 4월 셋째 주 출시 아이템 8
패션 

놓쳐선 안 될 2023년 4월 셋째 주 출시 아이템 8

아워 레가시, 슈프림, 오프 화이트, 뉴발란스, 발렌시아가, 파타 등.

폴스타, 뒷유리창이 없는 전기 퍼포먼스 SUV 쿠페 ‘폴스타 4’ 공개
자동차

폴스타, 뒷유리창이 없는 전기 퍼포먼스 SUV 쿠페 ‘폴스타 4’ 공개

뒷좌석 탑승자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디자인한 쿠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칸 시리즈 각본상 수상했다
엔터테인먼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칸 시리즈 각본상 수상했다

한국 드라마 최초.

웰리페츠 x JW 앤더슨 개구리 클로그 공식 출시
신발

웰리페츠 x JW 앤더슨 개구리 클로그 공식 출시

여름 ‘잇’ 아이템.

미국 중장비 ‘밥캣’, 패션 브랜드로 한국에 상륙
패션 

미국 중장비 ‘밥캣’, 패션 브랜드로 한국에 상륙

Presented by BOBCAT
4월 20일부터 3일간, 성수에서 프리-런칭 프리젠테이션 ‘Savvy & Skilled’가 열린다.

나이키, 스니커 코비 4 프로토 ‘지지’의 이미지 공개
신발

나이키, 스니커 코비 4 프로토 ‘지지’의 이미지 공개

코비 브라이언트의 딸, 지아나를 추모하며.

가스파드 작가의 웹툰 ‘전자오락수호대’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엔터테인먼트

가스파드 작가의 웹툰 ‘전자오락수호대’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런닝맨’, ’유미의 세포들’ 제작사가 담당한다.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