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인터뷰: 영화적인 삶에 대하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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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 음악 예능 <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 회가 공개됐습니다. 거기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고요.

정훈이와 인연이 있거든요. 어쩌다 첫 회에 출연하게 됐는데,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 방송의 오랜 팬이기도 해요. 언젠가 이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동생 잘 둔 덕에 이뤘네요. 그런데 같은 날 김창완 선생님, 박정현 선배님, 미노이 씨 등이 나온다는 걸 녹화 전날 알았어요. 대단한 분들 사이에서 노래하려니 민망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재밌게 했습니다.

<놀면 뭐하니?>에서 기획한 프로젝트 가수 MSG 워너비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요?

주변에서 말려도 스스로 확신이 있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편이에요. 학생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당시 받은 롤링 페이퍼를 보면 비슷한 얘기가 있어요. 작품 선택도 마찬가지예요. 주변에서 뜯어말려도 고집대로 한 작품도 있거든요. 반대의 이유는 대체로 흥행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건데, “배우로서 흥행과 거리가 먼 작품을 자주 찍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서 가게 되는 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요?

지난 3년간 출연한 작품들의 스코어만 보면 쉬운 길을 선택한 건 아니죠. 하지만 제 선택의 결과를 숫자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최선을 다했고, 그런 저를 좋아해 준 영화 관계자들과 두세 번 협업한 적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드라마 <카지노> 시리즈는 9년 전 인연을 맺은 영화사 대표님의 제안이었어요. 덕분에 누아르 장르에 도전할 수 있었고요. 차기작 <범죄도시4>는 6년 전 <부라더>라는 영화에서 함께한 마동석 선배님과 인연이 이어진 경우고요. 최근에는 <베테랑>(2015)에서 함께한 황정민 선배님이 제게 “배우로서 꾸준하고 정직하게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해주셨어요. 흥행작만 기다리지 않고, 다채로운 작품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죠. 지난 10년간 만난 고마운 이름이 더러 있어요.

이동휘, 영화, 인터뷰, 모라동, 카지노, 범죄도시4, 브로커

대인 관계를 잘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아유,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긴 어렵죠.(웃음) 저도 사람인데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실수한 적도 있어요. 평소 다정하고 친절한 말투를 구사하는 편도 아니고요. 다만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돌아보면 10년 동안 돈이나 명예보다 제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선택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아쉬운 것도 있고, 부족함도 느끼지만 황정민 선배님의 칭찬 같은 말이 저를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는 알아봐 줄 거라는 믿음이랄까요.

그런 믿음에 보답받은 또다른 사례가 있다면요?

출연한 모든 작품이 보답이죠. 그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좀 남달랐네요. 일본인이자 세계적인 감독이 저를 알고 있다는 것도 뿌듯했어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데, 그 영화에 등장한 제 연기를 본 한 선배 배우가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어요. 이런 순간을 맞으면 지난 10년간 열심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2월, <카지노 시즌 1> 공개 당시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카지노>는 내게 터닝 포인트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이제 시즌 2까지 마무리됐는데, 돌아보면 어때요?

배우로서 감사한 기회였어요. <응답하라 1988>(2015)의 동룡처럼 유쾌한 캐릭터로 더 알려진 제가 도전한 첫 누아르 장르였으니까요.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감개무량했고요. 선배님과 호흡을 맞춘 장면을 보면, 연기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요.

<카지노 시즌 2>의 결말, 양정팔(이동휘)이 자신을 거둬준 은인 차무식(최민식)을 배신하고 죽인 장면에 대해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했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상에는 응원받을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팔은 비난받아 마땅할 만큼 비열한 인물이에요. 타인의 호의에 감사할 줄 모르는 못된 사람이죠.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지만, <카지노 시즌3>에 차무식이 등장할 수 없게 됐다는 것도 사람들이 결말을 아쉬워하는 하나의 이유일 거예요. 저 또한 배우 최민식의 팬으로서 공감하고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맘에 드는 결말이에요. 차무식은 운칠기삼으로 거리낌 없이 살아온 남자인데, 그런 사람이 믿었던 동생으로부터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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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전주에 다녀왔죠?

제가 출연한 영화 <모라동>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에요.

상영 직후 관객들이 기립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는 후기가 있어요.

영화의 내용이 관객의 감동을 살 만하거든요. 김진태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반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개인의 이야기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생각해요.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둔 아들이라는, 한편으로 평범한 소재를 영화적으로 담아 비범하게 연출한 작품이라 보고요.

<모라동>의 한선우(이동휘)를 통해 코미디, 느와르에 이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감사한 말이네요. 평범하고 사실적인 이야기가 비범한 연출을 통해 대단한 영화가 되는 과정에 배우로 함께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제 기준 올해 최고의 영화인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가 그런 영화에요. 한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두 남자가 절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인물에게서 무시무시한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전쟁을 바라보는 감독의 철학과 관점도 남달라 보이고요. 하지만 흥행을 기준으로 보면 <이니셰린의 밴시>는 잘 된 영화는 아니에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을 만큼 손꼽히게 ‘좋은 영화’에 속하지만, <아바타 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 같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영화에 비하면 관객 수는 현저히 적죠. 하지만 영화의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블록버스터 영화와 <이니셰린의 밴시> 같은 작품이 공존해야 영화계가 풍요로운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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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는 모두 셀린느 옴므 디스펑셔널 바우하우스,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지한 연기도 좋지만, 동휘 씨의 코믹한 연기와 애드리브를 기다리는 관객도 있겠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되어야죠. 코믹 연기도 여전히 좋아요. 누군가 제 연기를 보고 배꼽 잡고 웃었다는 말을 들으면 희열을 느끼죠. 배우들 사이에서도 희극 연기는 매우 어려운 걸로 정평이 나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차기작 <메소드 연기>는 어떤 영화인가요? 극 중 ‘이동휘’로 나온다던데.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영화로 다시 찍은 작품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저로 나옵니다.(웃음) 그만큼 모든 면에 깊게 관여해 작업하고 있어요. 영화는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데, 그런 상황을 재밌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죠. 제가 잡은 방향은 신파적인 요소는 피하고, 담백하게 연기하는 거예요.

영화를 직접 연출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나요?

전혀 없어요.

칼 같네요. 학창 시절에도 영화를 달고 살았다고 들었고,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할 때 연기 외 의상을 비롯한 디테일한 요소도 신경 쓰는 배우인 만큼 연출도 욕심내지 않을까 짐작했어요.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영화 시장이 예전에 비해 어려워지기도 했고, 작품성이 뛰어난 시나리오라도 흥행 요소가 부족하면 투자와 제작이 어려우니까요. 특히 요즘은 좀비가 나오거나 우주로 가는 등 SF 영화가 트렌드인데, 현실적인 드라마 장르의 영화도 더 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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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재킷은 셀린느 옴므디스펑셔널 바우하우스, 티셔츠는 서커스폴스,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링은 모두 크롬하츠, 선글라스는 이동휘의 것, 데님 팬츠, 웨스턴 부츠,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이자 영화 팬으로서 극장만큼 OTT 플랫폼도 주류가 된 요즘 상황은 어떻게 보나요?

영화 팬으로서 내린 결론이 있어요. 결국 잘 만든 영화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요즘 영화 시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건 영화계 모두의 공동 책임이기도 해요. 요즘 극장에서 인기 있는 <존 윅 4>,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 <스즈메의 문단속>을 극장에서 봤는데, 모두 참 잘 만들었고 재밌더라고요. 관객은 정확해요. 재밌으니 극장 가서 돈 내고 보는 거죠.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은 소문나기 마련이고요. 저 또한 배우로서 반성도 하고, 영화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봐요. 한편으로 <기생충>처럼 대단한 작품은 수년에 한 번 나오는데, 그런 영화가 매년 나올 수 없는 건 저희 영화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영화계가 그런 천재적이고 작가주의적인 감독의 작품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봐요.

배우로서모든 배우가 오디션을 통해 공평한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 의견엔 아직 변함이 없나요? 

여전히 같은 생각이에요. 관객도 더 다양한 배우를 볼 수 있고, 다른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작품과 배역에 걸맞은 연기를 할 배우를 선정하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배우로서도 한 가지 장르나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만날 기회라고 보고요.

자신있는 배우만이 제안할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자신감보다는 오디션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니까요. 결과에 승복할 만한 연기를 하도록 열심히 준비하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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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는 리바이스, 슈즈는 컨버스, 캡은 크롬하츠, 선글라스는 구찌, 보머 재킷은 이동휘의 것, 티셔츠와 브레이슬릿,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근 관심이 생긴 게 있다면요?

새로운 것에 영감을 받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달라요. 계속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게 되고, 근사한 작품을 보면 영감을 얻어요. 멋진 연기를 보면 ‘나는 왜 저런 연기를 못할까’ 부끄럽기도 하고, 매번 놀라운 작품을 만드는 감독의 신작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요. 저도 더 나은 연기를 하고 싶어진달까요.

영화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요?

최근 영화 <바빌론>을 보고 깨달은 게 있어요. 누구나 죽으면 잊혀질 수 있지만, 영화배우는 사후 100년이 지났어도 출연한 영화를 보는 관객에 의해 살아나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식의 대사가 있는데, 확 꽂히더라고요.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이 점이 어떤 직업과도 바꿀 수 없는 배우와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해요. 일생일대의 멋진 연기를 펼치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만한 영광이 없을 거예요.

올해 계획이 있다면요?

협의 중인 차기작이 있어요. 확정되면 그 작품과 함께 하반기를 보내지 않을까 해요. 올해도 건강하게, 지금처럼 즐겁게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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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Jdz Chung
스타일리스트
Taeil Park
헤어 아티스트
Dogun(mizangwon by Tae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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