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미란이

미란이의 더없이 새롭고 용감한 드리프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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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던 비가 그치고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5월의 월요일. <하입비스트>가 용산 인근에서 미란이를 만났다. 두꺼운 바이크 장갑에 붉은 선글라스를 매치한 그의 옷차림이 꼭 변화무쌍한 날씨와 잘 어울렸다.

데뷔 후 약 3년, 미란이의 첫 정규앨범 <The Drift>가 발매됐다. 자기 확신과 솔직함이 담긴 가사처럼 자신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그와 용산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다.

탑과 재킷은 지방시, 신발은 베르사체, 안경은 젠틀몬스터 볼드 컬렉션, 장갑은 개인 소장품

데뷔 3년 만에 첫 정규 1집 <The Drift>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어때요?
기뻐요. 묘하기도 하고. 아꼈던 것을 누군가에게 드리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하고요. 약간의 걱정도 있어요. 그래도 아티스트로서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보여줬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있고요. 잘 견뎠다 싶기도 해요.

<쇼미더머니>의 에너지 넘쳤던 미란이가 생각나네요.
<쇼미더머니>는 제 인생을 180도로 바꿔준 프로그램이었어요. 온전히 저 스스로 바꾼 게 아니라 팬들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그런데 제가 게을러지면 그 마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정규를 계기로 “그때의 미란이가 이렇게 성장해서 정말 멋진 정규 앨범을 냈구나”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했어요.

그때의 미란이와 비교해 지금 작업에 임하는 자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너무 많이 달라졌죠. 예전에는 부담이 컸어요.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걸까” 스스로 질문했었죠. 그러면서 나 자신을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나답다고 생각하면 그게 나 다운 거더라고요. 음악을 바라보는 태도도 변했어요. 이 곡이 별로면 삭제하고, 만족할 때까지 재녹음하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기려고 했어요. 프로페셔널함을 추구하면서 단호하게 의견을 내게 된 거죠. 더 좋은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다섯 번이나 수정했어요(웃음).

<The Drift>를 작업하면서 특별히 마음을 쏟은 트랙이 있었나요?
pH-1과 함께한 ‘아스팔트’요. 이번 정규 1집은 그 노래에서 시작됐어요. 사실은 <The Drift> 이전에 두 개의 앨범이 중단됐어요. 다 만들었는데 못 냈죠. ‘아스팔트’를 만들고 나서야 “이제 됐다” 싶었어요. 아스팔트는 과카와의 호흡으로 하루 만에 만든 음악이었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던 저의 모습과는 달랐지만 되려 그런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이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게요”하고.

이번 정규앨범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보이고 싶었나요?
저는 이제 가난과 삶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됐어요.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이잖아요. 내가 별이 되려면 내가 나에게 솔직해져야 했어요. <쇼미더머니>에서의 미란이는 별똥별처럼 보였을지도 몰라요. 저는 이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 되고 싶어요. 욕심이 있으니 많은 연구를 했고,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건 다 넣었어요. 나의 감정도 솔직하게 녹였고요.

‘아스팔트’는 오래된 데모에서 시작했다면서요.
과카가 학생 때 만든 비트였어요. 4년 정도 묵힌 비트를 완성한 셈이죠.

이번 <The Drift>앨범은 두 타이틀 곡의 대조적인 무드가 묘한 앨범이네요. 상반된 트랙을 더블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있어요?
일곱 번째 트랙 ‘Interlude’를 기점으로 앞부분의 트랙들과 뒷부분의 트랙들의 분위기가 달라요. ‘BAD BOY (feat. BIG Naughty)’는 사랑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통쾌하게 들었으면 했고, ‘Candy (feat. Leellamarz & Coogie)’는 20대의 뜨거운 사랑. ‘Candy’는 좀 야해서 영어를 많이 섞은 가사를 썼어요(웃음). 이번 앨범을 통해 무언가에 취해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취해있는 것은 술이 될 수도, 유흥이 될 수도, 사랑 혹은 감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게 살고 있더라고요. 사랑해서 한없이 기쁘다가도 이 감정 때문에 무섭게 집착하는 나를 볼 때도 있었거든요. 제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이 앨범에 다 담고 싶었어요.

pH-1과 함께할 때 음악적 시너지가 좋은 것 같아요. ‘Achoo’, ‘Daisy’, ‘아스팔트’에서도.
이번 앨범이 새로운 전환점을 뜻하거든요. 이 전환을 맞게 될 때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pH-1이었어요. 제 시작을 함께했고 늘 저를 응원해주는 동료기도 해서요. 그루비룸의 휘민이 사석에서 피에이치원이 의사를 먼저 밝혔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실은 나중에 알았지만 기쁘게 작업할 수 있었죠.

이외에도 <The Drift> 작업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첫 번째 트랙 ‘Intro’가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졌어요(웃음). 유기성을 띤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모든 곡을 완성하고 보니 인터루드와 인트로가 없더라고요. 앨범의 이름이 <The Drift>니까 안전벨트 경고음을 넣었어요. 띵, 띵, 띵 하는 경고음을 넣어서 시작부터 시네마틱한 서사를 주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의 비주얼적인 부분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나요?
비주얼적인 부분과 피지컬 MD 제작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요. 영혼을 갈아 넣었죠. 다양한 작업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점점 단호해지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 것이 명확했으니까. ‘변화’. 음악적으로는 프로듀서 과카에게 특히 고마웠죠. 그는 많은 대화를 통해 제가 원하는 그림을 실현하게 해줬어요. 

비주얼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플레이어잖아요. 제 스타일은 제가 만드는 노래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겹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원하는 걸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조금씩 더 과감한 시도를 해 보죠.

최근 관심 깊게 지켜보는 브랜드가 있나요?
지방시. 최근 매튜 윌리엄스가 디자이너로 바뀌고 무드가 꽤 변했어요. 저는 디자이너가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오늘 입고 온 지방시 재킷도 남성 컬렉션에 속해서 스트리트적인 요소가 있죠. 매튜 윌리엄스는 힙합을 사랑하는 디자이너니까 제게 더 매력적이고요.

그리고 오토링거. 두 여성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인데, 커팅 등 디테일이 여성스럽다기보다 거친 느낌이에요. 그리고 옷 자체에서 파워풀한 느낌이 있어요. 제 이미지와 잘 어울리기도 해서 좋아요.

오늘의 스타일링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바이크 장갑이요. 저는 대놓고 보여주는 무드를 싫어해요. “나 오늘 섹시해 보일거야” 같은. 믹스매치를 좋아해요. 오늘은 스트리트한 요소와 페미닌한 요소를 섞었어요. 오늘 입은 지방시의 탑은 보디수트에요. 치골도 보이고 섹시한 느낌을 주는 제품이죠. 하지만 이것만 강조되는 건 싫어서 보디수트 위에 지방시의 남성용 재킷을 매치했어요. 거기에 바이크 장갑을 끼고 싶어서 끼고 왔어요. 이건 바이크샵에서 샀어요. 너무 사고 싶었거든요.

오프라인에서 구입했나요?
인터넷. 2만 원(웃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이템이지만 아무도 출처를 짐작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즐거웠어요. 남들은 안 할 것 같은 아이템. 오늘 착용한 젠틀몬스터의 레드 컬러 선글라스도 그런 매력이 있고요. 이런 게 항상 재밌네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앨범 작업기에서도 확고한 스타일링을 선보였어요. 믹스매치 외에도 옷을 입을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있나요?
저는 무대에서와 일상에서의 스타일링이 명확하게 달라요. 그 사람이 입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옷에 대해 고민해요. 관객들이 나를 보러 와 줬잖아요. 그래서 마냥 예뻐 보이려고 하이힐을 선택하진 않아요. 멋진 옷 중에서도 컬러풀하고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면 좋아요. 앞서 말한 오토 링거처럼 커팅이 많이 가미된 팬츠도 좋고, 셔링이 화려한 팬츠도 좋아요.

일상에서는 제가 편한 모습 그대로 입어요. 에너지를 모을 땐 모으고 풀 때는 푸는 거죠. 거기서까지 멋 부리면 잘못된 곳에서 에너지를 푸는 것처럼 느껴져요. 서로 편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스트릿 브랜드 중에서도 최대한 편한 옷으로 셀렉해서 입어요.

미란이의 긍정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계속 궁금했어요. 활기찬 삶을 위한 본인의 가치관은 뭘까요?
“후회하지 말자”, 제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이에요. 시간이 지나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후회하느니 과감하게 시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를 여기까지 이끈 말이기도 해요. 그리고 솔직해지기. 도전하면서 솔직해졌거든요.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거짓으로 대한다면 그 거짓말은 결국에 들키거든요. 늘 진심으로 대하려 해요.

자신을 솔직하게 믿게 해주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지금의 ‘나’와 내가 만들 미래를 믿는 것. 저도 가끔은 무너져요. 그럴 때 과거의 저를 떠올려요. “나는 더 나아갈 수 있다”라는 흔한 말이 때로 저를 일으켜요. 화려한 내 모습이 아니라 작업실에서 추레하게 있는 저를 믿어요. 수많았던 내 고민의 시간. 예컨대 혼자 이 악물고 버텼던 새벽들. 제가 했던 행동들을 믿기 때문에 쓸데없는 행동들을 안 하게 돼요. 지금의 내가 계속 쌓이면 일 년 후의 내가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내가 될 거잖아요.

스테이지로 나가는 순간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나가는 모습 멋있었어요. 무대로 나가는 순간에는 하는 생각이 있나요?
나 여기 먹으러 왔고 사람들이 나 보러 와준 거야” 라고 주문을 걸죠.

에너지만큼 휴식도 중요하잖아요. 쉴 때 주로 혼자 있나요?
저는 사람들이랑 있을 때 기가 뺏기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에너지를 모았다가 풀었다가 하는 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오래된 친구들, 가족들, 동료들. 그들을 늘 집으로 부르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쑥 연락해요. 나 안보고 싶으냐고.

미란이에게 사랑은 뭔가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솔직한 사랑에 대한 기록이잖아요.
사랑? 너무 따뜻해요. 그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사랑은 저를 키우는 힘이에요. 사랑이 없는 세상이 너무 각박할 것 같아서 살아가는 데 사랑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때로 차가운 사랑이 있지만 결국 끝까지 가는 사랑이 있더라고요. 그 대상은 가족, 친구, 애인 혹은 배우자가 될 수도 있어요. 사랑은 결국 살게 해요.

이번 정규 1집 <The Drift>가 전환점에 서 있는 미란이의 성공적인 첫걸음이 될거라 생각해요. 올해의 미란이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는 ‘변화’겠죠. 올해는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공격적인 아티스트. 올해는 ‘이 아티스트가 올해 되게 공격적이었지’ 이런 무드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내던, 컨텐츠를 내던, “뭘 믿고 저렇게 주눅이 들지 않고 공격적이지” 라고 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올해를 돌아보면 분명 그럴거에요. 이 앨범이 첫걸음이 아닌가 싶은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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