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히로시 단독 인터뷰: 에어 조던을 신는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계속해 나가세요.”
후지와라 히로시 단독 인터뷰: 에어 조던을 신는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계속해 나가세요.”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문화계 대통령’, ‘하라주쿠의 상징’. 후지와라 히로시라는 이름 앞에는 늘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수식어들은 생각보다 쉽게 힘을 잃고 만다. 그는 과거를 복기하며 추억에 젖기보다 “변화하는 지금의 하라주쿠가 더 즐겁다”며 담담하게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수십 년간 이 신의 최전선에서 머물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유연함, 그리고 스스로를 ‘아이콘’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는 자유로움 말이다. 이러한 면모는 이번 조던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리셀 가치나 시장의 반응을 치밀하게 계산하는 대신, 오직 자신의 순수한 취향에 집중한다.
에어 조던 1에서 출발한 인터뷰 끝에는,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했던 후지와라 히로시라는 인물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견고한 그의 무심하고도 단단한 태도,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담백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협업의 주인공은 에어 조던 1입니다. 트래비스 스콧과의 협업과 프라그먼트 디자인 단독 협업 모두 같은 스니커였는데요. 이 실루엣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에어 조던 1을 반드시 고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니온 LA와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부분이죠. 디자인 과정도 단순했습니다. 늘 그렇듯 ‘지금 당장 신고 싶은 컬러인가’가 유일한 기준이었습니다. 거창한 이유를 찾기보다 제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솔직해지려고 했습니다.
하라주쿠 전성기 시절, 과거 우에노에서 만나봤던 에어 조던 1과, 협업 및 리셀 문화가 형성된 현재를 비교했을 때, 스니커를 둘러싼 가치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시나요?
과거 하라주쿠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시절, 에어 조던 1은 우에노 같은 곳에서 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신발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희귀함이나 가격표에 천착하지 않았어요. 비싼 것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훨씬 중요했으니까요. 각자의 취향이 가격보다 우선시되던 시대였고, 그게 당시 하라주쿠의 방식이었습니다.
가끔은 그 시절 하라주쿠의 모습이 그리울 때도 있나요?
전혀요. 전 변화해가는 지금의 하라주쿠가 더 좋아요.
이번 협업에서는 블루, 화이트, 레드, 옐로 등 모노 톤을 벗어난 컬러 조합이 인상적인데요. 컬러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제가 직접 신는 모습을 상상하며 화이트와 블랙 조합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가죽 소재 또한 스무스 가죽을 사용해 최대한 심플하게 완성했죠. 나머지 두 가지 컬러는 정말 많은 샘플을 제작했고, 유니온의 크리스와 상의하면서 하나씩 결정해 나갔어요.
유니온 LA 크리스 깁스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네요.
크리스와는 오래된 친구인데, 함께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유니온 도쿄에서 열린 크리스와의 패널 토크에 초대받아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언가 함께 해보자”는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이번 조던 프로젝트가 성사됐습니다.
프라그먼트 디자인, 조던 브랜드, 유니온 LA가 함께하는 3자 협업인 만큼 의견 조율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의견 조율이 딱히 어렵게 진행된 부분은 없었습니다. 크리스와 제가 각자 아이디어를 던지면, 나이키에서 만든 좌우 샘플을 하나씩 확인하는 식이었죠. 서로의 디자인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괜찮은 접점을 찾아 나갔습니다. 오랜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꽤 즐거운 과정이었어요.
현재 프라그먼트 미니 라인은 전개 중이지만, 프라그먼트 단독 제품을 기다리는 팬들의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앞으로도 프라그먼트 단독 브랜드로의 전개는 예정하고 있진 않아요. 저는 금방 싫증을 느끼는 편이라, 그때그때 제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다른 브랜드와 함께하는 정도가 가장 편안한 것 같아요.
여러 세대의 문화 흐름을 직접 경험하고 이끌어 오셨습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서브컬처나 트렌드 중에서 특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히려 제가 기자님께 여쭤보고 싶은데요? (웃음) 평소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최근에는 비스츠앤네이티브스와 앨범 제작 계약을 맺었어요. 인디펜던트하고 얼터너티브한 음악 신은 언제나 흥미롭거든요. 그들만의 독특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음악들에서 꾸준히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에어 조던 1 x 프라그먼트 레트로 하이 OG는 한국에서 약 220만 원대에 리셀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셀 문화 전반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흥미롭네요. 사실 리셀 시장의 시세에는 큰 관심이 없어 잘 알지 못하지만, 스니커에 쏟는 팬들의 열정만큼은 늘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나이키 혹은 조던 브랜드 프라그먼트 협업 제품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나이키 스니커는 어떤 모델인가요?
단연 LD1000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워낙 자주 신었던 모델이라 애착이 커요. 다만 저는 과거에만 머물기보다 늘 새로운 것에 눈길이 가는 편인데, 최근 나이키에서 나온 ‘마인드(Mind) 시리즈’가 꽤 흥미롭더군요. 뇌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신선하지 않나요? 신발이 그런 영역까지 접근한다는 아이디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년 전 인터뷰 당시, 주목하고 있는 한국 브랜드에 대해 여쭤봤을 때 “관심을 가져보겠다”고 답해주셨는데요. 이후 특별히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방문했는데, 브랜드가 구축한 세계관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느꼈어요. 아이웨어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차나 식기 등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얼마 전 방문한 지용킴 플래그십 스토어도 기억에 남네요. 선 블리치를 모티프로 한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방식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목표로 삼기보다, 시대에 맞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으세요. 좋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 결국 그게 전부입니다.”
‘일본 문화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인물’, ‘문화계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표현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글쎄요.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수식어에 연연하기보다, 제가 흥미를 느끼는 것에 집중하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요.
수많은 젊은 세대가 ‘제2의 후지와라 히로시’를 꿈꾸며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지와라 히로시 본인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항상 젊은 세대나 주변 친구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아티스트 모리모토 케이타 (森本啓太)씨에게서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립니다.
반대로 ‘제2의 후지와라 히로시’를 꿈꾸며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운 좋게도 시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목표로 삼기보다, 지금의 시대와 환경에 맞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게 더 중요해요. 거창한 성공을 쫓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 결국 그게 전부 아닐까 싶습니다.
후지와라 히로시에게 에어 조던의 의미는?
제게는 마이클 조던, 농구 등 처럼 농구 문화를 대표하는 스니커보다는 스케이트보드 스니커로서의 기억이 더 강합니다. 처음 신었을 때는 지금처럼 열광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그저 판매하는 매장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40년 전 이야기네요. 이토록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는 실루엣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에어 조던 1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