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릭틀리 바이닐 인터뷰: 10년 넘게 변치 않는 네 DJ의 멋

DJ 소울스케이프, 앤도우, 재용, 말립이 말하는 ‘바이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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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스트릭틀리 바이닐은 약 11년간 꾸준히 이태원 케이크샵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자신들만의 멋을 지키고 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의 대들보 DJ 소울스케이프, 디제잉뿐만 아니라 웰컴 레코즈를 통해 한국 음악가를 서포트하고, 사람들에게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DJ 앤도우, <더 보이> 믹스테이프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로 독창적 감각을 드러낸 DJ 재용 그리고 음악가이자 여러 프로젝트의 디렉터로도 활약 중인 말립까지. 이 네 DJ는 여전히 바이닐을 사고 틀며 서울의 음악 신을 풍요롭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휴식을 취한 스트릭틀리 바이닐이 2년 만에 이벤트를 연다. 파티 대신 ‘페스티벌’을 내세웠다. 멤버들은 이번 이벤트를 “오랜 시간동안 우리를 지지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그날에 앞서 <하입비스트>가 스트릭틀리 바이닐 크루를 만나 팀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여정,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신과 레코드 컬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릭틀리 바이닐의 첫 파티가 2012년 12월 22일 이태원 케이크샵에서 열렸습니다. 어떻게 시작한 파티인가요?

DJ 소울스케이프: 케이크샵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땐 지금처럼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어요. 당시 클럽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짜던 샘, 가브리엘과 대화 중 제가 하루를 도맡는 파티가 있으면 좋겠단 말이 나왔죠. 지금과 달리 예전엔 턴테이블이 세팅된 클럽이 거의 없었어요. 근데 케이크샵은 가능했고요. 그래서 특별한 주제보다는 바이닐로만 음악을 트는 파티를 해보겠다고 했죠. 굉장히 캐주얼하게 시작했어요. 이후 바이닐로 음악을 트는 DJ들이 한 명씩 합류하며 지금까지 왔네요.

스트릭틀리 바이닐은 어떤 뜻이고, 어떤 파티에요?

‘스트릭틀리 바이닐’은 원래 파티나 팀을 지칭한다기보단, 그냥 바이닐로만 음악을 트는 날 같은 의미였어요. 그걸 다 같이 오래 하니까 DJ들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스트릭틀리 바이닐을 팀으로 인식하게 됐죠. 실제로 파티를 두 달에 한 번 정도 꾸준히 했지만, 항상 게스트 DJ가 있었어요. 어떤 DJ가 바이닐로 틀고 싶은 믹스셋이 있다면 함께 하는 그런 느슨한 콘셉트였습니다. 지금도 ‘우리끼리만 하는 파티’보다는 바이닐 믹스셋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어요.

한 콘셉트를 11년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떤 동기나 목표 같은 게 있었나요?

DJ 소울스케이프: 저희에게 선택지가 많으면 이걸 하다 다른 것도 하고 그러다 없어졌겠지만, 다른 데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애초에 큰 뜻을 갖고 시작한 파티도 아니었고요. 그냥 음악을 틀고 싶은데 턴테이블로 틀기 편한 곳이 케이크샵이었고, 멤버도 ‘이제부터 누구랑 같이 하자’ 이런 게 아니라 게스트로 음악 틀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어요.

말립: DJ 소울스케이프 형이 혼자 시작한 파티에 저희가 합류하게 된 계기도 ‘하고 싶어요’ 이런 게 아니었어요. 룸360이란 레코드숍이 있었고, 거기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죠.

스트릭틀리 바이닐 인터뷰: 10년 넘게 변치 않는 네 DJ의 멋, DJ 소울스케이프, DJ 앤도우, DJ 재용, 말립, 스바, 케이크샵

최근 바이닐로만 음악을 트는 걸 일종의 포인트로 활용하는 클럽이 몇몇 생겼죠. 예전에도 그런 곳이 있었나요?

DJ 소울스케이프: 지금은 바이닐로 음악을 튼다는 개념이 꽤 자연스러워졌잖아요. 2010년대는 1990~2000년대와 달리 지금처럼 바이닐을 틀 수 있는 공간이나 DJ도 적었고, 레코드숍도 많지 않을 때라서 생소한 반응이 많았죠. ‘저게 뭐야’ 같은 식이요. 턴테이블 세팅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케이크샵이 다른 클럽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면요?

DJ 소울스케이프: 케이크샵이라 가능한 요소들이 있어요. 보통 많은 클럽, 파티가 특정 장르의 음악을 틀잖아요. 그런데 케이크샵은 다른 클럽에서 안 트는 혹은 틀 수 없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요. 장르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죠. 다른 곳에서 어떤 음악을 틀면 앞에서 놀던 사람들이 “어, 케이크샵이다” 같은 말을 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BPM이 빠른, 120 이상 되는 약간 하이퍼 댄스 뮤직을 틀었을 때 레이브 분위기가 확 올라와요. 다른 클럽은 조금 더 팝에 가깝거나 하입이 생긴 음악들에서 반응이 오는데, 여기선 레이브 본질에 충실한 음악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게 있어요.

‘다른 곳에선 틀 수 없는 음악’. 대표적으로 어떤 음악들이 있나요?

DJ 앤도우: 제가 스트릭틀리 바이닐에서 트는 곡 대부분은 다른 데서 못 틀어요. 케이크샵은 성향이 언더그라운드스럽잖아요. 그렇다 보니 그 당시 있던 소프나 헨즈에선 틀기 어려운 곡들이 많았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조금 어두운 음악에도 사람들이 잘 논다?

DJ 소울스케이프: 대표적으로 2012년, 2014년 이때 풋워크, 주크 같은 장르를 다른 곳에서 듣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그리고 레이브 성향의 음악, 특히 해피 하드코어 같은 음악은 다른 데서 틀면 제가 어색할 때도 많고요.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장르들을 계속 품는 곳은 흔치 않아요.

말립: 레코드를 살 때부터 이미 구분되기도 해요. 어떤 레코드를 처음 딱 들었을 때 ‘이건 케이크샵에서 틀어야겠다’ 하고 꽂히는 경우가 있어요.

DJ 재용: 스트릭틀리 바이닐로 예를 들면, 케이크샵에선 DJ 소울스케이프 형이 자주 트는 산울림을 비롯해 한국 사이키델릭 팝도 파티 골든 타임 때 틀 수 있어요. 그래도 모두가 놀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한편으로 요즘 아프리카 음악이 되게 유행이잖아요. 그 시작도 케이크샵에서 DJ들이 틀며 시작된 거라고 봐요. 한국 한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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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은 DJ인 동시에 바이닐 콜렉터죠. 어떻게 레코드를 모으게 됐나요?

DJ 소울스케이프: 저는 레코드랑 밀접한 세대죠. 동네 레코드샵이 있던 시기를 지났으니까요. 그러다 동네 레코드샵으론 만족이 안 돼서 명동이나 양재 등 오리지널 프레싱을 파는 곳들을 다니게 됐죠. 이후 우연히 DJ에 관심이 생겼고, 직접 하면서 음악 듣는 폭이 더 넓고 깊어졌다고 할까요.

말립: 전 360 사운즈에 합류한 뒤부터가 본격적이었어요. 레코드는 예전부터 샀지만 열정적이진 않았죠. 360 사운즈에 들어갔을 때도 DJ를 할 생각이 없었고, 할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옆에서 형들 하는 걸 보며 자연스레 따라가게 됐어요. 취향도 영향을 받았고요.

DJ 재용: CD 생산이 확 줄어든 시기가 제 사춘기 때였거든요. 그때 폐점하는 레코드샵이 많았어요. 음반을 싸게 많이 샀죠. 재밌는 게, 사람들이 뭔가를 시작할 때 자기가 제일 잘 아는 것처럼 구는 시점이 오잖아요. 그게 제겐 22살 때였어요. 근데 360 사운즈 파티를 가보니까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예요. 이 사람들과 나의 차이점은 뭘지 고민하다 보니, 그들은 대부분 바이닐로 디제잉을 하고 있었어요.

DJ 앤도우: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마스터플랜을 처음 갔어요. 그때 DJ 소울스케이프 형 같은 DJ들을 보며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했죠. 그 뒤로 고등학교 1, 2학년 때 판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스트릭틀리 바이닐 페스티벌 보도 자료에 ‘국내 레코드 시장의 역사와 현주소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DJ 재용: 확실히 레코드를 구매하는 사람은 엄청 늘어난 거 같아요. 사람들이 팬데믹 때 보상 소비 개념으로 집에서 즐기는 취미를 많이 찾았잖아요. 그렇게 턴테이블이나 바이닐 구매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가 지금은 많이 줄어든 느낌을 받아요. 그래도 여전히 팬데믹 전보단 많은 사람이 바이닐을 사는 듯해요.

한편으로 요즘 바이닐을 많이 사는 사람 대부분은 하우스, 테크노를 비롯한 전자음악을 진지하게 모으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가 지금 운영하는 샵은 힙합과 R&B 신보를 주로 파는데, 그들은 좋아하는 음반이 나왔을 때 한 장씩 모으는 느낌이 강해요. 바이닐 디자인이 예뻐서 사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유사한 경향으로 음악가들이 바이닐을 만들고, 팬들에게 제공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은 엄청난 수량을 만들고, 5분 만에 다 팔기도 하고요.

말립: 그런 분위기가 눈에 띄어요. 국내 음악가들이 바이닐을 생산하는 흐름이 생겼죠. 그리고 레코드샵의 수가 많아졌어요. 샵마다 캐릭터가 뚜렷해요. 각자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가 레코드를 살 수 있어요. 그 과정을 거쳐 DJ가 된다거나, 레코드에 더 심취하게 된다거나 하는 기회가 충분히 많아졌죠.

DJ 앤도우: 사실 샵마다 상황이 다 달라서 ‘지금 레코드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말하긴 어려워요. 웰컴 레코즈만 놓고 보면 바이닐 사는 사람은 늘어나는 추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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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스트릭틀리 바이닐의 이름을 건 첫 번째 ‘페스티벌’이 열려요. 계기가 있었나요?

말립: DJ 소울스케이프 형이 처음 시작한 이후 두 달 주기로 파티를 열어왔어요.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어쩔 수 없이 쉬게 됐죠. 저희 나름의 갈증이 생겼어요. 이후 팬데믹이 완화되고 클럽에서 파티를 했는데,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페스티벌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까지 와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자리에 가까워요. 티켓도 판매 중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초청했어요.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파티와 어떤 게 다른가요?

말립: 공간이 조금 커졌다 뿐이지, 기존 파티에서 느껴지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고요.

페스티벌을 맞이해 멤버들이 각 25장씩 총 1백 장의 음반을 선정했어요.

DJ 재용: 파티에서 두 번 이상 튼 음반만 고르기로 룰을 정했어요.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같이 힘을 모아 뭔가를 추천하는 책을 내는 거거든요. 싱글도 있고, 앨범도 있고, 7인치도 있어요. 각자의 취향과 디제잉 스타일 등이 담겨 있습니다.

말립: 저는 개인적으로 초창기 파티 때 많이 틀었던 음반을 골랐어요.

DJ 소울스케이프: 특별한 이유보다는 손에 많이 잡힌 음반들 위주로 추렸어요. 10년 지나고 보면 그때 어떤 음악을 틀었는지가 되게 다르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스냅 찍어놓듯이 음반을 고르고, 코멘트도 지금 드는 생각을 그대로 옮겼죠. ‘우리 이렇게 멋있는 걸 튼다’라고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서 웃긴 요소도 많아요. 언제, 어떤 걸 했는지를 남기고, 그걸 사람들이 들으며 회상할 수 있는 일종의 ‘추억팔이’죠. 사실 DJ들이 어떤 음악을 트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지만 물어보긴 애매하잖아요. DJ들도 자기가 뭘 틀었는지 잘 말하지 않고요. 그게 기록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클럽이나 파티, DJ는 엄청 많아졌고 매주 뭔가 일어나고 있는데, 실제로 기록은 인스타그램 사진과 동영상 말곤 없잖아요. 좀 더 자료로서 가치를 가진 걸 많이 만들어 놓고 싶었어요.

DJ 앤도우: 떠오르는 대로,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것들로 골랐어요. ‘추천 음반’이었으면 리스트가 달라졌을 거 같아요.

DJ 재용: 제가 바이닐로 세 번째로 음악을 튼 게 스트릭틀리 바이닐 오프닝이었어요. 2014년이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온 거니까 그 과정에서 의미 있던 앨범들을 고르려고 신경썼어요. 저한테 스트릭틀리 바이닐은 계단을 오르듯이, 저가 ‘레벨 업’하는 순간들이기도 했거든요.

스트릭틀리 바이닐 인터뷰: 10년 넘게 변치 않는 네 DJ의 멋, DJ 소울스케이프, DJ 앤도우, DJ 재용, 말립, 스바, 케이크샵

바이닐로만 음악을 틀면, 원하는 곡이 바이닐로 없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말립: 엄청 많죠. 하나를 꼽으라면 ‘It G Ma’가 기억나요. 정말 틀고 싶어 부틀렉으로 만들까 생각도 했어요. 요즘 같은 분위기나 환경이었으면 나와있을 거 같아요.

부틀렉을 직접 만든 적도 있나요?

DJ 재용: 부틀렉이라기보단 음악가에게 직접 연락해서 덥플레이트를 만든 적 있어요. 덥플레이트는 재녹음을 해서 원곡과 아예 다른 음악을 만들 수 있거든요. 수민의 음악을 개사해서 저희만의 덥플레이트를 만든 적이 있어요.

말립: 그런 시도가 점점 늘어날 것 같아요. 저희뿐만 아니라 레코드를 필요로 하고, 레코드로 음악을 트는 DJ들이 많을테니까요.

모두 오랜 시간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에 몸담았어요. 여러분이 바라보는 지금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신은 어때요?

DJ 재용: 큰 틀에선 문화적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것들이 정점을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트는 바이닐 디제잉 환경은 예전이 더 적합했던 거 같아요. 팬데믹 이후는 오히려 틀 공간이 줄었단 느낌을 받아요. 바이닐 플레이 세팅을 맞춰주는 공간에서 최대한 자주 하고 있지만, 몇 군데 안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선 갈증을 느끼고 있어요. 좋으면서, 살짝 좀 열받는(웃음).

말립: 예전엔 클럽끼리 매주 경쟁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멋있는 DJ를 데려오고, 누가 더 멋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같은 선의의 경쟁이 느껴져서 참 재밌었어요. 그런 분위기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거 같아요. 언젠가 다시 그렇게 되겠죠. 지금은 혼란스러운 시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하고 있어요.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압구정 신이 많이 커졌다는 점을 짚고 싶어요. 그들이 홍대나 이태원과 다른 어떤 멋진 문화를 보여줄 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지에 따라 앞으로 2, 3년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DJ 앤도우: 파티 팀이 많이 없어졌어요. 10년 전만 해도 데드엔드, 퓨트 디럭스, 백앤포스 등 굵직한 파티 팀이 많았잖아요. 요즘은 그런 게 없는 거 같아요. 정기적으로 하는 팀도 요새 거의 없지 않나요? 클럽과 DJ는 공생이잖아요. DJ가 주목받는 시기가 있고, 클럽에 관심이 몰리는 시기가 있어요. 제가 어릴 때 360 사운즈에서 뭔가 해봐야겠단 결심을 한 게, 당시 360 사운즈가 하루 동안 가게를 빌리고, 0에서 100까지 모든 걸 준비해서 그날만큼은 아예 다른 색채를 보여주는 게 멋있다고 느꼈거든요. 지금은 반대로 클럽이 강한 시기인 거 같아요. 어떤 곳에 가면 어떤 음악이 나오겠지 예상되잖아요. DJ들의 힘, 콘텐츠적인 힘은 약해졌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최근은 특정 DJ를 내세우기 보단 클럽의 색채를 보여주는 쪽이 강세인 듯해요.

DJ 재용: 모든 클럽이 그런 거 같아요. 사실 DJ 입장에선 스타 DJ가 나와야 꿈나무들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꿈을 키우거든요. 근데 지금은 클럽이 더 강하고, DJ들은 일하는 사람 정도가 되다 보니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어요.

말립: 이 얘기는 저희가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한 이유와도 닿아 있어요. 제가 실무를 맡는 입장에서 파티나 페스티벌이나 피로도가 비슷해요. 규모가 더 커지고,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그래도 막상 준비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비슷해요. 굳이 업장의 이름을 빌려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나름의 아카이브를 쌓아왔으니, 이걸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거죠.

스트릭틀리 바이닐 인터뷰: 10년 넘게 변치 않는 네 DJ의 멋, DJ 소울스케이프, DJ 앤도우, DJ 재용, 말립, 스바, 케이크샵

스트릭틀리 바이닐의 20년을 생각해 본다면요?

말립: 저도 벌써 활동이란 걸 한 지 벌써 10년 차거든요. 돌아보면 가장 오래 몸담은 팀이 스트릭틀리 바이닐이에요. 상투적인 얘기지만, 멋있어서 가능했어요. 10년간 변하지 않았고, 20주년이든, 그 이후든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계속 이렇게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DJ 소울스케이프: 저희가 가수나 아티스트면 뭔갈 잘 만들어서 10년, 20년을 할 텐데요. DJ는 사실 서포트를 해주는 사람들 없인 무의미해요. 저희가 10년을 넘겼지만, 그건 반대로 얘기하면 그간 저희와 함께 재밌게 놀았던 분이 많이 있어서죠. 그들에게 감사한 생각이 먼저 들어요. 세대적으로 봐도, 음악 장르나 스타일의 전개라는 관점에서 봐도 이 신엔 더 다양한 관객들이 생길 거예요. 저희는 그런 분들로부터 에너지나 영감을 많이 받거든요. 그게 우리의 원동력이자 자연스레 신의 생명력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유명한 사람이 큰 자본을 들여서 만든 곳이 아니라, 제일 밑바닥에서 저희끼리 하고 있는 거잖아요. 우리의 움직임을 유지한다면, 그게 여태까지 됐다면 앞으로도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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