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렉터, 포토그래퍼, 댄서 등이 추천하는 목적별 해외 여행지 8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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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에도 목적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취향에 따라 다를 터. <하입비스트>가 제각기 특별한 이유로 해외를 누비는 인물 여덟 명에게 여행지를 추천받았다. 이들에게 던진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어떤 도시를 추천하는가?

2.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3.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은?

4. 이곳에 대한 조언이나 일화가 있다면?

5. 추천 체류 기간과 항공료를 제외한 여행 경비는?

가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Seletti/@limjaeryn

1. 이탈리아, 밀라노.

2. 패션 위크를 제외하면 밀라노가 주요 행선지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패션 위크의 명성에 가려졌을 뿐, 밀라노가 간직한 유산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여타 유명 도시가 아름다운 라이프스타일을 자랑한다면, 밀라노는 도시 자체가 예술이다. 

3. 빈티지 롤러스케이트부터 베르너 팬톤의 의자까지, 다양한 빈티지 소품과 가구를 취급하는 더 하우스 오브 빈티지는 알 수 없는 제품 배치가 특히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구매한 펜싱 칼을 세이투셰 쇼룸에 전시해두기도 했다. 브랜드명을 펜싱에서 따온 만큼, 위트 있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셀레티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추천한다. 국내에서도 셀레티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지만, 백화점에서 일부 제품만을 보는 것과 브랜드의 세계관이 응집된 공간을 방문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구와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모두 섭렵한 브랜드인 만큼, 셀레티가 꾸민 공간은 분명 벅찬 감동을 줄 것이다.

4. 도시의 분위기도 한몫하겠지만, 커피가 굉장히 맛있다. 덕분에 짧은 기간이라도 하루에 두 번씩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작은 루틴을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음식은 기대와 다를 수 있으니, 라면을 챙겨가길 권한다.

5. 3박 4일에 1백만 원이면 넉넉할 것이다. 숙박비가 다른 도시에 비해 저렴해 하루에 20만 원이면 평생 살고 싶다고 느낄 숙소에 묵을 수 있다.  

임재린, 세이투셰 디렉터

특별한 음식을 찾는 이들을 위해

@nachodayrecipes

1. 이스라엘, 텔아비브.

2. 올드 자파에 즐비한 옛것의 아름다움부터, 신도시인 야포의 여유로운 해변까지, 텔아비브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3. 포트 사이드는 단순해 보이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낸 조리법으로 단순함의 미학을 선보이는 식당이다. 신선한 요거트 위에 얹힌 그릴드 페퍼와 중동식 살사 등이 올라간 ‘스파이시 플래터’엔 중동의 맛이 집약되어 있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바이닐 음악이 조성하는 편안한 무드는 덤. 이스라엘 캐주얼 다이닝의 강자, 비스타에서 맛본 돌고래 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리브유와 토마토 속, 그리고 고수와 함께 제공되는 숙성시킨 돌고래 회는 최고의 균형을 자랑한다. 

4.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여성 군필자들과 한참 군대 얘기를 한 것이 색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굳이 군대 얘기가 아니더라도 현지인 중엔 이야기꾼들이 많으니, 대화를 나눠 보길 바란다.

5. 물가가 살벌하니 하루에 30~5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최상재, 와일드덕 대표

특색 있는 포토 스폿을 찾는 이들을 위해

@jiminphoto

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 파리나 런던과의 접근성도 좋을뿐더러, 도시가 작은 편이다 보니 여행하기 편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여러 운하가 있어 운하를 따라 도시를 돌아보기 좋다. 서유럽을 여행한다면 마지막 행선지로 가장 적합하다.

3. 비록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포토 스폿이었던 국립미술관 광장의 ‘I amsterdam’ 조형물은 이제 없지만, 시내엔 더 좋은 공간이 차고 넘친다. 개인적으로는 반 고흐 뮤지엄의 눈에 띄는 미니멀한 외관과 이를 감싼 공원의 풍경, 그리고 운하 위의 다리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을 추천한다. 그리고 만약 거리에서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한 사람들을 렌즈에 담는 것을 즐긴다면, 암스테르담의 패션 중심지인 코닝스플라인 트램역 인근과 피터 코르넬리스 호프트 거리에 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것이다. 

4.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이 대마초를 파는 곳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당시만 해도 이를 몰랐던 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너무나도 당연하게 ‘커피숍’에 들어갔다. 당연히 그곳에 커피는 없었고,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은 커피가 아닌 대마초를 판매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5. 2박3일을 추천하며, 경비는 한화 약 5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 숙박비가 비싼 편인 만큼, 호스텔에서 숙박하면 경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전지민, 포토그래퍼

쇼핑 천국을 찾는 이들을 위해

@wp_duality

1. 일본, 도쿄.

2. 짧은 여행부터 긴 여행까지, 도쿄는 그 어떤 스케줄에도 적합하다. 그 밖에도 도쿄로 발걸음을 옮길 이유는 많다. 일본 브랜드를 한국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엔저’ 덕분에 기본적인 체류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는 덤.

3. 직업 특성상 다양한 편집숍을 들르곤 한다. 그중 시부야 라포레에 위치한 GR8은 매번 최고의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월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독특한 음악 큐레이션은 그곳을 편집숍이 아닌 전시 공간에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지용킴, 컴마웨어,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등 한국 브랜드의 제품도 대거 입점되어 있어 소위 ‘국뽕’을 채우기에도 좋다. 또한 오모테산도의 명품 거리 역시 방문할 가치가 있다. 환율 덕분에 한국 대비 약 20~3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 외에 일본 특유의 건축 미감을 각 브랜드만의 무드로 해석한 매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세컨드 핸드 숍 역시 방문을 권한다. 단순 빈티지부터 럭셔리 브랜드, 그리고 생소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의 아카이브 제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식당이나 선술집을 가면 종업원들이 한국인인지를 물어보고, 수줍게 한국어로 말을 걸려고 한 점이 인상 깊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음을 직감했다.

5. 기본적인 경비는 3박4일 기준 한화 약 1백만 원이면 충분하나, 쇼핑을 좋아한다면 3백만 원 정도가 좋을 것이다

홍광일, 샘플라스 대표

다양한 전시와 아트북을 찾는 이들을 위해

@gahyunkwon

1. 프랑스, 파리

2. 파리는 패션과 문학, 영화를 포함한 예술의 도시다. 장 뤽 고다르와 레오 까락스의 작품, 그리고 셀린에르메스 등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대부분이비롯된 곳이라는 점은 이 명제에 확신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파리 특유의 자유분방함 속에 녹아든 적절한 품위도 매력적이다. 덕분에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마음껏 와인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3. 이본 람베르 갤러리는 1960년대부터 축적된 높은 수준의 큐레이션을 자랑하는 아트북 스토어 겸 갤러리다. 크리스토프 브룬켈의 서적 출간 기념 사인회를 위해 처음 방문했다가, 넓은 스펙트럼의 포토북과 잡지 셀렉션을 보고 가장 좋아하는 스토어가 됐다. 또한 안도 타다오가 복원한 상징적인 현대 미술관인 부르스 드 코메르스를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들어서자마자 벽면에 달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비둘기만으로도 이 공간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3537ORG에서 열리는 파티와 토크 쇼 등, 다양한 행사도 경험해 보면 좋을 것이다.

4. 파리 패션위크 기간 3537ORG에서 <퍼펙트 매거진>이 주관하는 ‘더 퍼펙트 데이’ 행사에 방문할 일이 생겼다. 당시 글렌 마틴스와 <비즈니스 오브 패션> 편집장 팀 블랭크스의 토크쇼를 관람할 수 있어 인상 깊었다. 

5. 2주에 1백50만 원에서 2백만 원 사이면 넉넉할 것이다. 

권가현, 캐시미어 저널 편집장

댄스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lipjmolip

1. 미국, 뉴욕

2. 댄서들 사이에선 “로스앤젤레스엔 비즈니스를 위해, 뉴욕엔 성장을 위해 간다”라는 말이 있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뉴욕에선 스트리트 댄스의 정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공식적인 댄스 이벤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할렘 뒷골목부터 유니언 스퀘어 공원까지, 뉴욕 곳곳에선 삶과 가장 밀접한 형태의 춤을 접할 수 있다.

3. 페리 댄스 센터는 재즈부터 발레까지, 다양한 갈래의 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아카데미다. 강사진 중에는 댄스계의 셀러브리티들도 많은데, 이들도 직접 수업을 열어 세션의 수준 역시 높다. 또한 당일 신청 방식의 원 데이 클래스도 있어 짧은 여행 기간에도 밀도 있는 댄스 경험을 할 수 있다. 한편 페리 댄스 센터 인근의 유니온 스퀘어에선 생활 속에 녹아든 댄스를 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이 열리는 경우가 많지만, 현장에 즉흥적으로 가세하는 댄서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4. 건물 사이에서 열린 파티에 즉흥적으로 들어선 적이 있다. 그곳엔 테이블로 급조한 디제이 부스와 바, 그리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마빈 게이와 쿨 앤 더 갱의 노래가 전부였지만, 분위기만큼은 최고였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른들의 잔치에 낀 두 명의 아이였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쥐여주며 “너희가 일주일 동안 놀이터에서 노는 걸 봐줬으니, 오늘은 내가 노는 걸 봐줘”라고 말하며 춤을 추러 갔는데, 그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5. 뉴욕의 댄스 커뮤니티를 경험하기 위해선 못해도 7박8일은 있어야 한다. 예산은 2백50만 원.

립제이, 댄서

파티 피플들을 위해

Final Taipei/@comixsoldier

1. 대만, 타이베이

2. 좋은 공간과 디제이는 아시아에도 즐비하다. 그중 타이베이는 클럽을 연상했을 때 더욱 생소한 행선지일 것이다. 그러나 생소했던 만큼, 타이베이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신선한 충격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이곳의 클럽에서는 유럽에선 느낄 수 없는 호방한 기운을 경험할 수 있다. 

3. 지금껏 좋은 클럽들은 많이 봐왔지만, 아름답다고 느낀공간은 파이널 타이베이가 유일하다. 이곳에선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코어’ 접미사가 붙는 강렬한 음악이 주로 흘러나오는데, 좋은 사운드시스템 덕분에 오래 들어도 귀가 피로해지지 않는다.

또한 현지 ‘힙스터’들이 모이는 공간에 방문하길 원한다면 윈53이 제격이다. 원53은 본래 아티스트들이 작업실 겸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하다 바 형태로 전환한 공간으로, 거리와 맞닿은 팝업 공간을 거쳐야만 바에 들어갈 수 있다. 그 때문에 밖에선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움이 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아티스트들이 직접 제작한 조명과 소품들, 그리고 멋진 사람들로 꽉 찬 공간이 반전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4. 내가 운영하는 브랜드인 더인터내셔널의 팝업과 파티를 앞서 말한 두 장소에서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여건이 녹록지 않아 소박한 행거와 옷걸이만을 활용해 팝업을 운영했는데, 사람들이 준 좋은 기운 덕에 큰 편집숍에서 진행한 팝업만큼이나 값진 추억으로 남았다.

5. 3박4일에 60만 원.

임솔, 더인터내셔널 디렉터

음반 콜렉터들을 위해

Aloha Got Soul/@jinmoo

1. 미국, 호놀룰루

2. 화창한 날씨와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 지난 10년 동안 매해 방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와이의 음악 신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 하와이는 원주민을 비롯해 동남아와 일본 이민자 출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어, 음악 스타일 역시 독특하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의 음악이 한데 뒤섞였으면서도, 하와이 전통 음악도 유지되고 있는 형태다. 

3. 전 세계 어딜 가든 레코드숍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결국엔 셀렉션이 중요한 셈이다. 그중 아이디어 뮤직 앤 북스는 하와이에서 가장 오래된 레코드숍 중 하나로, 오직 하와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음반을 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분명 이 공간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방대한 아카이브를 훑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한편 알로하 갓 소울은 상대적으로 젊은 공간이다. 음반 판매 외에도 직접 과거의 음악을 리이슈하고 있어 여러모로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4. 알로하 갓 소울에서 하와이에서만 발매된 한국 최초의 미국 진출 혼성 그룹, 김시스터즈와 김부라더즈의 음반을 구했다. 그 밖에도 호놀룰루에선 과거 필리핀계 혹은 일본계 아티스트들이 발매한 음악과 미국 인디 음악, 그리고 하와이 전통 음악을 모두 찾을 수 있다. 로컬 아티스트들이 우쿨레레를 활용해 커버한 시티팝이나 디스코 음반을 디깅하는 재미도 충만하다. 

5. 휴양지다 보니 최대한 길게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예산은 체류 기간에 달렸다.

최진무, 콤팩트 레코드 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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