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전설을 위한 농구화, 에어 조던 11 ‘레전드 블루’ 재출시
혹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 에어 조던 11 ‘컬럼비아’.
돌아온 전설을 위한 농구화, 에어 조던 11 ‘레전드 블루’ 재출시
혹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 에어 조던 11 ‘컬럼비아’.
에어 조던 11은 조던 브랜드를 통틀어 나이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니커 중 하나이자,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의 역작이며, 마이클 조던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에어 조던 모델이다. 나이키는 러닝으로 시작했지만 1984년에 마이클 조던과 계약하면서 지금의 나이키가 되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마이클 조던이 첫 번째 은퇴 후 코트 위로 돌아오고, 다시 한번 챔피언의 위치를 되찾는 이야기를 담은 신발 바로 에어 조던 11이다. 조던 브랜드와 나이키는 오로지 홀리데이 시즌에만 이 농구화의 발매를 허락하고 있으며, 올해는 1996 NBA 올스타 게임 한정판 컬러웨이였던 바로 그 스니커 ‘레전드 블루’가 돌아온다.
컬럼비아? 레전드 블루?
먼저 이름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자. 1996년 당시 이 신발의 애칭은 ‘컬럼비아’였다. 순백색 어퍼에 아웃솔과 엑센트 컬러가 컬럼비아 블루였기 때문인데, 어떤 이유에선지 2001년 첫 레트로까지는 ‘컬럼비아’라는 이름을 쓰다가 지난 2014년 레트로부터 ‘레전드 블루’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조던 브랜드가 정확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지만, 아마도 국가명 혹은 타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컬럼비아’라는 명칭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신발 박스 사이즈 택을 보면 불어로는 여전히 ‘Bleu Columbie’, 즉 ‘컬럼비아 블루’라고 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레전드 블루’든 ‘컬럼비아’든 편한 대로 부르면 되겠다.
1996 NBA 올스타 게임 한정판 컬러
‘레전드 블루’는 1996년의 오리지널 컬러웨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딱히 ‘한정판’이라고 깨닫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오로지 올스타 게임 단 하루만을 위해 만들어진 컬러다. 시카고 불스의 색인 ‘화이트’, ‘레드’, ‘블랙’ 이외의 컬러는 정규 시즌 및 플레이오프 경기 중에는 신지 못하기도 했지만, 마침 시카고 불스가 속한 동부 컨퍼런스의 컬러가 파란색이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푸른 빛의 에어 조던이 허락되는 날이었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의 모교, UNC의 컬러와도 닮은 하늘색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더욱 귀한 모델이었다.
허나 단순히 컬러만 바꾼 것은 아니었다. 에어 조던 11의 어퍼는 컨버터블 스포츠카에서 영감받아 아랫부분은 페이턴트 레더를 사용해 자동차의 광택 있는 바디를 표현했으며, 윗부분은 볼리스틱 메시를 사용해 소프트 탑을 나타낸 것. 하지만 1996년의 오리지널 컬러웨이들 중 유일하게 ‘레전드 블루’는 가죽으로 된 어퍼를 가졌다. 스포츠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형태가 잘 변형되지 않는 페이턴트 레더로 서포트를 더하고, 통기성을 생각한 메쉬 소재의 조합으로 기능성을 극대화한 것이었는데, 단 하루의 올스타 게임을 위한 모델이었기에 기능성이고 뭐고 오로지 ‘멋’만 생각한 모델이라는 것.
올스타 게임 MVP
마이클 조던의 컴백 이후 첫 올스타 경기라는 것만으로 전 세계가 1996년 NBA 올스타 게임에 주목했다. 이날의 동부 올스타 스타팅 멤버는 앤퍼니 하더웨이, 마이클 조던, 스카티 피펜, 그랜트 힐, 그리고 샤킬 오닐로 역대 최강의 올스타 스타팅 멤버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여러 스타들의 시그니처 슈즈가 코트 위를 빛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새하얀 에어 조던 11이었다. 이날 마이클 조던은 22분간 20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록이 더 좋았던 샤킬 오닐을 누르고) 올스타 MVP를 수상했다.
애지중지
에어 조던 11은 조던 브랜드와 나이키에게는 가장 소중한 신발 중 하나다. 매년 여러가지 협업을 진행 중인 나이키는 자사의 다양한 모델을 베이스로 콜라보 제품을 내놓지만, 에어 조던 11만큼은 그 어떤 협업도 허락하지 않는다. 심지어 매년 어린이 병원 기금 조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도언베커 프리스타일 프로그램에게도 에어 조던 11은 내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트래비스 스콧이나 프라그먼트 디자인같은 효자 협업에게도 단호한 것은 마찬가지다.
레트로 사이클
나이키가 애지중지하는 모델인 에어 조던 11은 연말에만 (로우컷 모델은 여름에만) 발매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 모델만이 가진 고유 발매 사이클도 존재한다. 바로, 스페이스 잼 – 콩코드 – 브레드 – 컬럼비아(레전드 블루) 순으로 발매하는 것인데, 매년 연달아 발매되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에 새로운 컬러웨이를 추가해 사이클 기간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이전에는 2009 스페이스 잼 – 2011 콩코드 – 2012 브레드 – 2014 레전드 블루 순으로 한 사이클에 총 5년이 걸렸는데, 이후 2016년 스페이스 잼부터 오리지널에 가까운 형태로 리뉴얼을 거치면서 2016 스페이스 잼 – 2018 콩코드 – 2019 브레드 – 2024 레전드 블루 순으로 총 8년이 걸렸으며, ‘레전드 블루’가 레트로 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항상 사이클의 마지막에 ‘레전드 블루’가 있었고, 그 이후 새롭게 리마스터된 전적이 있기에 어쩌면 2026년부터는 지금보다 더 오리지널에 가까운 에어 조던 11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에어 조던 11은 홀리데이 시즌을 알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선물같은 모델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레전드 블루가 무려 10년만에 돌아온다. 비록 모든 에어 조던 11을 통틀어 가장 변색 관리가 힘든 모델이기는 하지만 그 까다로움 조차 이 신발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마치 순백의 에어 포스 원을 처음 신고 나가는 그 느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