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나 바잘리아 vs. 버질 아블로
두 거물의 스펙 전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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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과거에서 비롯되는 법. 현 트렌드의 쌍두마차인 뎀나 바잘리아와 버질 아블로의 스펙을 집중탐구했다. 전통있는 프랑스 패션 하우스의 수장, ‘대중’에게서 모티브를 찾는 성향, 해체주의적 디자인 등 두 디자이너는 닮은 구석이 꽤 많다. 과연 무엇이 지금의 바잘리아와 아블로를 만들었을까? 둘도 없는 ‘절친’부터 ‘흑역사’까지, 키워드로 집어봤다.
브랜드
두 디자이너 모두 ‘두집 살림’ 중이다. 뎀나 바잘리아는 베트멍 헤드 디자이너와 케어링 그룹 소속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버질 아블로는 개인 브랜드 오프 화이트와 상업성이 짙은 대기업 LVMH 소속 루이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컬렉션을 전개한다.
학력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vs. 일리노이 공과 대학교 건축 석사 학위
조지아 출신의 바잘리아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했다. 참고로 이 학교는 세계 3대 패션스쿨로 손꼽히는 명문이고, 마틴 마르지엘라, 드리스 반 노튼을 배출했다. 미국 출신의 아블로가 다닌 일리노이 공과 대학교는 건축으로 명망이 높다. 20세기 대표 건축가로 알려진 미스 반 데어 로에도 이 대학에서 수학했다. 창의성을 중요시 하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바잘리아는 독창적인 디자인 성향이, 아블로는 디자인과 구조의 개념에 대한 접근이 두드러진다.
시그너처
오버사이즈 실루엣 vs. 블랙 앤 화이트의 사선 스트라이프, 레터링 등 산업적 디테일
바잘리아의 상징은 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실루엣이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적 특성은 베트멍에서도, 정체성이 확실한 패션 하우스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도 발견된다. 반면 아블로는 산업적 디테일에 집중한 디자인을 전개한다. 검은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한 사선 스트라이프, 레터링, 케이블 타이 등이 그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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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리복 vs. 나이키
둘은 수많은 협업을 진행했다. 개중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건 단연 스니커 협업이다. 바잘리아는 베트멍과 리복의 협업으로, 아블로는 나이키와의 협업 컬렉션 ‘더 텐’으로 메가 히트를 쳤다. 이들이 각각 리복, 나이키와 연을 맺은 것이 흥미로운 건 과거 두 스포츠 브랜드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리복은 여성용 에어로빅화 ‘리복 프리스타일’로 폭팔적인 성장세를 기록해 나이키를 앞서기도 했다.
명언
“당신이 입는 옷이 태도를 만든다.” vs. “아이러니는 현대적 창조성을 위한 도구다.”
바잘리아는 ‘무엇을 입느냐’가 곧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고, 개인의 태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의류가 유니폼인 것도 이러한 가치관에서 비롯된 취향 중 하나. 반면 아블로는 간단명료한 디테일로 대중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대표적인 장치가 따옴표다. 아블로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뿐만 아니라 내면의 의미도 있어야 한다. 따옴표를 쓰는 건 내가 관습에 던지는 도전이다. “의자”는 과연 무엇인가? “카펫”, “침대”는? 따옴표는 보는 이에게 질문을 유도한다. ‘카펫은 그저 카펫에 불과한가? 가방은 조각이 될 수 없나?’
소울 메이트
후람 바잘리아 vs. 칸예 웨스트
바잘리아에게 형제 후람 바잘리아는 둘도 없는 가족이자 든든한 사업 파트너다. 경제학을 전공한 후람 바잘리아는 베트멍의 비즈니스 부문을 전담해 그를 돕는다. 아블로에게도 친형제 못지 않은 ‘전우’가 있다. 아블로의 루이비통 첫 컬렉션에 뜨거운 눈물을 흘린 칸예 웨스트다. 둘은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도왔다. 아블로는 웨스트의 앨범 <Watch the Throne>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알렸다. 또 패션에 대한 열망이 있는 웨스트와 함께 펜디에 인턴으로 입사, 여느 인턴과 똑같이 고된 시간을 견뎠다.
조력자
로타 볼코바 vs. 무라카미 다카시
거북목을 의심케 하는 구부정한 자세와 반듯하게 자른 쇼트 헤어.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는 바잘리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오랜 조력자다. 아이템 믹스매치부터 독창적인 모델 캐스팅까지, 베트멍은 볼코바의 손길로 비로소 완성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아블로를 든든하게 서포트하는 파트너다. 칸예 웨스트와 키드 커디의 앨범 <Kids See Ghosts> 굿즈, <테크니컬러 2> 전, <퓨처 히스토리> 전 등 여러 공동 작업을 진행한 그는 아블로의 루이비통 첫 컬렉션을 ‘똥배 박수’로 격려하고, 가고시안 전시를 위해 함께 고사를 지내 시선이 집중됐다.
흑역사
후방주의 vs. 표절과 창작은 한끗 차이
바잘리아는 베트멍과 리바이스 협업 컬렉션으로 후면을 절반으로 가를 수 있는 지퍼 디테일의 데님을 선보였다. 그의 해체주의적 디자인 성향은 늘 응원하지만, 이것만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목적 없는 디자인은 의미도, 감동도 없다. 반면 아블로는 종종 휘말리는 표절 논란으로 곤혹을 겪었다. ‘다이어트 프라다’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에서 오프 화이트의 방사형 화살표 로고를 먼저 사용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