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인터뷰 - 가수는 몰라도 ‘스리라차’는 많이 들어봤을걸?
박재범과 딘에 꽂힌 미국 급식 뮤지션.
미국 출신의 17세 싱어송라이터 마틴(Marteen)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세 가지.
하나,
당돌하게도 열여섯 나이에 애인의 몸매가 스리라차 소스처럼 ‘핫’하다고 사랑을 속삭이는 곡 ‘스리라차’를 썼다.둘,
주위에 ‘마틴’의 이름은 몰라도 ‘스리라차’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는 사람이 많다.셋,
대표곡 ‘스리라차’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원작보다 한국어 번역 가사 버전이 더 높다. 물론,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
신기할 정도로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한국의 10~20대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루키에게 물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있는 유튜브 세대의 삶과 11살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10대의 SNS 활용법까지. 내년이면 18살이 되는 마틴은, 투표권이 생기면 칸예 웨스트를 대통령으로 뽑을 생각이다.
(마틴이 직접 촬영한 ‘서울 포토다이어리’는 위의 갤러리 슬라이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댓글이 한국어 일색인데,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내한이다.
지난 5월에 <2018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사촌인 켈라니와 함께 공연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왔다. 한국은 이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다.
첫 내한 당시, SNS에 “가로수길에서 돌아다닐 예정이에요. 시간 되면 와서 만나요” 라고 공지하기도 했는데.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생각보다 많은 팬이 찾아와서 놀라웠다. 쇼핑을 하다가 인파를 피해 매장 안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100여 명이 와줬는데, 그중에는 교복입은 학생도 있었다. 학교도 빠지고 왔다더라.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 알고 있나?
안다. 인스타그램 댓글에 한국말이 굉장히 많거든. 몇 달 전만 해도 아시아에 와본 적도 없었는데, 놀라울 뿐이다. ‘스리라차’를 많이 좋아해 주는데,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 곡이 멜론 차트에 진입했었기 때문이려나?
한국에 대한 인상은?
이곳의 문화와 패션이 좋다. 내가 하고 있는 바가지 머리 스타일이 미국에서는 흔하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이런 머리를 한 사람이 많은 것도 재밌다.
“박재범, 딘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최근 같이 협업하고 싶은 한국 아티스트로 ‘딘’을 뽑았다. 그 밖에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가 있나?
Jay Park. 친구가 딘을 추천해줘서 듣다가, 스포티파이 연관 추천을 통해 그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멋지다.
이번 내한 일정 동안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면?
NCT127을 만났다. 아직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음악 작업을 함께 했다. 뭔가 기대해도 좋다. 몇 달 뒤에 나오겠지? 그리고 션 멘데스와 인스타그램 친구인데, 현재 이야기 중인 것도 있다.
마틴은 유튜브 세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12살때 인스타그램에 노래 영상을 공유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유튜브 세대로서, 자신을 홍보하고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 기성 뮤지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덕에 다른 뮤지션보다 훨씬 쉽게 나를 알릴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누굴 찾아가지 않아도, 영상을 보고 레이블들이 연락이 왔으니까. 난 11살 때 처음 인스타를 시작했다. 유치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숫자와 음식, 그리고 내 이름을 조합해 ‘marteen88pancake’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다. 그땐 팔로워도 아빠뿐이었지. 12살에 노래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디도 바꾸고 흑역사를 청산했다. (웃음)
“중요한 건 옷을 입는 방식이지, 그 옷이 무엇이냐가 아니니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빈티지 샵을 뒤져서 80-90년대 옷을 사는 걸 좋아한다. 구찌와 생 로랑, J.W. 앤더슨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브랜드에 치중하는 편은 아니다. 서울에 오면 ‘어라운드코너’에 들려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둘러보고 쇼핑하는 걸 즐긴다.
최근 패션 트렌드가 스트릿패션 쪽으로 기울었다. 스니커 컬쳐가 지배적인 현상이 됐고, 럭셔리 브랜드와 스트릿 브랜드 간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요즘 10대들은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나 역시 스트릿 스타일을 좋아한다. 평소에도 세월 감이 느껴지는 빈티지 신발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을 함께 스타일링하곤 한다.
주위의 친구들도 슈프림 매장 앞에 줄을 서거나 스니커 래플에 열광하나?
아니. 사실 내 친구들은 그런 부류는 아니다. 슈프림 같은 빅브랜드들은 정말 멋지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틀 동안 줄을 서서까지 사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건 옷을 입는 방식이지, 그 옷이 어떤 브랜드이냐가 아닌 것 같다.
“칸예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뽑을 생각이 있다.”
애인의 몸매가 스리라차 소스처럼 ‘핫’하다고 표현했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발칙한 가사를 쓰게 됐나.
원래 스리라차 소스를 좋아한다. 프로듀서랑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다. 맵고 ‘핫’하니까 이걸로 노래를 만들자고. 나만의 언어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스리라차가 된 거지. 팬클럽의 이름도 ‘리틀 라차’다.
마틴에 대한 ‘베댓’이 재밌다. “한국의 아이코닉한 소스, ‘샘표 간장’으로도 ‘스리라차’ 같은 곡을 써” 달라고 하더라. 농담이지만, 소스를 주제로 노래를 또 만들 생각이 있나?
아니. 하나면 충분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소스에 대한 적대감은 없으니, 또 모를 일이지.
마틴의 음악은 ‘트렌디’한 R&B라는 인상이 강하다. 작업 시, 자신의 스타일대로 곡을 쓰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취향을 반영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 R&B와 팝을 좋아해서 두 장르를 섞다 보니까 ‘트렌디’하게 들리는 것 같다. 난 17살이고 앞으로는 경험도 더 많아질 테고, 분명히 더 발전할 거다.
현재 힙합이 음악 트렌드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힙합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쭉 큰 트렌드였다. 그래서 내게 힙합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장르다. 난 제이지와 드레이크를 좋아한다.
내년에 18살이 되면 투표권이 생기지 않나? 칸예가 2022년 대선 출마 선언을 했는데, 누구를 뽑겠나?
쇼맨쉽이 아니라 칸예가 정말로 대선에 출마한다면 뽑을 생각이 있다. 트럼프보다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