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RS: 김강민 & 2021 람보르기니 우루스 펄 캡슐
‘챔피언’과 ‘비스트’라 불리는 두 이름.

‘DRIVERS’는 <하입비스트>가 명망 있는 자동차 애호가들을 만나, 그들이 자동차에 품은 열정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간단합니다. ‘당신에게 자동차 문화는 어떤 의미이며, 당신은 왜 이 문화에 열정을 품게 되었는가?’ 우리는 여러 분야의 자동차 마니아들을 만나 그들이 소유한 특별한 차를 조명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문화를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건넵니다.
김강민은 현재 대한민국 보디빌딩계의 정점에 서 있는 선수다. 지난해 그는 국내 최정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보디빌딩 대회 <NABBA>에서 사상 첫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런 그는 챔피언의 꿈 때문이 아닌, 단순히 운동이 좋아 보디빌딩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일 같이 덤벨을 손에 쥐었지만 운동이 지겨웠던 적은 없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운동보다도 더 오래된 애정의 대상이 있다. 바로 자동차다.
김강민이 소개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펄 캡슐 에디션이다. 람보르기니의 오랜 전통대로 황소의 이름에서 모델명을 딴 우루스는 지난 2017년 첫 공개된 이후 단숨에 ‘슈퍼 SUV’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여타 슈퍼카 브랜드에서도 SUV 모델들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우루스는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과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앞세워 람보르기니 역사상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등극했다.
지금 김강민에게 자동차는 삶의 원동력이자,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길 위의 자동차 이름을 줄줄이 외고 다니던 소년은 어쩌다 람보르기니에 빠지게 됐을까? 자동차가 자신의 분신이라면, 그 분신은 왜 하필 우루스여야 할까? 쩡쩡 얼어붙은 빙판길을 헤치고 달려온 김강민을 만나 자동차에 얽힌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왔다.
먼저 차 소개 부탁드립니다.
람보르기니의 2021년식 우루스 펄 캡슐 에디션입니다.
언제부터 타기 시작했나요?
2022년 1월에 중고로 구입했어요. 사실 이 차를 사기 전에 우루스 신차 예약을 넣어뒀거든요. 받는데 2년 정도 걸릴 예정이었는데, 때마침 지인이 펄 캡슐 모델을 판다고 해서 당장 달려갔죠. 예약한 차는 한국에 도착해야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잊고 지내고 있습니다.
구매를 고민하던 시기에 다른 경쟁 후보는 없었나요?
사실 우루스 펄 캡슐 같은 경우에는 시작 가격이 3억 원 가까이 되다 보니, SUV 모델 중에는 이렇다 할 비교 후보가 없어요. 페라리 푸로산게는 출시 전이었고, 굳이 찾으면 롤스로이스 컬리넌 정도일 텐데 그 차는 7억 원이 넘거든요. 원래는 메르세데스-AMG G 63이랑 R8 스파이더를 탔어요. 우루스를 사면서 R8을 정리하고 한동안 SUV만 두 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타다 보니 G 63도 손이 안 가더라고요. 지금은 우루스만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운전의 재미만 놓고 보면 우루스보다는 R8이랑 G바겐 두 대를 번갈아 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만큼 우루스가 특별한 점이 있나요?
타면 탈수록 느끼는 건데, 우루스는 자동차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차 같아요. 속도면 속도, 디자인이면 디자인, 여기에 2열 공간까지. 저처럼 아이가 있는 아빠들이 데일리카로 탈 수 있는 슈퍼카 중에 우루스 보다 나은 선택지는 사실 거의 없죠.
특별히 커스터마이징한 부분은 없나요?
이미 풀 옵션을 갖추고 나온 차라 제가 별도로 커스텀한 건 없습니다.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브랜드는 아주 세밀한 요소까지 운전자의 요구대로 차를 만들잖아요. 보통 새 차를 구입할 때 ‘이것만큼은 꼭 넣는다’ 하는 옵션이 있을까요?
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럴 텐데, 저도 카본에 집착하는 편이에요(웃음). 이 차는 제가 주문한 차는 아니지만 실내외 전체에 카본이 들어가 있어요. 앞서 구매한 G 63은 애당초 옵션 사항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 구매 후에 브라부스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커스텀은 다 했던 것 같아요.
평소 자동차 취향은 어떤 쪽인지 궁금해요.
일단 빠른 차는 다 좋아해요. 그러니 세단보다는 스포츠카나 2도어 쿠페를 선호하는 편이고요. 그렇다고 여태 제가 샀던 모든 차가 빠른 건 아니었지만, 달릴 때 힘이 모자라면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자동차 마니아로 소문이 나 있는데, 첫 차는 어떤 모델이었나요?
인생 첫 차는 19살 생일 지나고 산 현대 투스카니예요. 2007년식 ‘엘리사‘ 2.7 모델이었는데, 당시 1천5백만 원 주고 중고로 샀어요. 원래 SM5 사러 갔거든요. 그런데 제네시스 쿠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차를 너무 사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투스카니로 타협했죠. 사실 투스카니도 살 능력은 안 됐어요. 아르바이트하는 19살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어떻게 사긴 했는데 결국 유지가 안돼서 4개월 만에 팔고 군대 갔죠.
어렸을 때부터 차를 엄청 좋아했나 봐요.
저는 기억 못 하는데 초등학교 가기 전부터 자동차 이름을 다 외웠고 그랬대요. 어떤 차의 엔진이 몇 기통, 몇 cc인지 줄줄이 꾀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아버님이 자동차 정비사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 기아 엘란이랑 산악 바이크를 타셨는데, 그래서 스포츠카에 대한 열망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엘란을 타실 정도면 보통 자동차 마니아가 아닌 셈이네요. 투스카니 다음은 어떤 모델이었나요?
군대를 전역하고 당시 신형으로 나온 3세대 산타페 DM을 구입했어요. 그 차를 잘 타다가 다음 해에 제네시스 DH로 바꿨고, 그다음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연달아 세 대 탔네요. CLS 63 AMG, GLE 350d 쿠페, 메르세데스-AMG S63 쿠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그래, 이제는 보내주자’하는 심정으로 다 정리하고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샀어요. 그랬더니 못 견디겠더라고요(웃음). 그 뒤로는 아우디 R8 쿠페, 메르세데스-AMG G 63, R8 스파이더를 거쳐서 오늘 타고 온 우루스까지 오게 됐어요.
의외로 BMW나 포르쉐는 한 대도 없네요. 보통 스포츠카 좋아하는 분들은 M이나 911을 드림카로 꼽는 경우도 많잖아요.
BMW도 포르쉐도 너무 좋죠. 911 터보 S는 잠깐 몰아본 적이 있는데, 그보다 재밌는 차는 아직 못 타봤어요. 포르쉐가 차 잘 만드는 건 벤츠나 람보르기니도 인정할 거예요. 하지만 ‘내가 내 돈 주고 살 차’를 생각하면 ‘좋은 차’의 기준은 또 달라지죠.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국엔 제가 좋아야 되는 거니까요.
반대로 리스트에 가장 많은 건 벤츠네요. 어쩌면 벤츠보다는 AMG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웃음). 지금까지 타본 AMG가 전부 마음에 들었거든요. 편하게 탈 수 있고, 원할 땐 속도도 낼 수 있고, 생긴 것도 마음에 들어요. 불평할 게 없는 차들이죠. 그중에서는 G 63 AMG가 특히 좋았어요. ‘G바겐 감성’이라는 말이 오글거리긴 해도 괜히 나온 말은 아니구나 싶어요.
독특하게 R8은 두 대나 탔네요?
요즘 시대에는 안 맞는 말이긴 한데, 사실 저는 자연흡기 V10 이상의 엔진이 들어간 차를 가장 좋아해요. 정확히는 그 엔진이 내는 소리를 좋아하는 거죠. 그럼 R8이 시작이잖아요. 원래는 우라칸을 타고 싶었는데, 같은 V10 엔진이 들어간 차를 이만큼이나 웃돈 내고 살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이왕 R8 탈 거 스파이더로도 타보자’해서 두 번이나 사게 됐어요.
최초의 드림카는 어떤 차였나요?
너무 R8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은데, 고등학생 때 드림카가 R8이었어요. <아이언맨> 1편에서 토니 스타크가 R8을 타고 나오잖아요. 그때는 자연흡기고 배기 사운드고 모르겠고 그냥 ‘저렇게 생긴 차를 타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 드림카를 실제로 손에 넣었잖아요. 기분이 어땠나요?
차를 사고서 한참 뒤늦게 깨달았어요. ‘아, 내가 어렸을 때 이 차를 정말 타고 싶어 했었지.’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 참 끝이 없는 게, 그래도 다른 차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결국은 온 세상 차를 한번씩 다 타봐야 끝나겠구나 싶어요(웃음).
그렇다면 지금 제일 갖고 싶은 차는 뭔가요?
지금 당장 갖고 싶은 건 아벤타도르 SVJ. 람보르기니 끝판왕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꼭 한번 V12 모델을 타보고 싶은 욕심이 있죠. SVJ는 조수석에만 잠깐 앉아봤는데, 그 순간 ‘이건 사야 된다’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차라는 게 참 신기해요. 아무리 영상이나 사진을 봐도 감흥이 없다가, 딱 5초만 앉아보면 그 차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확 달라지니까요.
경쟁사로 꼽히는 페라리보다 람보르기니를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 눈에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각진 디자인이 제일 매력적이에요. 사실 페라리에 비하면 람보르기니는 전반적으로 과한 점이 많죠. 812 슈퍼패스트도 운전해 본 적 있는데 진짜 편하더라고요. 이 차라면 매일 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아벤타도르는 너무 불편하거든요. 허리도 아프고 심지어 타고 있으면 속까지 불편해져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점들이 이 차를 ‘아 그래, 이게 슈퍼카지’ 생각하게 만들어요. 운전석에 앉으면 일단 보이는 풍경부터 다르니까요.
유명인이 비싼 차를 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아직 조금은 남아 있는 듯해요. 그래서 일부러 차에 대한 애정을 숨기는 사람들도 있고요. 김강민의 생각은 어떤가요?
당장 친구들끼리 점심만 먹으려 해도 각자 선호하는 음식이 다 다르잖아요. 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삶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죠. 저한테 자동차는 삶의 원동력이자 노력의 보상이거든요. 상대방이 우선시하는 가치를 존중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것도 존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운동 유튜버에 비해, 자동차나 패션 등 운동 외적인 콘텐츠를 많이 선보이는 편이에요. 이것 역시 편견에 맞서려는 노력일까요?
이상하게 예전부터 한국에서 보디빌더는 유머 감각 없고, 옷 못 입고, 고리타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던 때도 있고요. 저는 그걸 바꾸고 싶은 보디빌더 중 하나예요. 유튜브를 통해 보디빌더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피트니스 문화가 발전하려면, 결국엔 관련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은 ‘DRIVERS’의 공통 질문입니다. 김강민에게 ‘좋은 차’는 어떤 차인가요?
내 분신이 될 수 있는 차. 차도 옷이랑 비슷해요. 때로는 입고 있는 옷이 그 사람에 대해 대신 설명해 줄 때가 있잖아요. 운동복과 정장을 입었을 때 각각 행동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좋은 차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