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픽션 인터뷰: 세 작가의 삶에 근거한 현실판 '논-픽션'
디즈니, 다프트 펑크와의 협업 소식의 진상이 밝혀졌다.
우리 주변에 한 명은 꼭 있을 법한 친숙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슈퍼픽션(Superfiction). 이들은 일찍이 그 실력과 감각을 인정받아 나이키, 몽블랑, 삼성전자 등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선보이며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슈퍼픽션이 3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은 팀을 구성하는 세 작가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담은 기존 전시와는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다. 세 작가의 삶과 생각을 담담하게 담은 세 번째 전시, <NON-FICTION>이 진행 중인 갤러리 ERD에서 이들을 직접 만나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갑습니다. <하입비스트>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슈퍼픽션(Superfiction)입니다. 슈퍼픽션은 아트 디렉터 김형일, 3D/모션 디렉터 송온민, 그리고 브랜드 디렉터 이창은으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로, 캐릭터를 중심에 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롯데갤러리에서 개최했던 두 번째 전시 이후 3년 만의 전시입니다. 지난 전시는 슈퍼픽션의 캐릭터인 프레디의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저희의 캐릭터를 통해 세 멤버의 조금 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전시 제목을 ‘논-픽션’으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전시는 슈퍼픽션의 세 작가가 겪는 개개인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캐릭터를 통해 전달합니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시 여겨지던 것들에 대해, 그런 답답함과 불합리함 속에서 적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이야기 담았어요. 대중들에게 공감과 감성을 심어주는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담아 허구와 실제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어떤 작품이 출품되어 있나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조형 작품 ‘나와 나’, ‘Headache’, 피그먼트 프린트, 실크스크린 프린트 등의 매체를 활용한 평면 작업, 그리고 영상과 러그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토이 스튜디오 ‘쿨라보(COOLABO)’에서 제작한 테오의 아트토이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작품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네요.
슈퍼픽션의 작업물은 대부분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미지의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작업물을 보여 드릴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전시이기도 했고, 그동안 형태의 제한이 있었던 결과물이 아쉽기도 해서 다양한 표현을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프린트 작품들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크게 작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평소 관람객으로 작품을 마주할 때 작은 작업보다는 큰 작업을 선호하는 멤버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도 큰 작품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부분도 있습니다.
세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는데요, 각자의 작품을 조금 더 소개해주세요.
이창은: ‘Weak Reception’이라는 작품을 소개해드릴게요. Wi-Fi나 모바일 데이터 수신이 약한 장소에서 소셜미디어를 하면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운 흐릿한 이미지를 마주할 때가 있는데요. 그때의 답답함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졌고, 이에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어요.
김형일: 살면서 누구나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을 하나씩은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버거움이라 믿으면서 오늘도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런 우리의 모습을 ‘견딜만한 무게’라는 작품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송온민: 살면서 괜찮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죠? 언제나 괜찮다고 대답은 하지만, 나중에 정말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라고 자문할 때가 종종 있어요. ‘Are U Okay?’는 이런 감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슈퍼픽션의 기존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슈퍼픽션은 세 멤버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결성한 팀인가요?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고 현재에도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슈퍼픽션의 세계관은 스캇, 프레디, 닉, 잭슨, 테오 등 다양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렇게 캐릭터를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콘텐츠를 구축함에 있어 캐릭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그 세계관 또한 깊어진다고 믿고 있어요. 각 캐릭터가 따로 또 같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가지는 장단점이 무엇인가요?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도 캐릭터를 통하면 조금은 유쾌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과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도 용이한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장점이 있는데, 아직 뚜렷한 단점을 찾지 못한 것 같네요.
<NON-FICTION> 전시의 출품작들도 역시 캐릭터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각 캐릭터의 특징이 작품 속에서도 유지되나요?
대부분의 작품은 캐릭터의 특징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의도한 부분도 있고, 의도치 않게 적용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견딜만한 무게’의 경우 비주얼적으로 곰을 안고 있는 그림이기 때문에 따뜻한 성격의 프레디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러그 소재의 특성상 프레디의 풍부한 수염과도 부합되는 것 같고요.
독자들에게 전시를 더욱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을 주자면요?
슈퍼픽션 멤버들도 캐릭터를 통해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표현했듯이 관람객 여러분들도 작품 속 캐릭터에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해 보신다면 더욱더 재밌게 전시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본인과 닮은 슈퍼픽션의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이창은: 예민한 성격의 ‘스캇’은 가끔 그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저도 조심하려고 하지만 가끔 스캇처럼 예민함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송온민: 외형적으로 ‘테오’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비니를 자주 써서 그런 것 같아요.
김형일: 슈퍼픽션의 조연 캐릭터 ‘폴’. 튀지 않고 평범한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슈퍼(Super)한 픽션(Fiction) 한 마디씩 남겨주세요.
이창은: 슈퍼픽션, 디즈니와 장편 애니메이션 계약.
송온민: 슈퍼픽션, 영국 사치 갤러리와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 개최. 그리고, 다프트 펑크 은퇴 번복 후의 첫 복귀 뮤직비디오 협업 등 호재 이어져.
김형일: 슈퍼픽션,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순회 전시를 개최한다고 밝혀.
슈퍼픽션의 전시 <NON-FICTION>은 아래 주소에서 8월 28일까지 진행된다.
갤러리 ERD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