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므 보이 인터뷰: LA에서 서울을 바라보다

어느새 10주년을 맞은 카일 박의 자전적 브랜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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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국내 브랜드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지만, LA에서 시작한 브랜드, 옴므 보이의 디렉터 카일 박은 국내에 진출하는 것이 오랜 목표였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재미교포인 그는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거부해 온 동시에 가장 동양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켄드릭 라마릴 우지 버트가 그의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트 딜러, 오혁, 조거쉬 등의 인물과 함께한 순간이 가장 값졌다고 그가 말하는 이유다. 

<하입비스트>가 지난 옴므 보이 컬렉션 피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제품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카일 박을 만나 브랜드의 지난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옴므 보이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카일 박이라고 한다.

유년 시절은 어땠나?

아버지가 당수도라는 무술을 가르치셨던 관장님이었던 만큼 나 역시 당수도를 하며 자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따르고 싶지 않아 관뒀다. 이후엔 패션과 힙합에 빠졌다.

그 영향은 주변 또래들로부터 왔나?

어렸을 적 히스패닉, 흑인 친구들이 많았다 보니 힙합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그런지 룩과 1990년대 록 음악에 눈을 떴다. 

좋아하던 음악과 패션으로부터 옴므 보이가 탄생한 셈인가?

그것도 그렇고 고등학교 친구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루드를 운영하는 루이지를 비롯한 같은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빈티지 쇼핑을 자주 했다. 그렇게 모은 빈티지 아이웨어를 되판 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졸업 이후엔 옷을 만들고 싶어져 옴므 보이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떤 옷을 만들고 싶었나?

언더커버, 넘버 나인에 빠져있었지만, 당시에는 그 옷을 구할 경로가 적었다. 그래서 이들이 미국과 영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는 그 옷을 다시 미국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브랜드의 타겟 역시 언급한 브랜드의 팬들이었나?

어느 정도 맞다.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 우라하라 기반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팬들을 위해 옷을 만들고 싶었던 만큼,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일본과 한국이 있었다. 

혼자서 브랜드를 전개한다고 들었다. 쉽지는 않았을 텐데.

쉽지는 않지만 그게 재밌다. 사실 시작 단계에서는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작업을 외주로 맡겼다. 그런데 정작 내가 기술을 모르는 상태로 외주를 맡기니 결과물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더라. 그래서 의류 제작의 모든 과정을 배우러 대학에 진학했다. 수학, 과학은 공부하기 싫어서 패션 수업만 듣고 중퇴했지만.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결과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은 무엇인가?

디테일적으로는 혁오의 <23>으로부터 영감받은 2018년도 컬렉션의 ‘로티지 모터 재킷’이다. 그리고 이건 그 컬렉션의 램스킨 레더 베스트다. 반면 제작 과정이 즐거웠던 건 최근 진행한 T9(탁구) 컬렉션이다. 가장 사적인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컬렉션은 늘 자전적이었다.

음악의 영향은 어떻게 옷으로 풀어내나?

한국에 들고 온 이 벨벳 셔츠의 경우 두 개의 이질적인 밴드, ‘비치 하우스’와 ‘미니스트리’로부터 이름을 따온 ‘비치 하우스 미니스트리‘ 컬렉션의 제품이다. 대부분의 제품을 블랙과 화이트로만 구성했는데, 이 제품 만큼은 레드 벨벳 컬러로 만들었다. 비치 하우스의 <Depression Cherry> 피지컬 앨범이 벨벳 소재였기 때문이다.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T9’ 컬렉션을 비롯한 탁구라는 소재도 즐겨 이용한다. 거기엔 어떤 의도가 있나?

재작년부터 LA의 LTTT라는 탁구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탁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탁구를 패션적인 스포츠로 바라보지는 않는 것은 물론, 외려 탁구를 즐기는 사람들을 ‘너드’같다고 인식하더라. 그래서 LTTT를 운영하는 지로라는 친구와 함께 탁구를 주제로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탁구 셔츠를 과감하게 만든다거나?

그렇다. 영감은 과거 수집했던 빈티지 탁구복에서 왔다. 사이클복과 축구 유니폼이 연상되는 그래픽이 매력적이었던데다 수요도 없어서 헐값에 살 수 있었다. 이 셔츠는 컴플렉스콘 2022에서 공개한 LTTT와의 협업 제품이다. 

최근 영감을 주는 주제는 뭔가?

T9 단편 필름을 제작하며 영상 제작에도 관심이 생겼다. 패션은 순전히 나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영상은 협업이 필수적이라 그만의 매력이 있다. 

영상 자체가 영감이 된 경우도 있나?

<조커>로부터 영감받은 2021년 ‘조커와 제스터‘ 컬렉션이 그런 경우다. 이 투톤 모자를 보면 알겠지만 그린, 퍼플 컬러를 주로 사용했다. 컬러만 보면 히스 레저의 조커에 가깝지만 작업은 2019년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 개봉 소식을 듣고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컬렉션의 카고 팬츠의 그래픽도 일본 애니메이션 <이치 더 킬러>로부터 영감받았다.

한편 2015년에는 한국에 들어와 오케이션, 오혁, 조거쉬 등의 인물들과 함께 룩북을 찍었다. 이들과는 옴므 보이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접한 이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 협업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아트 딜러에게 그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보냈다. 고맙게도 그가 리스트에 있었던 모든 인물을 섭외해 줬다. 그렇게 ‘코리아 에디토리얼’이 탄생했다. 미국의 유명인들도 내 옷을 입었지만 한국 친구들이 내 옷을 입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옴므 보이는 LA에서 시작했지만, 일본과 한국이 주된 판매 시장이라고 들었다. 의도했나?

원했지만, 의도하진 않았다.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2015년 컬렉션의 룩북이 결정적이었다. 조거쉬와는 이때 연이 생겨 이후엔 레더 태슬, 플래널 셔츠를 비롯한 협업 제품도 출시했다. 반면, 일본 시장 진입은 우연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옴므 보이가 입점한 424 온 페어팩스 스토어에서 일본 스타일리스트들이 내 제품을 사 가며 관심을 받은 것 같다.

옴므 보이는 곧 첫 컬렉션 발매 10주년을 맞는다. 과거에 제작한 옷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저 자랑스럽다. 브랜드를 시작할 시기엔 모두가 스트리트웨어를 하려고 했다. 반면, 나는 그 반대로 생각했다. 티셔츠 만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대신 레더 재킷을 직접 만들며 내 자신을 갈아 넣었다. 덕분에 그 이후 내 목표는 첫 컬렉션에 준하는 수준의 작업물을 내는 것이 됐다.

옴므 보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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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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