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의 대표 모델들로 돌아보는 아카이브 재해석의 매력
올드스쿨에서 뉴스쿨로, 스타일 #73에서 스포츠 로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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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카이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본의 빈티지 매물은 많은 거래량에 씨가 말랐고, 소셜 미디어의 ‘둘러보기’에는 패션 디자이너의 과거 인터뷰, 빈티지 의류, 스니커 브랜드의 옛 제품을 소개하는 계정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리고 그런 포스트에는 무릇 “우리는 지금 이때 아이템을 재해석한 것들이 필요하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과거의 아이템을 재해석하는 ‘복각’은 스니커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다. 스트리트 패션 신의 거물 후지와라 히로시는 자신이 협업 스니커를 디자인할 때 과거의 아카이브를 가장 먼저 살핀다고 말한다. 슈프림이 스니커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협업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살핀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현대 스니커 신에 있어 아카이브란 영감을 얻는 작품이자 브랜드의 유산을 이어갈 수 있는 보물창고인 셈이다.
그리고 반스는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잘 아는 브랜드다. 지금 반스가 출시하는 대부분의 스니커는 과거 ‘스타일+#넘버링’으로 구성됐었다. 대표적으로 올드스쿨은 1977년 스타일 #36이라는 스니커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폴 반 도렌은 스케이터를 위한 스니커에 자신이 그린 낙서 ‘재즈 스트라이프’를 그려 넣었다. 이 낙서가 지금 반스를 상징하는 스트라이프 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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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부틀렉 디자이너 임란 포테이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스의 올드스쿨을 두툼하고 과장된 실루엣으로 재해석한 협업 신발을 공개했다. 몇몇 사람은 뉴스쿨을 임란 포테이토가 디자인했다고 여기기도 했으나, 사실 이는 반스가 해당 모델을 다시 세상에 알리기에 최적화인 사람을 찾은 것에 가깝다. 1997년 처음 디자인된 뉴스쿨은 그 이름처럼 반스 올드스쿨의 요소를 두툼한 3D 스트라이프 로고, 두꺼운 슈레이스, 직선적인 아일렛스테이 등으로 바꾼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반스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일은 단순 신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최근 스케이터 토니 알바와 브리아나 기어링과 캠페인을 촬영하며 과거의 전설과 떠오르는 신인의 만남을 주선하고,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한국에서는 뮤지션, DJ로 활동하는 김C와 DJ 겸 모델 씽씽이 얼굴을 마주했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올드스쿨’과 ‘뉴스쿨’의 만남, 과거의 유산과 이를 재해석한 현재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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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을 뉴스쿨로 복각했듯이, 반스는 1990년대 출시된 신발 스타일 #73을 스포츠 로우라는 모델로 재출시했다. 반스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스포츠 로우의 실루엣을 브랜드의 시작을 기념하는 ‘애너하임 팩토리’ 컬렉션에서 본 적 있을 것이다. 2019년 DX 라인으로 출시된 스타일 #73은 측면의 ‘V’ 로고, 캘리포니아 올드스쿨 텅 라벨 등 1980~1990년대 반스의 ‘오프 더 월’ 에라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리고 이 특징들은 새로 출시된 스포츠 로우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반스의 아카이브 재해석은 독특한 실루엣의 협업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스케이트보드 신발의 형태가 아닌, 메리 제인을 닮은 스타일 #93이 대표적이다. 스타일 #93은 캔버스 소재 어퍼에 심플한 버클과 스트랩, 청키한 러그 고무 아웃솔을 더해 포멀한 신발과 반스의 매력을 결합한 모습으로 1994년 출시됐다.
반스는 주로 스케이터를 위한 신발을 만들지만, 메리 제인은 달랐다. 사람들이 해당 실루엣을 주로 교복과 함께 인식하는 점에 따라 반스는 스타일 #93의 기획부터 어린이와 유아의 발을 염두에 뒀다. 이러한 기획 과정은 반스의 아카이브에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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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93의 독특한 실루엣은 자연스레 반스와 협업을 진행하는 브랜드들의 이목을 끌었다. 굿파이트는 스타일 #93의 형태에서 미국 동부의 고등학교 유니폼을 떠올렸고, 이를 스트랩에 탈착형 오키드 블라썸 클립을 더하는 모습으로 재구성했다. 수잔 알렉산드라는 스타일 #93에 핑크 글리터와 새틴 보우, 장미 디테일 등을 더하며 메리 제인 실루엣에 대한 브랜드의 독특한 해석을 가미했다. 그리고 반스는 스타일 #93을 4월 중 협업이 아닌 인라인 모델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반스의 아카이브는 곧 지금 반스 그 자체다. 스타일 #95는 에라로, 스타일 #98은 슬립온으로, 스타일 #38은 스케이트 하이로, 반스의 각 스타일은 진화를 거듭하며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실루엣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브랜드의 아카이브에는 지금까지 말한 모델 외에도 여러 스타일이 남아있다. 그런 반스가 다음에 또 어떤 실루엣을 가져올지 궁금하다면 반스의 아카이브를 먼저 탐험해 보면 어떨까? 분명 그곳에 힌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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