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하트 WIP CEO 에드윈 파에 인터뷰 - 30년 베테랑이 바라보는 스케이트 문화 현황
& 다가오는 협업과 새 매장 정보.
거의 30년 전 일이다. 스위스 출신 에드윈 파에(Edwin Faeh)는 그의 아내 살로메 파에(Salomee Faeh)와 칼하트의 유럽 수입을 시작했다. 당시 이들이 유일한 유통업자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에서 패션 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한 에드윈은 직감했다. 19세기 미국 워크웨어 브랜드가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파에 부부는 칼하트 본사와 협상 끝에 라이선스 개념의 칼하트 WIP(Work In Progress)를 전개하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전 세계 워크웨어 시장의 판을 뒤집었다. 100년 형인 칼하트 메인 브랜드를 넘어서고 스스로 아이코닉한 헤리티지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웍스아웃 라이즈점의 오프닝을 위해 방한한 에드윈에게 그 성공 비결을 물었다.
한국에 자주 오는 거 같던데.
한국은 어릴 적 아버지의 데님 의류 회사에 근무하며 제작 공장 방문차 많이 왔었다. 그리고 칼하트 WIP의 공동 설립자이자 나의 아내가 한국계 스위스인이다. 한국말은 못하지만, 한국에 많은 친척이 있다. 그녀가 칼하트 WIP의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한글 이름은 이영숙(웃음).
한국 브랜드 중 특별히 관심가는 곳이 있다면?
칼하트를 설립하기 전에는 무얼 했나?
청바지 회사에서 일하며 한국에서의 생산 과정을 관리했다. 스니커즈도 만들었는데, 그때는 아무도 스니커즈에 관심이 없었던 1980, 90년대였다. 컨버스 신발 같은 걸 만들었지. 칼하트 WIP와의 시작은 그저 유럽으로 수입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차차 스타일을 늘려갔다. 지금은 칼하트의 아시아 공장 거래처나 건물주 대표들을 대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억 원의 거래를 하려면 나 같은 늙은이가 필요하니까(웃음).
칼하트 WIP를 논할 때 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슬램잼, 파타, NEU 등과 협업했는데, 파트너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사실 협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소비자가 더 원하는 것뿐이다. 하루에도 1000개의 협업 요청이 들어오지만, 대부분 거절한다. 우리에게 ‘Yes’를 받는 브랜드는 ‘x 칼하트’ 없이 스스로도 멋진 브랜드여야 한다. 우린 운동화를 워낙 좋아해서 지금 컨버스와도 새로운 협업을 진행 중이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라스벳의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로 칼하트 WIP를 꼽았다. 그와 작업하는 과정은 어땠나?
아주 ‘나이스’했지(웃음). 하지만 그의 뒤엔 워낙 까다로운 꼼데가르송이 있어 쉽지 않다. 우린 상대방의 조건에 맞춰주는 편이다. 그게 칼하트 WIP의 장점이다. 칼하트의 미국 본사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돼서 훨씬 수월하다. 예를 들어 준야 와타나베도 항상 아주 아방가르드한 하이 패션 제품을 제작하기를 요구하는데, 칼하트 WIP만의 자유가 있어 가능한 거다.
많은 이가 슈프림과 팔라스는 더 이상 단순한 스케이트 브랜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최근 슈프림이 리모와와 협업한 건 대단했다. 칼하트도 내구성 강한 의류를 자랑해 리모와와 좋은 매치였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칼하트는 리모와와 협업할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고, 리모와도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슈프림은 분명 자신의 움직임과 방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예전과 다른 건 사실이지만, 패션 시장도, 사회도 예전과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변화다. 스케이트 브랜드 중 누군가는 ‘프리미엄’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팔라스가 슈프림의 경쟁자로 성장한 것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팔라스의 공동 설립자 개러스 스큐이스(Gareth Skewis)와는 오래전 몇 년 동안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그는 일을 잘 한다.
슈프림, 팔라스는 이제 ‘단순한 브랜드’ 단계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스케이트 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은 뚜렷하다. 예를 들어 칼하트 WIP가 스케이트보더를 후원한다는 사실은 100명 중에 1명 정도의 하드코어 팬만 알지만, 슈프림과 팔라스가 스케이트 브랜드라는 건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칼하트 WIP도 스케이트보더 팀이 있는데, 국내 스케이터를 영입할 계획은 없나?
조만간 아시아 마케팅 팀을 꾸릴 생각이다. 웍스아웃처럼 판매와 유통을 도와주는 파트너도 좋지만, 각 국가의 하위문화에 더 깊숙이 파고들고 로컬 스케이터나 뮤지션을 서포트하고 싶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지지해주는 팬들과 커뮤니티에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어서다.
칼하트에게 한국 시장은 얼만큼 중요한가?
한국에서의 매출은 상승세라 기분은 좋지만, 역시 아직은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다. 80% 정도의 매출이 유럽이라면, 나머지 10%가 미국, 10%가 아시아다. 현재로서는 서울의 칼하트 매장 외 두세개만 더 개점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컨버스 협업 외 기타 계획은?
내년 1, 2월 즈음 앤트워프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라프 시몬스가 가장 좋아하는 매장 Vier 옆에 자리하는 큰 스케이트 숍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