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입비스트’가 엄선한 SS26 패션 트렌드 9
트렌드로 꼽은 이유까지 정리했다.
매 시즌마다 파리, 밀라노, 뉴욕 등 주요 패션 수도의 런웨이는 다가올 시즌이 펼쳐지는 장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디자이너, 바이어, 그리고 패션에 민감한 관객들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다음은 무엇인가?”
SS26 시즌은 특히 그 질문에 대한 밀도가 높았다.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데뷔,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 글렌 마틴스의 메종 마르지엘라까지, 수년 만에 가장 많은 ‘새 출발’이 몰린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준야 와타나베와 故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거장들은 여전히 시대의 맥을 짚는 감각을 증명했고, 펑 첸 왕과 윌리 차바리아 같은 디자이너들은 남성복의 규칙 자체를 다시 흔들었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 키워드는 분명했다. 비율은 과감해졌고, 역사적 참조는 수백 년을 넘나들었으며,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는 더욱 흐려졌다. SS26은 평균을 위한 시즌이 아닌, 감정과 상상력이 전면에 등장한 시즌이었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던 트렌드를 모두 모았다. 드레스 셔츠부터 가장 많이 포착된 컬러까지, 다가올 SS26 시즌의 패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드레스 셔츠
1.Loro Piana, 2.Ami paris, 3.Junya Watanabe, 4.Bluemarble, 5.Dior, 6.Prada, 7.Saul Nash, 8.Viviene Westwood/Vogue Runway
이제 셔츠는 허리를 덮는 옷이 아니다. SS26 런웨이는 셔츠를 허벅지 아래, 심지어 발목 근처까지 끌어내렸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롱라인 럭비 셔츠부터 프라다의 확장된 워크 셔츠, 로로 피아나의 프린트 튜닉까지, ‘드레스처럼 입는 셔츠’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디올의 셔츠는 하의 없이도 성립될 정도였고, 아미는 이를 레이어드 아이템으로 풀어냈다.
수년간 남성복이 크롭 기장에 집착했다면, 이제 헴라인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극단적인 오버사이즈는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여름철 통기성과 실용성까지 고려한 해답이다.
그래니 니트
1.Louis Vuitton, 2.Dior, 3.Junya Watanabe, 4.Martine Rose, 5.Prada, 6.Amiri, 7.Feng Chen Wang, 8.Magliano, 9.Maison Margiela, 10.Sacai/Vogue Runway
SS26 니트웨어에는 유난히 ‘할머니 옷장’ 같은 정서가 스며 있었다. 펑 첸 왕의 섬세한 실, 준야 와타나베의 목가적 풍경, 아미리의 플로럴 패턴이 그 예다. 루이 비통과 메종 마르지엘라는 베이비 핑크와 블루 같은 부드러운 컬러로 이를 확장했다.
마치 가족이 남긴 유산처럼 느껴지는 니트는 감정적 연결고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메시 구조나 가는 실을 활용한 니트는 간절기용 아이템으로도 괜찮은 선택이다.
레지먼트 코트
1.Kenzo, 2.Ann Demulemeester, 3.Craig Green, 4.Mcqueen, 5.Dior, 6.Aron Esh/Vogue Runway
밀리터리 웨어는 늘 남성복의 핵심이었지만, SS26은 현대 군복이 아닌 고전적인 군복을 소환했다. 싱글, 더블 브레스트, 장식적인 브레이드 디테일을 갖춘 레지먼트 코트가 다수 등장했다.
앤 드뮐미스터는 정통적인 실루엣을, 크레이그 그린은 해체적으로, 니고는 트롱프뢰유 방식으로 이를 해석했다. 운동복과는 정반대에 있는 이 아이템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남성복에서 부활한 테일러링과 댄디즘의 흐름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코트는 패딩이나 보머보다 가벼워 봄, 여름 시즌에 더 적합하다.
메가 쇼츠
1.Willy Chavarria, 2.Viviene Westwood, 3.Im Men, 4.Ami Paris, 5.Dior, 6.Setchu, 7.Sacai, 8.Nicolas Pasaqualetti, 9.Hed Mayner, 10.Our Legacy/Vogue Runway
한때 ‘5인치 이상은 안 된다’던 남성 쇼츠의 규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SS26의 쇼츠는 크고, 길고, 볼륨감이 넘쳤다.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카고 쇼츠는 A라인 실루엣으로 거의 팬츠에 가까웠고, IM Men, 아워 레가시 역시 이를 각자의 언어로 해석했다.
짧은 쇼츠보다 메가 쇼츠는 밤까지 이어지는 일정에도 어울리며, 넉넉한 실루엣 덕분에 여름 바람이 자연스럽게 품 속으로 파고든다.
레더 트라우저
1.Celine, 2.Acne Studios, 3.Masion Margiela, 4.Martine Rose, 5.Hermes, 6.Auralee, 7.Giorgio Armani, 8.Nicolas Pasqualetti/Vogue Runway
2010년대 초반의 스키니 레더 진이 떠올랐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SS26의 레더 팬츠는 훨씬 루즈하다. 에르메스, 셀린,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블랙 레더 팬츠의 복귀를 승인했고, 아크네 스튜디오와 마틴 로즈는 여전히 타이트한 실루엣을 밀어붙였다. 루즈해진 레더 팬츠는 착용과 탈착 모두 훨씬 현실적이다. 여름철 땀까지 고려한 변화다.
섬머 체크 세트
1.Todd Snyder, 2.Kiko Kostadinov, 3.Feng Chen Wang, 4.Saul Nash, 5.Zegna, 6.Wales Bonner, 7.Willy Chavarria/Vogue Runway
수트인지 파자마인지 헷갈리는 체크 셋업이 등장했다. 웨일스 보너와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테일러드한 접근을, 제냐와 사울 내쉬는 해변에 가까운 무드를 택했다. 허벅지 길이 쇼츠에 가벼운 상의 조합이 중심이다. 슬리퍼, 노출된 가슴, 언더셔츠 스타일링은 이 아이템이 라운지웨어에 가깝다는 점을 암시한다.
힙 스카프
1.Junya Watanabe, 2.Dries Van Noten, 3.Balmain, 4.Amiri, 5.Dior, 6.Engieneered Garments, 7.Feng Chen Wang/Vogue Runway
사롱, 혹은 힙 스카프는 동양권에서는 익숙하지만 서구 남성복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이다. 드리스 반 노튼은 팬츠 위에 레이어드했고, 디올과 아미리는 유럽식 스카프로 변주했다. 발망에서는 사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팬츠인 아이템도 등장했다. 이 아이템은 스타일링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여름 시즌 뜨거운 햇빛이나 저녁 바람에도 문제 없다.
브로케이드
1.Kartik Research, 2.Emporio Armani, 3.Amiri, 4.Simone Rocha, 5.Willy Chavarria, 6.Junya Watanabe/Vogue Runway
왕실과 장식의 상징이던 브로케이드는 SS26에서 일상적인 남성복으로 스며들었다. 윌리 차바리아, 시몬 로샤, 카르틱 리서치는 이를 루즈한 팬츠에 적용했고, 준야 와타나베는 재킷으로 풀어냈다. 장식적인 원단이 남성복의 일상적 아이템에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변화는 상징적인 패션 흐름으로 봐도 좋다.
핑크
1.Willy Chavarria, 2.Dior, 3.Hermes, 4.Balmain, 5.Feng Chen Wang, 6.Kenzo, 7.Zegna 8.Off-White, 9.Valentino, 10.Ann Demeulmeester/Vogue Runway
올해의 컬러가 오프화이트라면, 런웨이에서 가장 많이 보인 컬러는 핑크였다. 다만 이번 시즌의 핑크는 바비처럼 강렬한 컬러가 아니라, 연어빛과 베이비 핑크에 가깝다.
윌리 차바리아와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은 이 컬러를 핵심 톤으로 사용했고, 에르메스와 오프화이트는 포인트로 활용했다. SS26의 핑크는 전체보다는 강조로 봐야 한다. 거친 레더나 플란넬에 위트를 더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