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마틴스 인터뷰: 현시대 가장 각광받는 디자이너

10 꼬르소 꼬모 협업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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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마틴스는 지금 가장 뜨거운 디자이너다. 그는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요한 세르파티의 뒤를 이어 와이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취임했다. 이후 2016년엔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2017년엔 <비지니스 오브 패션>이 선정하는 패션계 주요 인물 500인에 꼽히기도 했다. 디젤을 현재 가장 뜨거운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것도 글렌 마틴스다. 지금 그는 하이 패션부터 스트리트웨어까지 다양한 패션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 글렌 마틴스가 지난 11월 24일 10 꼬르소 꼬모와의 독점 캡슐 컬렉션 론칭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둘의 협업으로 탄생한 셔츠와 진에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데님 소재부터 글렌 마틴스의 자유분방함과 과감한 디자인까지 오직 와이 프로젝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하입비스트>는 글렌 마틴스를 만나 어떤 요소에 중점을 두고 옷을 디자인했는지, 와이 프로젝트의 옷을 어떤 태도로 입어야 하는지, 지금 그의 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팝업은 오는 12월 21일까지 10 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 갤러리 스페이스에서 진행된다.

<에센스>는 지난 9월 공개한 ‘2022년 가을, 겨울 트렌드’ 기사에서 주목해야 할 유행으로 ‘글렌 마틴스’를 꼽았어요. 사람들이 당신의 어떤 점에 열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개성 아닐까요. 개개인의 특징은 모든 것이 ‘하입’과 대형 하우스에 의해 주도되는 지금 패션 시스템에서 특히 중요해요. 요즘 사람들은 브랜드 로고나 물건 뒤에 숨으려고 하잖아요. 저는 와이 프로젝트나 디젤을 디자인할 때 항상 무엇이 유행인지, 일반적인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이 되는 옷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두 번째는 두 브랜드가 너무 진지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 때문인 듯해요. 우리 모두 어려운 시기와 여러 위기를 겪어왔잖아요. 세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고요. 저는 패션이 이러한 와중에 약간의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브랜드에는 재미를 찾고 삶을 즐기는 방식이 녹아들어 있어요.

이제 곧 와이 프로젝트를 맡은 지 10년이 되죠. 지난 10년은 어땠나요?

정말 먼 길을 왔네요. 제가 처음 와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회사는 사실상 파산 상태였어요. 독립 브랜드였기 때문에 돈이 들어올 일이 없었고 직원도 세 명 정도였죠. 지금은 서른다섯 명이 넘는 사람이 일하고, 브랜드는 시즌마다 두 배씩 성장하고 있어요. 이 모든 과정을 저희 스스로에게 진실하면서 파트너나 조력자 없이 해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워요. 저희는 머천다이즈를 판 적이 없어요. 영혼을 판 적도 없죠. 항상 와이 프로젝트의 본질에 충실했어요. 가장 단순한 옷을 생산할 때도 변칙을 줬지, 그냥 아름다운 옷을 만들지 않았죠.

와이 프로젝트의 옷에는 콘셉트가 있어야 해요. 이 때문에 항상 다양한 시도를 하고 가끔 매우 실험적인 옷을 만들었죠.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요.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옷은 모두 예전에 본 적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시도했어요. 그 결과 계속 성장하고 있죠. 제 의견이지만, 이렇게 독특한 언어를 가진 브랜드는 와이 프로젝트뿐이에요. 독립된 팀 안에서 팀원들과 함께 하나하나 얻어낸 결과물이거든요.

과거 인터뷰에서 와이 프로젝트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라고 언급한 적 있어요. 어느 시점부터 요한 세르파티의 와이 프로젝트가 글렌 마틴스의 와이 프로젝트로 전환되고,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요한 세르파티를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놀랍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었죠. 그의 와이 프로젝트는 그의 옷장 같았고요. 그 사람 자체와 연결된 브랜드였어요. 그런데 저는 요한 세르파티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와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그와 유사한 컬렉션을 만드는 일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물론 첫 2년은 요한 세르파티를 향한 존경심 때문에, 또 와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구매해온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의 스타일을 유지했어요. 그 뒤 리브랜딩을 강하게 시도했죠. 5~6년간 천천히 제 개인적인 사상을 와이 프로젝트에 주입했어요. 그렇게 새로운 와이 프로젝트가 탄생했죠.

당신이 생각하는 와이 프로젝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다양성과 절충주의라 생각해요. 하나의 옷에서 많은 답을 찾는 거죠. 와이 프로젝트의 옷을 입는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거예요. 나는 누구고, 오늘 거리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싶은지를 묻는 거죠. 10 꼬르소 꼬모와의 캡슐 컬렉션에서도 이런 접근을 찾아볼 수 있어요. 오늘 깔끔하게 보이고 싶다면 셔츠나 바지에 붙은 단추를 다 잠그면 되죠.

반대로 실험적이고 해체주의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버튼을 원하는 대로 풀거나 지그재그로 연결하면 돼요. 모든 사람이 순간마다 기분이 다른데, 와이 프로젝트의 옷은 매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요.

와이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레이어링, 비대칭 등이 떠오르는데요. 이렇게 ‘새롭고 예상하기 어려운 옷’을 꾸준히 만드는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제 브랜드에 피드백을 가장 먼저, 공격적으로 주는 심판이 되고자 해요. 제가 만든 옷을 보며 놀라고 싶고요. 제가 하는 일이 지루해지는 순간 모든 것이 재미 없어질 거라 생각하거든요. 제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도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종종 매우 기발하고 개념적인 옷을 만들어요. 그냥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독특한 콘셉트가 먼저죠.

10 꼬르소 꼬모와의 캡슐 컬렉션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와이 프로젝트의 DNA로 가득 찬 작은 캡슐 컬렉션이에요. 절충주의와 다재다능한 맛이 담겨 있죠.

과거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살펴본다”라고 말했는데, 한국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지네요.

패션에서도 앞서가고, 유럽보다 현대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처럼 보여요. 다른 어느 곳보다 훨씬 더 실험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개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사람들이 패션을 사랑하고 몰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모든 디자이너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로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 이유가 구성과 실험, 컬러, 움직임 때문이었거든요? 제가 사랑하는 패션의 요소들을 한국에서 봤어요.

사실 저는 패션이 사회적 지위를 뜻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로고나 브랜드에 갇혀 패션을 소비하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이 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에 들었고요.

가장 자주 입고 좋아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여행 중이에요. 여행 가방 안에서 살죠(웃음). 문제는 제가 어떤 일을 할지 그날 아침에야 알 수 있다는 점이에요. 어느 날은 피팅을 하고, 어떤 날은 헴라인을 맞추고, 어떤 경우에는 사업 파트너를 만나거나 촬영 혹은 인터뷰를 하죠. 그래서 평소에는 ‘유니폼’을 입어요. 블랙 데님 셔츠와 팬츠요. 오늘은 특별히 잘 차려입었지만요. 여가 시간에도 똑같은 옷을 입고 베억하인에 가요. 스코틀랜드든, 5성급 호텔이든, 밀라노에서 오페라를 보든 대부분 비슷한 옷을 입어요.

사실 저는 제가 입는 옷에 신경을 안 써요.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보니까 입는 옷이나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비슷한 루틴을 지켜요. 제가 어디에 가든 스물다섯 명 정도의 사람이 특정 주제에 대해 무언가를 이야기해 주기를 바라거든요. 걱정거리를 더는 거죠.

지금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요?

넷플릭스. 진심으로요(웃음). 저만의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일을 안 할 때는 집이나 호텔에서 혼자 정말 간단한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거나 아무 생각을 안 해요.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딱히 없어요. 항상 똑같죠.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고 먹고 마셔요. 역사, 특히 미술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고성이나 교회, 고대 미술을 다루는 박물관에 가는 걸 즐기고요. 시간이 많이 없을 때는 파티를 하며 긴장을 풀려고 해요. 여섯 시간 정도 파티와 술자리를 가지고 나면 뇌가 깨끗해진 걸 느껴요. 그리고 다음날 컨디션이 괜찮아지는 거죠. 물론 전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에 따라 다르지만요. (웃음)

정신 없는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특별히 없어요. 미래에 정원을 하나 갖고 싶긴 하지만요. 지금도 축복 받았다고 느껴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고요. 그 여정도 즐거웠고 지금도 재밌어요. 저의 지금이 끝이 아니라 계속 성장 중이라는 것도 알죠. 그래서 꿈을 꾸지 않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 팀 모두가 성장하고 기쁘게 일을 즐기는 것이지만, 이건 꿈이나 목표라기보다는 일종의 진화에 가깝죠.

만약 지금 정말로 원하는 바를 말하라면 약간의 휴일이에요. 이틀 정도 해변에 앉아서 즐길 수 있다면 정말 환상적일 거 같은데요. 다가오는 1월에 10일 정도 태국으로 휴가를 가는데 정말 기대돼요. 그다음은 런웨이요. 저는 패션위크가, 쇼를 여는 게 좋아요. 현재 제 목표는 디젤, 와이 프로젝트의 쇼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태국으로 10일간 휴가를 떠나는 거겠네요.

글렌 마틴스 인터뷰: 현시대 가장 각광받는 디자이너, 와이 프로젝트, Y/Project, 10 꼬르소 꼬모, 디젤, 1DR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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