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피카 인터뷰: 대립항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앨범 ‘ION’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팝’으로 도약하는 첫 번째 시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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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씨피카와 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녀는 과학의 패러다임이 변하듯 뮤지션도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기존 패러다임이 또 다음 패러다임으로 교체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그녀는 과학에 주목했다. 힘든 시기를 벗어나게 해준 개념인 양자 중첩 현상과 회복 탄력성에 주목한 열 개의 트랙이 실린 <ION> 앨범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전복될 씨피카의 음악 세계를 선명하게 예고하고 있다.

앨범 제목 ‘이온’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온은 제 감정 상태를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선택한 개념이에요. 감정을 양과 음, 양쪽으로 이동시키거나  변화 가능한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앨범 커버로 차용한 연금술사 역시 제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조합하고 실험하는 과학자로서 표현한 거고요.

요즘 가장 주목하는 과학 현상이 있어요? 

양자의 상태가 시시각각 바뀐다는 양자 역학 이론 중 하나인 양자 중첩 현상이요. 이번 앨범 만들 때도 크게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하이브리드’처럼 살아왔거든요. 한 곳에 정착하기보단 항상 어디로 이주했기 때문에 어떤 곳이든 제 완전한 뿌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런 제 정체성과도 연결지을 수 있고 실제 제가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과도 비슷해요.

그런 양가적 감정만큼, 수록곡 중에 가장 대립적인 한 쌍이 있다면 뭘까요?

‘Dark Quasar’와 ‘Your Eyes’요. 두 곡이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작법도 가사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 같은 씨피카의 음악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제 자아가 투영됐죠. 심지어 이 두 곡을 수록하면서 앨범이 이렇게 통일성이 없어도 될까 고민했을 정도예요(웃음).

“씨피카에게 감정은 모든 것이다.” 앨범 소개글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ION>을 만들며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고 그 감정선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은 뭔가요?

제일 꾸밈없는 감정을 드러낸 곡은 ‘Melody’예요. 이번에는 제게 있어 가장 솔직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트랙을 쓸 차례에 씨피카로 데뷔하기 전, 그러니까 자연인 조유선이던 시절에 처음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던 노래들을 다시 들어봤어요. 음악인지도 모를 정도로 단순한 음악들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렇게 ‘Melody’는 ‘앨범도 안 냈고 아무도 나를 몰랐다면 무슨 음악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아주 단순한 구조로 곡을 구성했고 이후 별로 추가한 것도 없이 완성했어요.

씨피카 인터뷰: 대립항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앨범 ‘ION’, 씨피카, Cifika, ION, 세가지 비디오,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아이반, 테림, 크루세이더, 멜로디, 멜론, 바밍 타이거, 로드, 에이미 와인하우스, 케이팝, 아르카, FKA 트윅스, SXSW, 제시 웨어, 황소윤, 런던 그래머

실험 음악이라는 단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요. 그 이유가 뭔가요?

그런 호칭이 붙을 정도의 실험을 하지 않으니까요. 대신 저는 음악과 자신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가 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저를 알아가고 저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렇다면 스스로의 음악 스타일을 뭐라고 정의하고 싶나요?

제가 구축하고 싶은 스타일은 기쁘고도 밝으면서 서글프고 슬프면서 또 희망적인 음악이에요. 그런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고요. 무엇보다 저 자체가 너무 기쁘면 동시에 슬프고, 슬픔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런 성향을 이번 앨범에 특히 많이 녹여냈어요.

사실 <ION>을 일렉트로닉 팝으로 분류해서 발매하고 싶었는데 실패했어요.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에 팝의 서브 장르에는 일렉트로닉이 없고, 일렉트로닉의 서브 장르에는 팝이 없더라고요.

원래 자신의 음악을 팝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이번 앨범부터 팝을 지향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에이미 와인하우스, 런던 그래머, 로드, 제시 웨어 이렇게 총 네 명의 좋은 보컬리스트이자 팝 아티스트를 보고 뮤지션의 꿈을 키웠어요. 이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전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팝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만 그걸 만들 수 있는 여건이나 실력이 없었어요. 이제야 이 앨범 제작을 계기로 팝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그 도전에 케이팝의 본진인 한국에 산다는 사실이 영향을 끼쳤을까요?

예전에는 언더그라운드, 인디, 아방가르드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거기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부터 팝에 노출되지 않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디를 가든 모든 곳에서 들리니까요. 처음으로 팝을 지향하게 된 욕구는 온전히 한국에 있는 시간에 비례해서 쌓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미국에 계속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만들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 살면서 팝의 매력을 더욱 깨닫게 된 거죠.

기존 앨범과 비교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달랐나요?

예전 앨범을 지금 들으면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는지 모르겠어요. 음악적으로만 보면 결국 빼면 뺄수록 좋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모든 걸 단순화했고 레이어링도 많이 없앴어요. 이것도 어찌보면 팝과 연관이 있어요. 제 생각에 팝은 정말 미니멀한 음악과 메시지를 담고 있거든요. 하나의 테마와 아이디어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탄생하고요. 

그렇게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미니멀리즘’을 연습하면서 제 살점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지만 하다 보니 조금 익숙해졌고요. 그렇다고 제 음악이 진짜 미니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나도 단순하고 명쾌한 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죠. 다음 앨범은 지금의 반만큼 빼서 만들 예정이에요.

앨범 <ION>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탱탱볼이요. 어린아이가 탱탱볼을 ‘빵’ 하고 던져서 튀기는데 그게 너무 세서 우주로 갈 수도 있을 만큼의 상태라고 할까요. 저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런 마음과 힘으로 더 도약하고 싶어요.

테림, 공동 프로듀서 및 믹싱 엔지니어

씨피카 인터뷰: 대립항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앨범 ‘ION’, 씨피카, Cifika, ION, 세가지 비디오,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아이반, 테림, 크루세이더, 멜로디, 멜론, 바밍 타이거, 로드, 에이미 와인하우스, 케이팝, 아르카, FKA 트윅스, SXSW, 제시 웨어, 황소윤, 런던 그래머

자기소개 및 이번 앨범에서 맡은 역할을 설명해 주세요. 

프로듀서 겸 뮤지션 테림입니다. <ION>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와 믹싱 엔지니어를 맡았어요.

씨피카의 음악에 오랫동안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계기와 이유는 뭔가요?

처음 만나게 된 당시에 저도 씨피카도 음악을 막 시작하던 때였어요. 서로 놓여 있던 시점이 되게 비슷했고 관심사나 공유하는 정서,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바도 공통분모가 많았기 때문에 유대감을 느꼈죠.

앨범 전체의 편곡과 믹싱을 맡았는데 주로 어떤 영역에 집중했나요?

제게 전체 프로젝트를 맡긴 만큼 상세하게 숲을 더 봐달라는 신호로 이해했어요. 예를 들어 사운드 소스를 교체하고 특정 음향 효과의 포인트나 재미를 살리려는 건 어떻게 보면 디테일을 잡는 것이기도 하고 큰 숲을 보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거든요.

팝을 지향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겠다는 씨피카에게 어떤 도움을 줬나요?

제가 멜로디를 전문적으로 작곡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여러 팝 음악을 즐겨 듣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팝이 취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멜로디를 만드는 방식이나 구성, 사운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걸 실천하려고 했고요.

자신이 알려준 좋은 팝의 공식은 뭐였나요?

멜로디가 너무 어려우면 안 되고 단순한 후렴구를 만들어야 된다, 또 그걸 편곡과 믹싱, 악기를 고르는 방식 등 세부적인 영역에서 너무 현학적으로 접근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이런 원칙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결국 씨피카가 팝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니까요. 저는 이 앨범이 진짜 팝이라기 보다 일렉트로 팝의 한 갈래이자 대안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ION>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궁금해요.

‘Giant Lion’은 오묘하게 2000년대 제이팝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어요. 근데 막상 그 시대 곡들을 찾아서 들어보면 전반적으로 딱히 비슷하다는 느낌은 없어서 아직도 신기하고요. 씨피카가 굉장히 세련된 멜로디를 썼는데 스스로는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일본 힙합이나 제이록 분위기가 느껴져서 지금 이 시대에도 그게 표현되는지 한 번 보자, 이런 마음으로 작업했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져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에요.

믹싱과 관련해서는 ‘Make You Cry’와 ‘Reading Your Lips in Your Crowd’가 크리에이티브한 믹싱 한 스푼이 더해져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크리에이티브한 믹싱’은 어떤 건가요?

편곡의 영역을 건드리기도 하는 믹싱인데요. 예를 들어 ‘Reading Your Lips in Your Crowd’의 중간에 브레이크 드럼 비트를 특정 공간으로 멀리 보내버린다거나 하는 부분은 딱딱하게 믹싱만 고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죠. 각자의 영역을 구분 짓거나 단정 짓지 않고 생각을 담아 작업할 때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테림이 생각하는 팝은 무엇인가요?

사전적 의미나 장르로 따졌을 때의 팝을 제가 또 한 번 정의 내리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봐요. 누군가에게 팝이라면 그것은 팝이 맞겠죠.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저는 팝 문화를 향유하고 영향을 받고 있고, 현재 팝이라는 넓은 의미의 일부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김현수, ‘Hush’ 뮤직비디오 감독

씨피카 인터뷰: 대립항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앨범 ‘ION’, 씨피카, Cifika, ION, 세가지 비디오,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아이반, 테림, 크루세이더, 멜로디, 멜론, 바밍 타이거, 로드, 에이미 와인하우스, 케이팝, 아르카, FKA 트윅스, SXSW, 제시 웨어, 황소윤, 런던 그래머

자기소개 및 이번 앨범에서 맡은 역할을 설명해 주세요. 

저는 ‘새가지 비디오’라는 영상 프로덕션 팀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김현수입니다. 이번 <ION> 앨범 타이틀곡 ‘Hush’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어요.

‘새가지 비디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명의 감독이 모여서 만든 영상 프로덕션이에요. 연출 방식 가장 새가지를 새가지답게 혹은 김현수답게 만드는 지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뮤직비디오의 경우 의미 없는 이미지들의 연속일 때도 있는데 저희는 이미지로 내러티브와 흐름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해요. 가사 자체가 일종의 스크립트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고요.

직업상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자주 제작하는데 거기서 오는 갈증이 있었을까요?

저희끼리는 ‘Stay Indie’라고 표현하는데 영화에 대한 갈증과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작업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어요. 그래서 단편 영화나 다큐멘터리 작업도 꾸준히 하고, 저희가 사비를 써서 그런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하죠.

씨피카와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가수 이상은을 좋아하거든요. 처음 씨피카 음악을 들었을 때 이상은의 목소리와 흡사한 호소력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보컬.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그걸 현대적인 음악으로 푸는 게 재밌고요.

이번 ‘Hush’ 뮤직비디오의 제작 과정 중 다른 작업과 달랐던 점은 뭔가요?

특수 효과를 맡은 YNR 팀과 씨피카가 다 같이 저희 집에서 한동안 레지던시처럼 머물렀던 기간이 있어요. 각자 작업 방식도 지켜보고 기존의 어떤 뮤직비디오가 좋았는지 서로의 취향도 알게 된 굉장히 좋은 경험이자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시간이었는데요. 그 과정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어요. 보통 클라이언트와 일을 할 때 그 뮤지션이 같이 나와서 미팅만 해도 이건 좀 제대로 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이 그랬어요.

‘Hush’를 듣고 떠올린 첫 영감이나 키워드가 있다면요?

새하얀 공간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미지를 기본 심상으로 잡았어요. 거기에 씨피카의 디지털과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 그리고 동양 설화 속 선녀의 이미지를 합쳤죠. 또 곡의 가사가 사랑의 양가적인 감정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대비되는 연출도 썼어요. 사랑에 빠져 천국처럼 행복한 느낌과 반대로 의심하고 싸우며 파괴되는 상황을 공존하게 했죠. 그리고 완벽한 스토리텔링보다는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내러티브에 초점을 뒀어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Hush’ 촬영 마지막쯤에 쇼 라이트 배경에서 풀 샷으로 씨피카를 찍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카메라 무빙, 조명도 너무 아름다웠고 씨피카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화면을 보자마자 ‘진짜 아름답다, 너무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어요.

팝을 구현하고 싶다는 씨피카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처음 생각한 방향과 다르지는 않았나요?

제 입장에선 좀 아이러니하긴 했죠. 나는 여기서 케이팝 안 하려고 했는데(웃음). 그래도 적절한 중간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좀 더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었고 한 장면 한 장면 진득한 느낌으로 편집해서 줬는데 씨피카는 더 화려하고 빠른 편집감을 원했어요. 그런데 사실 뭐가 맞는다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나중엔 뮤지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죠.

영상 감독 김현수가 생각하는 팝은 뭔가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형태의 결과물이자 포용력이 넓은 작업물이요. 씨피카의 이번 뮤직비디오도 그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일종의 밸런스를 추구한 작업이었고 그런 점에서 씨피카가 전보다 팝에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반, 무브먼트 디렉터
씨피카 인터뷰: 대립항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앨범 ‘ION’, 씨피카, Cifika, ION, 세가지 비디오,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아이반, 테림, 크루세이더, 멜로디, 멜론, 바밍 타이거, 로드, 에이미 와인하우스, 케이팝, 아르카, FKA 트윅스, SXSW, 제시 웨어, 황소윤, 런던 그래머

자기소개 및 이번 앨범에서 맡은 역할을 설명해 주세요. 

댄서 아이반이라고 하고요. 뮤지션 씨피카의 무브먼트 디렉터로 참여했습니다.

자신의 댄스 스타일과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장르로 보나 스타일로 보나 저를 대체할 자가 없어요(웃음). 저는 몸엔 스트리트 요소를 가지고 있고 뇌는 스튜디오 댄스에 가까워요. 상황에 따라 확확 변신하는 능력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하이브리드형 댄서라고 말할 수 있어요.

대체 불가능한 댄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댄서들이 최근 큰 관심을 받게 되면서 대중적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인기 많은 음악의 힘에 기대는 듯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걸 피하려고 하고요.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 작업하기 위해서는 댄서 본인의 색깔과 개성을 깊게 연마하고, 더 세세한 자신만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소 자신의 퍼포먼스 영상에 전자 음악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만 봐도 아르카, FKA 트윅스. 비욕, 세브달리자 같은 일렉트로닉 성향이 짙은 아티스트들이에요. 무게감 있으면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음악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댄서이기 때문에 일정한 사운드가 반복되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씨피카의 안무와 일반적인 방송 댄스의 차이가 있다면요?

일단 예뻐 보이기 위해 인위적인 동작을 넣지 않는 것부터 달랐어요. 다리가 길어 보이게 골반을 올린다든가 하는 의도적인 동작들이요. 춤을 추는 사람이 보이는 걸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면 춤이 덜 격해지거나 작아지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면 뒤에 있는 백업 댄서들이 나머지 공간감을 채워야 하니까 힘들어 죽는 거죠. 씨피카는 뭐든 최대의 에너지로 표현하기에 주저함이 없었어요.

이번 ‘Hush’ 뮤직비디오 속 수화를 하는 것 같은 동작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제가 제안했어요. 손을 잘 쓰면 춤뿐만 아니라 라이브 무대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씨피카에게 실용적일 거라고 생각했죠. 움직임의 형태는 너무 예쁘기만 한 느낌보다는 강하고 딱딱 떨어지는 무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함께 완성했어요.

뮤직비디오 장면 중 가장 만족스럽게 나온 안무는 뭔가요?

뮤직비디오의 티저로 사용되기도 했던 저와 씨피카의 대립 신이요. 무엇보다 찍는 과정에서 씨피카가 정말 멋있었어요. 춤출 때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이 없는데 그 장면에서 씨피카가 저를 끝까지 노려보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진짜 댄서, 퍼포머로서의 힘을 느꼈죠.

씨피카가 음악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어떤 댄스를 가르치고 싶나요?

칼군무는 포기했을 것 같은데(웃음). 몇 년 동안 트레이닝한 게 아니니까요. 반대로 춤 말고 연기를 배우라고 할 것 같아요. 연기도 춤의 일부니까요. 춤 중에서는 씨피카의 체형과 그녀가 만드는 음악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리디컬 혹은 시어터 스타일의 재즈 댄스를 추천할 것 같아요.

아이반이 생각하는 팝은 뭔가요?

활동 초기는 주변에서 너 진짜 굶어 죽으려고 그러냐?’ 이런 반응들이 많았어요. 근데 이걸 유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어린 댄서들이 저 같이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그때 시대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존버’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그 시대의 팝, 이 시대의 팝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팝이 곧 시대라는 증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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